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버리며
이사를 앞두고 책을 솎아낸다. 30년 넘게 그림자처럼 끌고 다니던 책들을 다 버렸다. 시집. 세계 문학 전집. 각종 개론서들, 수필집. 각종 취미서들, 전공 서적들, 싸그리 다버렸다. 사놓고 읽지 못한 책들은, 영원히 못 읽을 거 같아 버리고, 그때는 좋았지만, 지금은 그저그런 책들도 버리고, 각종 사전들이며 교과서들 미련없이 다 버렸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난 똑같이 돈 아껴서 책을 사서, 모으고, 모시고 살겠지만, 그게 바로 나이지만, 나의 미련함,나의 취향나의 청춘나의 바램나의 .......... 그토록 책 버리기가 어려웠던 까닭은 책이 곧 나라고 여겨서이다. 나를 버릴 수야 없으니까,버림받는 나를 견디기 힘드니까, 그래도 다 버렸다. 그래서 거의 천 권은 될 듯하다. 물론 버리지 못한..
겨울 날 준비를 하며
광에 연탄을 몇 백장 들여넣고,김장은 백포기 정도 해서 마당에 묻어두고,문풍지 새로 발라두고, 토마토를 사다가 반은, 잘 말려 두고(부피가 삼십분의 일로 줄었다. )반은 온갖 향신채 넣고 오래오래 휘저어, 토마토 소스 만들어뒀다. 팥 역시 뭉근히 오래 끓여서, 페이스트로 만들어 소분해 뒀다. 생각날 때, 떡이나 국수 넣어 먹으면 별미니까, 양파도 잔뜩 채 쳐서, 오래 볶아 마련해서 카레할 때마다 넣으면 천상의 맛을 낸다. 싸게 산 버섯도, 갈무리해서 햇살에 바짝 말려둔다. 마늘, 생강, 양파, 배, 무우를 갈아서, 향신즙을 만들어두면 어떤 음식도 풍미를 북돋아준다. 샌드위치와 파스타에 쓸 바질 페스토도 만들었다. 보석같은 초록빛이다. 잣 대신 호두 넣고, 바질, 올리브유, 레몬즙, 마늘을 넣어 처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