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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the letter

장 선생님께

그 사람이 달라보였다고 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요
 
선생님은 저와 모든 것이 달랐습니다.
 
선생님은 아주 만족한 분 같았어요.
선생님은 행복해보였어요. 
선생님은 저와 모든 면에서 완전히 달라서, 신기했어요. 
 
옛 남자친구가 그랬어요.
저는 저랑 닮은 사람을 싫어한다고, 그랬더니, 못된 애들이 그렇다고, 착한 애들은 자기랑 닮은 사람 찾고 좋아한다고 그랬죠. 
 
그리고 선생님은 소년같으셨어요. 
쑥스러워 하며 웃으셨어요. 
부끄러워 하시기도 했어요. 
쿡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셨어요. 
 
청바지를 입는다고
근육을 기른다고, 
청년으로 보이는 게 아니죠. 
 
당당하지만 예의를 갖춰 하지 말라고 명령할 줄 도 아셨어요. 
그런 요청에는 힘과, 격조가 있었어요. 
무엇보다 제가 하는 말에 완전히 귀를 기울여 주셨어요. 
한번도 말을 중간에 끊은 적이 없었고, 질문에 대해 번호를 매겨가며 답해주셨어요. 
 
저는 선생님을 안지 20년이 넘었고, 앞으로 뵐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저와 완전히 다른 누군가와  오래도록 그 만큼의 거리를 두고 걸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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