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종의 기원

한나푸르나 2024. 8. 24. 16:06

모교 본관 학적부에 들렀다. 
아마 30년만의 일인 듯, 
벽돌 건물이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쇄락을 넘어서 퇴락을 느꼈다. 
예전처럼 어두침침한 실내에 퀴퀴한 공기는 고여 혼들이 떠돌아 다닌다해도 믿길 지경이었다.

본관 앞 잔디에 선 김활란 박사 동상은,,,,, 처참했다. 
 
올해초 서울 대학에서 느낀 바도 그러했다. 
대학의 시대가 어쩌면 저물어 가고 있구나,
묵직한 목조 문 속 젊은 직원들이 어색하리만큼 낡았다. 
겨우 건물 외관만 전통과 역사를 지탱하고 있을 뿐 내부는 힘과  활기를 찾을 길 없었다. 
 
나오는 길에 벽감 속 종을 봤다.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들 기다리신다. 
 
고녀들을 불러오던 종소리가 정녕 들리지 않았다. 
종의 기원이 무엇이던가, 
 
가끔 난, 무슨 약인가를 먹고, 몇 백년 후에 다시 깬 인간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니, 그늘 아래 장기를 두다가 정신 차려보니 이미 수대가 지나버린 후더란 옛 이야기 속 주인공 같을 때가 있다. 
 

나는 종소리를 듣고 깨어났던가, 

그것이 종의 기원인가, 


한 여름 밤의 꿈이라고 말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