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나홀로 나무

한나푸르나 2025. 6. 9. 18:09

동쪽으로 이사온지, 100일이 지났다. 
작은 집이라 많은 물건을 버렸다. 그래야 앞으로 나갈 힘이 생기니까, 그러고도 또 많이 들였다. 
 
아파트 단지가 겨울에 아름답기란 어렵다. 눈이 내려 쌓이지 않고서야, 
겨울에 본 첫인상은, 2미터 넘는 농구 선수 같았다. 
그러니까 서장훈처럼, 장신에 피지컬이며 두뇌 회전 모두 뛰어난 선수라기보다는 키는 무지 큰데, 운동신경이나 센스는 좀 모자란 듯 보였다. 
 
처음엔 동네가 낯설고 장볼 데가 없어 쿠팡같은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기도 했으나, 곧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상가를 다니기 시작했다.
성산 시영 아파트 혹은 목동 아파트 단지처럼 오래된 주거단지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아파트와 함께 평생을 보낸 주민들은 수수하면서 느긋하고 여유있다. 그러다 곧 큰 마트가 생겨고,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이 워낙 훌륭한지라, 즐기기 바빴다. 또 길어진 출퇴근 시간에 적응하느라, 동네 탐험할 틈이 나지 않았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는데,,,,
내내 추웠다.
5월에도 눈이 내리고, 
6월에는 대통령 선거를 치뤘다. 
 
이사온지, 111일째, 나는 처음으로 올림픽 공원에 가봤다. 
 
올림픽 공원 9경이 있단다. 엄지 손가락부터 시작한단다. 몽촌 토성, 한성 백제 박물관, 그러니까, 나는 지금 백제 땅으로 와서 살고 있다. 
올림픽 공원은 내게 아주 먼곳이었다. 백제처럼, 
"나홀로 나무"란 푯말이 있다. 
누가 지은 이름일까, 
"나홀로 나무"라니, 
그러고 보니, 드라마며, 영화에서 본 기억도 희미하다. 
찾으러 간다. 
한데, "나홀로 나무"임직한 나무들이 많다. 
하나같이 기나긴 수령으로 짐작되며 기상이며 크기가 심상치 않은 나무들이 홀로 뚝 떨어져 있다. 
그리고 사람들 또한 홀로 뚝뚝 떨어져 천천히 움직인다. 
"나홀로 나무"들이 천천히 움직인다.
 
 
결국 나는 "나홀로 나무"를 찾았다. 
그리고 숲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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