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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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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8월의 해가 졌다. 내일부터는 9월의 해가 뜬다. 팔월의 해는 뜨거웠다. 해바라기는 엄두도 낼 수 없을 만큼,  가장 고흐다운 작품은 해바라기라고 생각한다.해바라기에는 그가, 내가, 사람들이 겹쳐보인다.서로를 애타게 바라보며 다가가려다 시들어가는 해바라기들,   그러다가 화가야 말로, 화가의 눈이야말로 태양이지 싶었다. 그의 눈과 손으로 대상이,일상이, 우리가 해바라기로 피어나 화폭 속에서 다시, 영원히 또 다른 빛,  우리의 눈과 마주칠 날을 기다리는 게 아닐까 싶었다.  8월의 해는 저물며 반대편으로 옮겨가고 있다. 나도 역시 그렇다.   출근할 때, 퇴근할 때 나팔꽃을 찍었다.
노아의 방주와 싱크홀 오늘 미사 주보에는 얀 브뤼겔의 "노아의 방주"가 실려있었습니다. 큰 홍수가 오기전 노아가 갖가지 동물과 식물을 태워 지낼 배를 마련하는 그림이요.  기후 위기로 온 세계가 몸살을 앓아서일까, 달리 새롭게 보였습니다. 올 여름은 가히 사상 최고의 폭염에 열대야로 야단이었습니다. 기후 변화로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되리란 "오래된 미래"를 몸소 겪어야했으니까요.  2024년 8월 31일에 전, 꼭 백년전 1925년 을축년 홍수를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 한강은 송파강으로 흘렀으나, 사상 최악의 비로 곧바로, 한강으로 흘러가느라 신천이 되었다지요. 그 결과 신천과 송파강 사이가 "잠실"이란 섬이 되어버렸답니다.그 후 1970년대 강남을 개발하느라 송파강을 매립하였기에 지금은 육지가 변하였으나 아직도 그 아래로는 ..
종의 기원 모교 본관 학적부에 들렀다. 아마 30년만의 일인 듯, 벽돌 건물이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쇄락을 넘어서 퇴락을 느꼈다. 예전처럼 어두침침한 실내에 퀴퀴한 공기는 고여 혼들이 떠돌아 다닌다해도 믿길 지경이었다.본관 앞 잔디에 선 김활란 박사 동상은,,,,, 처참했다.  올해초 서울 대학에서 느낀 바도 그러했다. 대학의 시대가 어쩌면 저물어 가고 있구나,묵직한 목조 문 속 젊은 직원들이 어색하리만큼 낡았다. 겨우 건물 외관만 전통과 역사를 지탱하고 있을 뿐 내부는 힘과  활기를 찾을 길 없었다.  나오는 길에 벽감 속 종을 봤다. 학교 종이 땡땡땡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들 기다리신다.  고녀들을 불러오던 종소리가 정녕 들리지 않았다. 종의 기원이 무엇이던가,  가끔 난, 무슨 약인가를 먹고..
문해력 유감-words don't come easy, "우천시에는 우산을 지참하시길 바랍니다" 적힌 유치원 알림장에 , 일부 학부형들이 "우천시"는 어디냐고 물었다고 한다.."심심한 사과"를 할 일이 없어 심심한 사과로 이해했다거나,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는 명징한"이란 영화평조차 어려워하다보니,  사회 전체의 문해력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학생들의 어휘수준은 한수 더 떠서, "개편하다"를 "개 편하다"로 받아들일 정도라고 한다.  80년대에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나만 해도, 국어 사전이나 옥편을 수시로 찾아봤더랬다.물론 한문이나 국어 과목의 시수가 높았다. 무엇보다 우리 때는 심심했다.놀거리가 없었다.책은 더더구나 귀했다.학기가 시작되어  교과서를 받으면 그 날밤 곧바로  달력으로 표지를 쌌다.책이야말로 성경이었다.책이야말로 사다리였다.책이야말로 동..
2024-06-h2-40 Many things spark envy : ownership, status, health, youth, talent, popularity, beauty.It is often confused with jealousy because the physical reactions are identical.The difference: the subject of envy is a thing (status, money, health etc.).The subject of jealousy is the behaviour of a third person. Envy needs two people. Jealousy, on the other hand, requires three: Peter is jealous of Sam beca..
She is hero!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의 임영웅 콘서트로 동네가 떠들석하다. 6시 공연이라는데, 소낙비가 쏟아져도, 12시 무렵 파란 옷을 입은 팬들로 마포는 붐볐다. 마포구청역 근처 모든 건물은 일요일인데도 손님들로 바글거렸다. 기뻤다. 저 착한 사장님 오늘 돈 좀 버시겠네 싶어서, 처음으로 임영웅이 고마웠다. 트로트 싫어하고, 임영웅은 외모, 소리 등등 다 내 취향과는 멀다. 지인 중에 임영웅 팬이 있어서, 그 지극한 사랑을 들을 때마다, 그런가보다 심드렁했다. 그가 몇 백억을 번대도, 몇 억 뷰가 나온대도, 그의 콘서트 암표가 얼마에 팔린대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가 별로다. 그럴까봐 ㅎ팬들은 엄청나게 기부하고 자부심도 대단하다. 아니, 좀 나눕시다. 돈 말고, 노래도, 팬도, 취향도 말이죠, ㅎㅎ 임영웅..
봄밤, 꽃놀이 갑자기 꽃이 폈다. 갑자기 꽃이 졌다. 어어어어 하는 사이 꽃이 피고 졌다. 아마 죽기 전에도 난 분명 그럴 듯, 어어어어어 하는 새 죽는구나 싶을 듯, 어째서 난 순간을 누리지 못할까, 어째서 난 집중을 못할까, 기후 변화가 두려웠다. 이렇게 빨리 더워지고 꽃이 삽시간에 폈다가 제대로 볼 새도 없이 져버리는 게 두려웠다. 올해도 작년처럼 여의도에 꽃놀이하러 갈까 하다 말았다. 작년에 여의도 굴에서 "안창남"을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비행인, ㅎㅎ 그러니까, 안창남은 꽃보다 백년 앞서 떨어졌던 사람. 여의도의 사람이었다, 그러고 나서, 생떽쥐 베리가 어떤 사람 사람일까 상상해봤다. 백년 전 홀로 하늘을 날던 사람,,, 사실 꽃놀이보다, 요즘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가 솔찬하다. 아주 오랫만에 사..
이사 꽃은 어떻게 피는가, 봄은 어떻게 오는가, 궁금해하며 옮긴다. 버린다. 또 버린다. 오래 망설이던 것들은 다 버린다. 진작 버렸던 것을 이제야 버린다. 입을 닫고 손과 다리를 열어 모두 버린다. 무겁게 먼지나는 이가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