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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the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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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아, 나현아, 나현아, 나현아, 내가 듣는 심장이었야 했어. 나현아, 나현아, 나현아, 널 다시 만날 줄 알았어. 나현아, 나현아, 나현아, 그곳에서 평안하길. 나현아, 나현아, 나현아
눈처럼 흰-여백 서원 홍대 앞에서 예은이를 만나기로 했다. 대학생이 되어 첫 방학을 맞은 예은이를 2년만에 보기로 했다. 거울을 보며 단장하면서 유튜브를 틀었다. 여백 서원의 전영애 독문학자가 "백설공주"를 낭독하셨다. 백발에 맑은 얼굴로 독일 바이마르에서 지내신다는 전영애 독문학자, 얼마 전에 본 "어른 김장하"처럼 잘 늙어가야지 다짐하게끔 하는 분들 천지다. 흑단목 창가에서 바느질하던 왕비는 흰눈을 보다, 그만 손가락을 바늘에 찔려, 흰 눈 위에 붉은 핏방울이 떨어진다. 왕비는 흑단처럼 검고 피처럼 붉으며, 눈처럼 흰 아이를 꿈꾸다. 그리하여 태어난 눈처럼 흰 아이, 곧 백설공주의 엄마는 돌아가시고, 왕은 새로운 왕비를 맞이한다. 자기보다 더 아름다운 이가 있다는 걸 견딜 수 없었던 왕비는 사냥꾼을 시켜서, 백설공주를 죽..
군고구마와 초코렛처럼, 해남의 고구마를 사서 구웠습니다. 두툼한 그릇에 고구마를 넣고, 오래 구웠습니다. 꿀고구마라고 하던데, 밤고구마와 호박 고구마의 장점만 가져와 달고 맛있다고 해요. 사실 전 밤고구마파인데, 예전에도 물고구마 파인지 밤고구마 파인지 서로 가르고 그랬죠. 부어먹는가, 찍어 먹는가 비빔 냉면인가, 물 냉면인가, 전 들큰한 식감이 질색이라, 팍팍한 밤고구마파죠 물고구마의 계보를 잊는 것이 호박고구마, 진뜩거리며 달디단 고구마라던데, 역시 질컹거리는 질감이 싫어서요. 그런데 그 두가지를 절묘하게 합친 꿀고구마가 나왔다길래 구웠지요. 과연, 밤고구마처럼 포실한 질감과, 달디달면서 노란 속살은 호박 고구마를 닮았네요. 막 구운 고구마의 맛을 어디다 댈까, 한도끝도 없이 먹을 수 있을 거 같고, 도저히 멈출 수가 없어..
장 선생님께 그 사람이 달라보였다고 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요 선생님은 저와 모든 것이 달랐습니다. 선생님은 아주 만족한 분 같았어요. 선생님은 행복해보였어요. 선생님은 저와 모든 면에서 완전히 달라서, 신기했어요. 옛 남자친구가 그랬어요. 저는 저랑 닮은 사람을 싫어한다고, 그랬더니, 못된 애들이 그렇다고, 착한 애들은 자기랑 닮은 사람 찾고 좋아한다고 그랬죠. 그리고 선생님은 소년같으셨어요. 쑥스러워 하며 웃으셨어요. 부끄러워 하시기도 했어요. 쿡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셨어요. 청바지를 입는다고 근육을 기른다고, 청년으로 보이는 게 아니죠. 당당하지만 예의를 갖춰 하지 말라고 명령할 줄 도 아셨어요. 그런 요청에는 힘과, 격조가 있었어요. 무엇보다 제가 하는 말에 완전히 귀를 기울여 주셨어요. 한번도 ..
모모에게 모모야, 내일 네가 수능을 보는구나, 너를 안지 10년쯤 되었던가, 네 이름을 자주 들었어. 함께 요가하던 할머니께서 영특한 손녀 이야기를 자주 하셨고, 운동하던 중, 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 듣고 할머니 뛰어나가던 기억도 나, 그러다, 네가 중학생이 되었고 나는 네 영어 선생이 되었지. 넌 영어를 무지 싫어했고, 영어 수업을 하기만 하면 곧바로 졸았고, 영어 성적도 좋지 않았어. 대신 너는 농담하는 것, LOL을 비롯한 게임하기를 즐겼어. 그러니까, 우린 매우 달랐단다, 나는 영어란 언어를 가르치는 사람인데, 넌 질색이었고, 넌 기계와 숫자가 하는 말들을 좋아했어. 네가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꼭 읽어보라고 했단다. 사실 나는 지금도 "모모"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헷갈려. 마을의 밖에 ..
신촌 세브란스 윤지영에게 윤지영, 잘 지내니? 어제 나는 초록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필라테스에 갔다. 현우랑 미국 갔을 때 산 옷이란다. 마트에서 거의 낚은 거지. ㅋㅋㅋ 훔친 건 아니고, ㅋㅋ 그 초록 원피스가 널 데려다 주었단다 팔이 길고 아름다운 선생님과, 다른 회원 한분 이렇게 셋이서 필라테스를 했지. 나는 항상 저주받은 몸땡이를 욕하며 이거나마 하지 않으면 천형의 몸둥이로 살 수 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며 운동한단다. ㅋㅋㅋㅋ 그 분은 너와 많이 닮아서 기억하고 있단다. 너처럼 길고 큰 눈을 가졌고, 너처럼 잘 생긴 이마와, 아이같은 하관을 지녔으며 너처럼 길고 탐스런 머리카락을 지녔거든.. 체격은 글쎄, 운동하기 전의 네 몸과 닮았단다. 어쩌다 그 분과 같이 운동할 때마다, 윤지영이랑 닮았네, 윤지영 잘 지내냐, 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