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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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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ma Therapy 나의 요가 선생님은 수업마다 수강생들의 귀 뒤에 아로마오일을 한방울 씩 뿌려주신다. 매번 조금씩 그 향이 달라지는데, 계절이나, 날씨 혹은 기분에 맞춰서 준비하신다셨다. 선생님께서 스포이드로 한방울 뿌려주시면 마치 귀걸이를 한 듯 귀와 얼굴이 환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아, 이게 아로마 테라피구나 싶다. 사람의 오감 중 시각이 가장 강한 줄 알았으나 실은 후각이 만만찮단다. 후각을 잃은 사람들의 자살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그래서 향수 산업도 오래전 부터 발달했다고 한다. 누군가의 냄새에 끌린다면 유전적으로 보완해줄 확율이 높다고도 들었다. 사랑하던 이의 향은 절대로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누군가의 땀과 침, 등의 분비물이 살 혹은 머리카락과 뒤섞여 나는 내음에 끌렸던 적이 있던가, 고소하고 향긋하며..
안녕 여름, 알베르 까뮈의 사진을 코팅해서 틈날 때마다 봤다. 지난한 알제리 출신 까뮈는 고학으로 대학을 다니면서, 연극과 글쓰기를 했고 레지스탕스였다. 신문 기자가 밥벌이었다. 교통 사고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그는 고향 알제리로 추운 파리에서 살았다. 그의 얼굴은 아름다웠다. 미간의 주름, 훤한 이마, 시원한 이목구비, 옷의 깃과 칼라로 짐작하건대 대단한 멋쟁이었다. 그는 반항적이고 자유롭고, 당당하면서, 뜨거웠다. 불 덩어리가, 태양이 파리 시내를 활보하듯 살다 갔다. 알제리의 태양처럼, 알제리의 바다처럼, 알제리의 바람처럼, 알제리의 여름처럼, 뜨겁고, 충만하게 살았다. 까뮈를 사랑하는 건, 파리의 알제리라, 펄펄 끓는 젊음이라서였다. 그는 평생을 여름으로, 청년으로, 태양으로 파리를 태웠다. 그의 "이방인"..
당면 한 가닥이-한길 사람 속 잡채를 만들며 간을 보려고 당면 한 가닥을 입에 넣었다. 채 씹지도 않았는데 호로록 목구멍으로 내려갔다.  입에서 씹어 삼킨 음식은 25cm길이의 식도를 거쳐 7초면 위에 도착한다.  25cm 식도에, 젓가락처럼, 당면 한가닥이  하루종일 서 있었다.  생선 가시처럼 버티고 서서   "역류성 식도염" "헬리코 박터균" " 위궤양" "괄약근"을 생각나게 한다.   한 길 사람 속에 걸쳐 서 있다.   목구멍와 위를 연결해주는 식도 내부가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여 고체는 7초 액체는 1초에 위로 보낸다. 식도 입구와 위 로 연결하는 출구에 괄약근이 있어 음식이 오면 열린다.한데, 식도 괄약근이 느슨해지면서 위에 있는 음식과 위산이 입으로 나오는 것이 구토이다.위에는 위를 보호할 뮤신이란 방어벽이 있으나 식도는..
유머 유머는 사람들의 창의적인 능력을 보여준다.유머러스하다는 것은 잠재적으로 삶에 대한 창의적 태도,모든 제약 속에서도 삶을 사랑하는 태도,변화를 사랑하는 태도이기도하다.유머 감각은 다소 부끄러운 상황을 웃을 수 있는 상황으로 인지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당황스럽고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대개 유머가 도움이 된다.나이가 들수록 유머는 더욱 필요하다.
해바라기... 8월의 해가 졌다. 내일부터는 9월의 해가 뜬다. 팔월의 해는 뜨거웠다. 해바라기는 엄두도 낼 수 없을 만큼,  가장 고흐다운 작품은 해바라기라고 생각한다.해바라기에는 그가, 내가, 사람들이 겹쳐보인다.서로를 애타게 바라보며 다가가려다 시들어가는 해바라기들,   그러다가 화가야 말로, 화가의 눈이야말로 태양이지 싶었다. 그의 눈과 손으로 대상이,일상이, 우리가 해바라기로 피어나 화폭 속에서 다시, 영원히 또 다른 빛,  우리의 눈과 마주칠 날을 기다리는 게 아닐까 싶었다.  8월의 해는 저물며 반대편으로 옮겨가고 있다. 나도 역시 그렇다.   출근할 때, 퇴근할 때 나팔꽃을 찍었다.
노아의 방주와 싱크홀 오늘 미사 주보에는 얀 브뤼겔의 "노아의 방주"가 실려있었습니다. 큰 홍수가 오기전 노아가 갖가지 동물과 식물을 태워 지낼 배를 마련하는 그림이요.  기후 위기로 온 세계가 몸살을 앓아서일까, 달리 새롭게 보였습니다. 올 여름은 가히 사상 최고의 폭염에 열대야로 야단이었습니다. 기후 변화로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되리란 "오래된 미래"를 몸소 겪어야했으니까요.  2024년 8월 31일에 전, 꼭 백년전 1925년 을축년 홍수를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 한강은 송파강으로 흘렀으나, 사상 최악의 비로 곧바로, 한강으로 흘러가느라 신천이 되었다지요. 그 결과 신천과 송파강 사이가 "잠실"이란 섬이 되어버렸답니다.그 후 1970년대 강남을 개발하느라 송파강을 매립하였기에 지금은 육지가 변하였으나 아직도 그 아래로는 ..
종의 기원 모교 본관 학적부에 들렀다. 아마 30년만의 일인 듯, 벽돌 건물이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쇄락을 넘어서 퇴락을 느꼈다. 예전처럼 어두침침한 실내에 퀴퀴한 공기는 고여 혼들이 떠돌아 다닌다해도 믿길 지경이었다.본관 앞 잔디에 선 김활란 박사 동상은,,,,, 처참했다.  올해초 서울 대학에서 느낀 바도 그러했다. 대학의 시대가 어쩌면 저물어 가고 있구나,묵직한 목조 문 속 젊은 직원들이 어색하리만큼 낡았다. 겨우 건물 외관만 전통과 역사를 지탱하고 있을 뿐 내부는 힘과  활기를 찾을 길 없었다.  나오는 길에 벽감 속 종을 봤다. 학교 종이 땡땡땡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들 기다리신다.  고녀들을 불러오던 종소리가 정녕 들리지 않았다. 종의 기원이 무엇이던가,  가끔 난, 무슨 약인가를 먹고..
문해력 유감-words don't come easy, "우천시에는 우산을 지참하시길 바랍니다" 적힌 유치원 알림장에 , 일부 학부형들이 "우천시"는 어디냐고 물었다고 한다.."심심한 사과"를 할 일이 없어 심심한 사과로 이해했다거나,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는 명징한"이란 영화평조차 어려워하다보니,  사회 전체의 문해력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학생들의 어휘수준은 한수 더 떠서, "개편하다"를 "개 편하다"로 받아들일 정도라고 한다.  80년대에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나만 해도, 국어 사전이나 옥편을 수시로 찾아봤더랬다.물론 한문이나 국어 과목의 시수가 높았다. 무엇보다 우리 때는 심심했다.놀거리가 없었다.책은 더더구나 귀했다.학기가 시작되어  교과서를 받으면 그 날밤 곧바로  달력으로 표지를 쌌다.책이야말로 성경이었다.책이야말로 사다리였다.책이야말로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