이젠 잊기로 해요.
내가 삼성 여고, 1학년때 김완선이 나왔다.
모두들 깜짝놀라며 너무 멋있다고 야단이었지만,
나는 별로였다. 일단 너무 날나리 양아치 같았다. 얼굴도, 춤도, 옷차림도 모두,
노래도 좀 이상하고, 목소리도 이상하고,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나는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에 당장 입단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반열에 오를만큼 뛰어난 연주를 한다. 뒷북이란 악기로,
아주 나중에야 나는 그녀가 얼마나 고혹적인지
그녀의 몸이 얼마나 가늘고 긴지
그녀의 춤선이 얼마나 독특하고 빼어난지 느끼고,
어쩜 저리 시대를 어쩜 저리 나라를 잘못 타고 났을꼬 한탄하게 되었다.
그녀가 엉엉울며, 은퇴 선언하던날 엉엉 울며 "이젠 잊기로 해요"를 불렀다.
수십년이 지나고, 길고 검은 민소매 드레스를 입고서 관중들을 향해 환히 웃으며 "이젠 잊기로 해요" 라고 부르던 그녀를 기억한다.
거의 환갑이 되어, 퉁퉁 부었지만 여전히 최고의 무대 매너로, 20대 청년들을 쥐락펴락하는 모습도 기억한다.
이젠 잊기로 해요
이젠 잊어야 해요
사람 없는 성당에서 무릎 꿇고
기도했던 걸 잊어요
이젠 잊기로 해요
이젠 잊어야 해요
그대 생일 그대에게
선물했던 모든 의미를 잊어요
사람 없는 성당에서 무릎 꿇고
기도했던 걸 잊어요
그대 생일 그대에게
선물했던 모든 의미를 잊어요
술 취한 밤 그대에게
고백했던 모든 일들을 잊어요
눈 오던 날 같이 걷던 영화처럼
그 좋았던 걸 잊어요
이젠 잊기로 해요
이젠 잊어야 해요
사람 없는 성당에서 무릎 꿇고
기도했던 걸 잊어요
이젠 잊기로 해요
이젠 잊어야 해요
술 취한 밤 그대에게 고백했던
모든 일들을 잊어요
이젠 잊기로 해요
이젠 잊기로 해요
찾아보니 이장희의 원곡이었군요.
나 그대에게 드릴 말있네.
터질 것같은 내 사랑을
이장희도, 되게 뜨겁게 사랑했구나,
얼마전 김광진의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 노래 들으며,
한동안 그대가 내곁을 떠나가 버렸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지만,더이상 부정할 수 없네.
내 진심을 주고 해맑은 사랑을 느꼈는데,
어느새 그대의 마음이 멀어져갔네.
이제 사랑이 너무 두려워,
무너진 나의 가슴을 어디에서 위로받을 수 있을까,
아니야, 난 사랑한거야, 영원히 변하지 않을 그런 사랑을,
그래, 난 후회하지 않아, 사랑이 떠나버려도
내게 소중한 것을 가슴 깊이 느끼네,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 만으로 내게 기쁨을 주는 것
내겐 기쁨을 주는데.
저 사람이 정말 사랑햇구나
결혼하고서, 너무 행복해서 "마법의 성"을 노래했구나,
김광진 아내는 참 좋겠다. 그녀도 한바구니. ㅋㅋ
달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황금율을 어기고 태어난 사람,
나는 분산 투자, ㅋㅋㅋ
사랑의 힘은 이렇게 놀랍다.
젊음의 힘은 이렇게 대단하다.
뜨겁게 사랑하고 이런 노래를 남기며, 사랑과 젊음은 내게 "이젠 잊기로 해요. 이젠 잊어야 해요"
실은 "절대로 못잊을 거에요. 어떻게 잊어요. 그렇게 사랑했던 걸, 그렇게 좋았던 걸"
김완선씨, 잊기로 해요.
잊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