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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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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묘지-봉하마을 평생 어머니 말을 듣지 않다가, 뉘우친 청개구리들은 유언대로 해변가에 어머니를 묻고, 물이 불어 떠내려갈까, 개굴개굴 운단다. 남쪽 바닷가가 고향인 나는 명절마다,  바닷가  묘지를 찾아 간다.서울서 나고 자란 이들도 나처럼 돌아갈 고향이, 돌아갈 바닷가, 개골개골 떠나가라 울어옐 묘지가 있을런지.나는 봄 가을,  바다로 돌아가 무덤를 찾아 헤맨다.  내 사랑 클레멘타인, 애나벨리, 혹은 그녀를 잃은 연인의 묘지헤어질 결심의 서래가 묻힌 곳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 많지만,  지난 가을,  부곡의 아버지 성묘 드린 후, 봉하 마을을 찾았다.노무현 대통령을 모신 곳.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로 129번지.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노란 바람개비를 날리며 사람들이 ..
네 톨의 쌀 알이 만나서-대학로, 학전, 김민기, 서울대학병원 김민기 선생이 떠나셨단다. 별세 소식을 듣자마자, 조문하러 가야겠다 싶었다. 지인과 서울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창경궁 앞 서울 대학 병원 정류장에서 내렸다. 암병동이다. 병원 앞은 아주 오래되고 느렸다. 백발 성성한 분들이 천천히 움직이셨다. 젊은이는 물론 아이 하나 없었다. 장례식장으로 들어가면서도 노부부를 위해 문열어 잡아드렸다. 동행이 정태춘" 선생을 뵜다고 했다. 여전한 모습으로 저 밖에 서 계시더라고, 2층 9호실이다. 계단을 올라가니, 조문객들이 줄서있다. 오른쪽 벽면에는 각계에서 보낸 화환 대신 리본만 잔뜩 걸려있다. 화환은 하나, 화분은 2개, 흰색 리본은 한쪽 벽면을 꽉 채웠다. 참배를 기다리며 목공예를 시작하셨다는 정태춘 선생 근황 이야기 끝에 역시 천재 답다며 우린 웃..
24절기. 4계절, 12달, 4주, 365일,...... 시간을 나눈다. “메르시 크루아상"에서는 절기로 시장을, 시장에서 만나는 과일과 야채를 말했다. 나도 이제 내 인생을 절기로 꼽아봐야지. 애시당초 중국의 세월 셈법이고 근래 기후변화로 무시로 이상기후가 들이닥쳐 야단인데, 나는 또 뒷북인가, 매달 1일이면 마음 먹고 뭔가를 시작했다가 며칠 못가 다시 제자리인 난 새로운 달력을 달아보기로 한다. 계절로 치자면, 늦 여름, 달로 따져보면 8월, 절기로 치면 하지를 막 지났을까, 남반구로 이사가면 거꾸로가 되나? 갑자기 아주 거대하고 복잡한 시계 아래 내가 서있는 느낌이 든다. 시간을 아껴서 써야지. 지금 나는 가장 낮이 긴 하지를 지나 차츰 차츰 태양으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다. 1달에서 5일을 1후, 3후인 15일..
허준이 서울대 졸업 축사 안녕하세요, 07년도 여름에 졸업한 수학자 허준이입니다. 우리가 팔십 년을 건강하게 산다고 가정하면 약 삼만 일을 사는 셈인데, 우리 직관이 다루기엔 제법 큰 수입니다.저는 대략 그 절반을 지나 보냈고, 여러분 대부분은 약 삼분의 일을 지나 보냈습니다.혹시 그중 며칠을 기억하고 있는지 세어 본 적 있으신가요?쉼 없이 들이쉬고 내쉬는 우리가 오랫동안 잡고 있을 날들은 삼만의 아주 일부입니다.먼 옛날의 나와, 지금 여기의 나와, 먼 훗날의 나라는 세 명의 완벽히 낯선 사람들을 이런 날들이 엉성하게 이어주고 있습니다.  마무리 짓고 새롭게 시작하는 오늘 졸업식이 그런 날 중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그런 하루를 여러분과 공유할 수 있어서 무척 기쁩니다.학위 수여식에 참석할 때 감수해야 할 위험 중 하..
