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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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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여러 사정으로 여의도 탄핵 집회를 가지 못했다.역사적 순간에 나도 참여하고 싶었으나,지난 주에는 드디어, 광화문 집회에 갔다. 사직단에 내려서, 걸었다. 매우 추웠다. 옷을 껴입고, 스키 부츠까지 신고 나갔다. 사람들이 많았다.깃발이 휘날렸다.깃발에 적힌 글귀를 읽는 재미가 대단했다.공연 중이었다. 젊은이들이 많이 보였다. 사직단에서 시작해서, 광화문 광장 지나, 경복궁 앞 동십자각을 거쳐 안국동 거리를 걸었다. 창경궁 앞까지 홀로 다같이 걸었다. 이렇게 아무런 목적없이. 이렇게 큰 목표를 갖고 걸었던 것이 언제였을까? 마음이 뜨거워야, 사랑해야,걸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걷는다. 아기도 엄마를 향해 걷는다.아기도 세상을 향해 걷는다. 나도 걸..
겨울 날 준비를 하며 광에 연탄을 몇 백장 들여넣고,김장은 백포기 정도 해서 마당에 묻어두고,문풍지 새로 발라두고, 토마토를 사다가 반은, 잘 말려 두고(부피가 삼십분의 일로 줄었다. )반은 온갖 향신채 넣고 오래오래 휘저어, 토마토 소스 만들어뒀다. 팥 역시 뭉근히 오래 끓여서, 페이스트로 만들어 소분해 뒀다. 생각날 때, 떡이나 국수 넣어 먹으면 별미니까, 양파도 잔뜩 채 쳐서, 오래 볶아 마련해서 카레할 때마다 넣으면 천상의 맛을 낸다.  싸게 산 버섯도, 갈무리해서 햇살에 바짝 말려둔다. 마늘, 생강, 양파, 배, 무우를 갈아서, 향신즙을 만들어두면 어떤 음식도 풍미를 북돋아준다. 샌드위치와 파스타에 쓸 바질 페스토도 만들었다. 보석같은 초록빛이다. 잣 대신 호두 넣고, 바질, 올리브유, 레몬즙, 마늘을 넣어 처음으로..
문해력 3-등산 흔히 인생을 등산에 비유합니다. 저는 대입이나, 문해력을 등산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예컨대 중앙대학에 가고 싶다는 학생이 있습니다.  그럼 저는 대뜸 산을 올라 본 적 있냐고 묻습니다. 한라산, 설악산, 지리산을 오른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 북한산 쪽두리 봉도 가본 적이 없다지요, 아니 동네 뒷산도 못가본 사람이 수두룩 합니다. 그럼 한번 가보라고 권합니다. 어쩌면 산을 오르는 일 자체는 하나도 어렵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북한산 쪽두리봉만 하더라도, 오르려면 오랜 준비가 필요합니다. 일단 집에서 북한산 아래까지 찾아가야 합니다.하루 날 잡아, 아침에 일어나 집을 나서기까지가 가장 어렵습니다.물론 부모님이 차로 데려다주시겠지요? 그대신 혼자 가보기를 권합니다.전철을 타고 입구에 내려서도 한참 올라가야 ..
문해력유감2-기빨린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팔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지금은 20대 청년이 된 아이가 어릴 적 자장가로 불러줬던 "섬집 아기"입니다.매일 불러줬더니, 돌무렵에는 "엄마가~" 소절만 나와도, 금세 잠이 들 정도였지요. 두 돌이 채 돼지 않았을 때인가, 여느 날처럼 섬집 아기를 부르는데, 아이가 대성통곡을 하면서 "엄마 그 노래 부르지 마요. 너무 슬퍼요" 하는 겁니다.  상상해보세요. 이 노래에는 아버지,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물론, 고양이 한마리 개 한마리도 없이 아이랑 엄마 단 둘입니다.물론 바다가 저 멀리서 철썩이며 아이에게 말걸며 달래주고 잠도 재워 주지만요. 엄마는 아이를 홀로 두고, 섬 그늘에 굴을 따러 갈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아이..
25년 수능 전날, 민섭이를 보내고 이 엽서는 예일여고 나와 경인 교대 졸업 후 너무나 훌륭한 교사가 된 김정윤과, 김영서를 광화문 빌스에서 만나던 날 가져온 거야. 아마 5-6년 전일거야. 그 누나들과의 추억이 담긴 엽서야. 그 누나들의 기운이 부디 네게 전해 지기를 민섭아, 초중학교 때 학교에서 거의 다 자고, 배틀 그라운드만 하다가 중 3 겨울방학 때 내게 공부하러 왔었지. 정말 알파벳만 알던 네가, 이제 수능 시험 보러 가는구나, 너는 날 잊을 수 있겠지만, 물론 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생각하겠지만 널 절대로 잊지 않을 거다. 공부 잘하고 야무진 아이야, 나 말고도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많겠지. 넌 내가 기억하고 네 편이 되어주마, 그런뜻에서 난 "Bills" 란 엽서를 택했어. 빌고 또 빌고 또 빌어주겠어란 뜻이지. ^^ 물론..
You 're fired-Trump 2000년대가 시작되던 무렵 The Apprentice에 출연한 사업가 도널드 트럼프는 탈락시킬 후보자들에게 " You're fired" 라고 외쳤다. 그러더니. 그는 2024년 7월 선거 유세중, 총격을 받고도, 가까스로 무사해 전세계를 놀래켰다.  You are fired  는 그러니까, 말을 조심하라는, 정녕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입에도 올리지 말라는 뜻이렸다.  유명한 acronym 은 참 많다. manga, fang, 등등, 그 중 하나가 maga이다. 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이 한번 더  위대하도록,  great의 정의가 과연 무엇일까,
외인 부대, 지독한 문학, 하루만, 아니 한 순간만이라도 제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했다. . 충분하다고 했다. 제대로라 함은, 나답게, 온전히, 다 바쳐, 새로이, 바램대로, ,,,, 그 어떤 형용사도 가능하다. 사람마다 다르다고 했다. 그리고 말로는 도저히 표현하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말을 들어보라 일렀다. 말로, 글로 적었다. 문학은 지독하게 고교 외인 부대, 공포의 외인 군단이었던가, 다시 찾아 봐야겠다. 깡마르고 외롭고 가난하고 지독했던 그들을..... 그런 사람들을 사랑했지. 깡마르고 외롭고 가난하고 지독하게 뭔가를 사랑하던 북한의 아기같은 병사들이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투에 파병되었다고 한다. 그 아이들은 외인부대가 되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깡마르고 외롭고 가난하고 아이들을 외인부대로 보내다니... 지..
회심-마음을 돌리다. 내게 하루가 남았다 해도,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만족스럽게 산다면 됐다. 그걸로 족하다.  돌계단(시멘트 계단인가?)에 금이 가 있었고, 그 사이로 실처럼 가늘디 가는 풀이 한포기 나 있었다.  그 건물 1층의 빵 가게는 10년을 접고, 9월에 문을 닫았다.그 건물 2층의 갈비찜 가게는 몇 개월을 채 못버티고, 문을 닫는다. 주인장은 처음이라 서툴렀으나 후회는 없다고 글을 남겼다. 선하고 맑으며 군살 하나 없던 주인장이 다리를 저는 강아지를 데리고 웃는 모습을 자주 봤다.  지난 주말만 해도 건강하셨던 큰 고모의 부고가 왔다. 점점 죽음이 내 곁으로 다가오는구나 싶다.  정부 종합 청사에서 시위를 마치고, 낯선 이와 광화문에서 차를 마시고, 내내 "위대한 그의 빛"을 읽었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