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의 고구마를 사서 구웠습니다. 두툼한 그릇에 고구마를 넣고, 오래 구웠습니다.
꿀고구마라고 하던데, 밤고구마와 호박 고구마의 장점만 가져와 달고 맛있다고 해요.
사실 전 밤고구마파인데,
예전에도 물고구마 파인지 밤고구마 파인지 서로 가르고 그랬죠.
부어먹는가, 찍어 먹는가
비빔 냉면인가, 물 냉면인가,
전 들큰한 식감이 질색이라, 팍팍한 밤고구마파죠
물고구마의 계보를 잊는 것이 호박고구마, 진뜩거리며 달디단 고구마라던데, 역시 질컹거리는 질감이 싫어서요.
그런데 그 두가지를 절묘하게 합친 꿀고구마가 나왔다길래 구웠지요.
과연, 밤고구마처럼 포실한 질감과, 달디달면서 노란 속살은 호박 고구마를 닮았네요.
막 구운 고구마의 맛을 어디다 댈까, 한도끝도 없이 먹을 수 있을 거 같고, 도저히 멈출 수가 없어요.
때이른 추위에 한참 떨다가 따뜻한 실내로 들어와, 초코렛을 먹었습니다.
약간의 화학적인 맛이 분명히 나지만,
좀 더 진하고 쌉싸름하면서 밀도 높은 감미라면 더 좋겠지만,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 듯 노골노골해집니다.
연인도, 사랑도, 행복도 분명 군고구마랑 초코렛과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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