그가 빵을 남편이 대전에 갔다.성심당에서 빵을 잔뜩 사들고 온다고 한다. 떨리고 설렌다, 집에 왔다길래 부랴부랴 갔더니, 세상에,  보문산 메아리가 짜부려져 있다. 팥도넛도 짜부러져있다.  들고 오는 게 귀찮아서, 가방속에 넣어 왔단다.짜증이 나고 눈물이 핑돈다. 그거 하나 손에 들고 오는 것도 귀찮아하다니 ..... 아침에 일어나서 먹겠다고 하고 그냥 자버렸다. 새벽에 일어나서, 기대만땅 튀김 소보루, 명란 바게트, 팥도넛, 보문산 메아리 맛본다. 맛있다. 다음엔 내가 직접 가서, 왕창 사와야지. 또 먹어야지. ㅎ
자기만의 방-피화당,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고 2때 읽었지요. A room one's own. 그녀는 여성이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의 수입이 있어야 한다고 썼지요. 버지니아 울프는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전 영국 작가입니다. 그 당시 자기만의 방을 가진 여인들이 몇이나 될까요 또 500파운드는 지금으로 치면 대략 15000만원 가량의 연봉이라네요. 작가의 이름부터 매혹적이었어요. . 처녀 늑대라니, 게다가 자기만의 방이라니. 어린 시절에는 꿈도 꿀 수 없었고, 대학 들어가서도 기숙사나 하숙집을 전전해야 했기에 나만의 방을 30이 넘어서야 겨우 가졌답니다. 어쩌면 저는 평생 나만의 방을 갖기 위해 살아온 셈이네요. 여기서 잠깐, 여기서 문학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녀는 자..
보는 심장-eye contact Marina Abramović는 MOMA 에서 " An artist is present" 란 행위예술을 선보였다.붉은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관객 중 누구라도, 마주하고 앉는다. 얼마든지 무슨 일이 있던지 자유다. 수많은 관객들이 그녀와 마주했고 그 중엔 옛 연인도 있었다고 한다.  그들처럼 아무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컨텐츠를 봤다. 카메라를 든 사람과 카메라를 바라보던 남녀, 부부가 곧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코가 빨개지면서,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곧 카메라를 끌 수 밖에 없었다. 채 3분이나 흘렀을까,  솔로몬은 신께 "듣는 심장"을 달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과연 신의 총애를 받은 지혜의 왕다운 바램이다.  한창 사춘기 아들과 실갱이 중인 나의 동생에게 보는 심장이 되어보면 어떨까, 아무 말없이 ..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 위에서 아래로 넘는다. "누구나의 일생" 마스다 미리의 만화코로나 시절이야기이다. 그때도 난 일생일대 기회일거라 생각했다.늙어가는 지금도 대단한 기회일거라 믿는다.지구상에 세균이 번져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외출 금지에 비행기마저 발이 묶여서 어딘가로 가면 2주간 격리했다가 일보고 다시 귀국해서 또 2주간 격리해야 했던 여행은 꿈도 꿀 수 없고, 외식이며, 모임 모두가 제한되었던 시절, 그 당시 우리 모두 집에 갇혀  먹고, 일하고 자느라, 살이 포동포동 올랐다. 배민같은 온라인 시장이 급 성장하고, 학교가 급속하게  권위를 잃기 시작했다.  QR 코드로 우리의 동선이   다 추적되고, 우리의 공공의료가 빛을 발하기도 했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메가 폴리스가 생길 때마다 이런 대재앙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마스크를 써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