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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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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과 채찍. 당근을 보며 채찍을 맞는다.  쓸데없이 물건 살 궁리하지 말아라(특히 옷)꼭 필요한 물건도  중고로 살 궁리를 해봐라,  가처분 시간을 어떻게 쓸 지 연습하라, 보이지 않으나 귀한 것들을 만들 궁리해라.  그것이 헌법이다. ㅎㅎ 오래된 것들의 법이다. 헌법.
책을 버리며 이사를 앞두고 책을 솎아낸다.  30년 넘게 그림자처럼 끌고 다니던 책들을 다 버렸다. 시집. 세계 문학 전집. 각종 개론서들, 수필집. 각종 취미서들, 전공 서적들, 싸그리 다버렸다. 사놓고 읽지 못한 책들은, 영원히 못 읽을 거 같아 버리고, 그때는 좋았지만, 지금은 그저그런 책들도 버리고, 각종 사전들이며 교과서들 미련없이 다 버렸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난 똑같이 돈 아껴서 책을 사서, 모으고, 모시고 살겠지만, 그게 바로 나이지만,  나의 미련함,나의 취향나의 청춘나의 바램나의 .......... 그토록 책 버리기가 어려웠던 까닭은 책이 곧 나라고 여겨서이다. 나를 버릴 수야 없으니까,버림받는 나를 견디기 힘드니까,  그래도 다 버렸다. 그래서 거의 천 권은 될 듯하다.   물론 버리지 못한..
2025-을씨년스럽다vsWTF 2025년은 60 갑자 중 42번째인 을사(乙巳)년이다. 쓸쓸하고 스산한 분위기나 매우 가난하단 뜻의 "을씨년 스럽다"는 표현은 역사속 을사년들로부터 유래했다.  지난 을사년엔 조선 4대 사화(士禍) 중 마지막인 1545년 을사 사화가 있다. 왕위 계승을 둘러싼 외척 윤씨들 간 내분이 대윤·소윤 갈등으로 번져 대윤 일파가 숙청된 사건이다.한데, 이순신 장군의 탄생년도이기도 하다. 덕분에 일본도 을씨년스러웠더랬다. ㅎㅎ일각에선 큰 흉년이 들어 전국적 구휼을 시행했던 1785년 을사년을 을씨년스럽다는 말의 시초로 본다.하나, 가장 유력하기론, 일본이 대한제국을 ‘보호’하겠다며 외교권을 강제 박탈, 사실상 식민지로 만든 을사늑약이 체결된 1905년이다. 그 시대 흉흉한 민심을 가리키며 ‘우리나라는 을사년마다 ..
새해에는 흰 새해 첫날 반포 성당에서 미사드린 후 떡을 받았다.흰 설기떡에 견과류를 흩뿌린 뜨끈한 떡을 받으며 아이들이 "핫팩"이다라고 외쳤다. 나도 두 손으로 고개 숙여 받았다. 오늘도 미사드린 후, 리치몬드에 들렀다. 늦은 시간이라 식사빵은 다 팔렸겠거니 하고 들어갔는데 역시다.대신 흰 식빵을 한봉 샀다. 거의 십년 만에 사본 하얀 식빵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그토록 먹고 싶어한 흰 빵이다. ㅎㅎ남편을 위해 밤파이도 하나 샀다. 임윤찬의 “사랑의 꿈” 들으며 하얀 빵과 밤 파이를 들고 귀가한다. 나 역시 그 연주 들은 수백만 청준처럼 임윤찬에게 고백받았다 ㅎ 온 몸은 무겁고 두들겨 맞은 듯 아프다.머리 카락이 없어서, 시리게 춥다.눈은 침침하고, 머리는 둔하다.얼굴은 노추를 막을 길 없다. 기쁘다. 고마운 밤..
