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꽃의 전설
물꽃의 전설을 봤다. 영화관이 아닌 마포 중앙 도서관 홀이었다. 낮에는 미세 먼지로 한치 앞이 보이지 않더니, 밤에는 찬 바람이 휘몰아쳐 거리에도 강당에도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더 추웠다. 깜깜했고, 추웠다. 나는 가죽 자켓을 입어서 덜덜 떨면서 봤다. 현순직. 1930년생, 상군 해녀, 오전에 "노르마"라는 오페라를 보다 가서일까, 여사제 이야기, 그러니까, 전문직 여성 이야기로 보였다. 고희영 감독도 그렇고, 현순직 제주 해녀 역시 전문직 여성이다. 머리 속에는 이미 바다 지도가 새겨져 있고, 몸으로 손으로 감으로 요령을 평생 익혀온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그녀가 캄캄하고도 따뜻하면서, 춥고도 두려우면서 아낌없이 베푸는 바다 속에서 물꽃이 되었던 이야기이다. 사실 그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말이 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