걷다 여러 사정으로 여의도 탄핵 집회를 가지 못했다.역사적 순간에 나도 참여하고 싶었으나,지난 주에는 드디어, 광화문 집회에 갔다. 사직단에 내려서, 걸었다. 매우 추웠다. 옷을 껴입고, 스키 부츠까지 신고 나갔다. 사람들이 많았다.깃발이 휘날렸다.깃발에 적힌 글귀를 읽는 재미가 대단했다.공연 중이었다. 젊은이들이 많이 보였다. 사직단에서 시작해서, 광화문 광장 지나, 경복궁 앞 동십자각을 거쳐 안국동 거리를 걸었다. 창경궁 앞까지 홀로 다같이 걸었다. 이렇게 아무런 목적없이. 이렇게 큰 목표를 갖고 걸었던 것이 언제였을까? 마음이 뜨거워야, 사랑해야,걸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걷는다. 아기도 엄마를 향해 걷는다.아기도 세상을 향해 걷는다. 나도 걸..
겨울 날 준비를 하며 광에 연탄을 몇 백장 들여넣고,김장은 백포기 정도 해서 마당에 묻어두고,문풍지 새로 발라두고, 토마토를 사다가 반은, 잘 말려 두고(부피가 삼십분의 일로 줄었다. )반은 온갖 향신채 넣고 오래오래 휘저어, 토마토 소스 만들어뒀다. 팥 역시 뭉근히 오래 끓여서, 페이스트로 만들어 소분해 뒀다. 생각날 때, 떡이나 국수 넣어 먹으면 별미니까, 양파도 잔뜩 채 쳐서, 오래 볶아 마련해서 카레할 때마다 넣으면 천상의 맛을 낸다.  싸게 산 버섯도, 갈무리해서 햇살에 바짝 말려둔다. 마늘, 생강, 양파, 배, 무우를 갈아서, 향신즙을 만들어두면 어떤 음식도 풍미를 북돋아준다. 샌드위치와 파스타에 쓸 바질 페스토도 만들었다. 보석같은 초록빛이다. 잣 대신 호두 넣고, 바질, 올리브유, 레몬즙, 마늘을 넣어 처음으로..
문해력 3-등산 흔히 인생을 등산에 비유합니다. 저는 대입이나, 문해력을 등산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예컨대 중앙대학에 가고 싶다는 학생이 있습니다.  그럼 저는 대뜸 산을 올라 본 적 있냐고 묻습니다. 한라산, 설악산, 지리산을 오른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 북한산 쪽두리 봉도 가본 적이 없다지요, 아니 동네 뒷산도 못가본 사람이 수두룩 합니다. 그럼 한번 가보라고 권합니다. 어쩌면 산을 오르는 일 자체는 하나도 어렵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북한산 쪽두리봉만 하더라도, 오르려면 오랜 준비가 필요합니다. 일단 집에서 북한산 아래까지 찾아가야 합니다.하루 날 잡아, 아침에 일어나 집을 나서기까지가 가장 어렵습니다.물론 부모님이 차로 데려다주시겠지요? 그대신 혼자 가보기를 권합니다.전철을 타고 입구에 내려서도 한참 올라가야 ..
문해력유감2-기빨린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팔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지금은 20대 청년이 된 아이가 어릴 적 자장가로 불러줬던 "섬집 아기"입니다.매일 불러줬더니, 돌무렵에는 "엄마가~" 소절만 나와도, 금세 잠이 들 정도였지요. 두 돌이 채 돼지 않았을 때인가, 여느 날처럼 섬집 아기를 부르는데, 아이가 대성통곡을 하면서 "엄마 그 노래 부르지 마요. 너무 슬퍼요" 하는 겁니다.  상상해보세요. 이 노래에는 아버지,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물론, 고양이 한마리 개 한마리도 없이 아이랑 엄마 단 둘입니다.물론 바다가 저 멀리서 철썩이며 아이에게 말걸며 달래주고 잠도 재워 주지만요. 엄마는 아이를 홀로 두고, 섬 그늘에 굴을 따러 갈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