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여름,
알베르 까뮈의 사진을 코팅해서 틈날 때마다 봤다. 지난한 알제리 출신 까뮈는 고학으로 대학을 다니면서, 연극과 글쓰기를 했고 레지스탕스였다. 신문 기자가 밥벌이었다. 교통 사고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그는 고향 알제리로 추운 파리에서 살았다. 그의 얼굴은 아름다웠다. 미간의 주름, 훤한 이마, 시원한 이목구비, 옷의 깃과 칼라로 짐작하건대 대단한 멋쟁이었다. 그는 반항적이고 자유롭고, 당당하면서, 뜨거웠다. 불 덩어리가, 태양이 파리 시내를 활보하듯 살다 갔다. 알제리의 태양처럼, 알제리의 바다처럼, 알제리의 바람처럼, 알제리의 여름처럼, 뜨겁고, 충만하게 살았다. 까뮈를 사랑하는 건, 파리의 알제리라, 펄펄 끓는 젊음이라서였다. 그는 평생을 여름으로, 청년으로, 태양으로 파리를 태웠다. 그의 "이방인"..
해바라기...
8월의 해가 졌다. 내일부터는 9월의 해가 뜬다. 팔월의 해는 뜨거웠다. 해바라기는 엄두도 낼 수 없을 만큼, 가장 고흐다운 작품은 해바라기라고 생각한다.해바라기에는 그가, 내가, 사람들이 겹쳐보인다.서로를 애타게 바라보며 다가가려다 시들어가는 해바라기들, 그러다가 화가야 말로, 화가의 눈이야말로 태양이지 싶었다. 그의 눈과 손으로 대상이,일상이, 우리가 해바라기로 피어나 화폭 속에서 다시, 영원히 또 다른 빛, 우리의 눈과 마주칠 날을 기다리는 게 아닐까 싶었다. 8월의 해는 저물며 반대편으로 옮겨가고 있다. 나도 역시 그렇다. 출근할 때, 퇴근할 때 나팔꽃을 찍었다.
종의 기원
모교 본관 학적부에 들렀다. 아마 30년만의 일인 듯, 벽돌 건물이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쇄락을 넘어서 퇴락을 느꼈다. 예전처럼 어두침침한 실내에 퀴퀴한 공기는 고여 혼들이 떠돌아 다닌다해도 믿길 지경이었다.본관 앞 잔디에 선 김활란 박사 동상은,,,,, 처참했다. 올해초 서울 대학에서 느낀 바도 그러했다. 대학의 시대가 어쩌면 저물어 가고 있구나,묵직한 목조 문 속 젊은 직원들이 어색하리만큼 낡았다. 겨우 건물 외관만 전통과 역사를 지탱하고 있을 뿐 내부는 힘과 활기를 찾을 길 없었다. 나오는 길에 벽감 속 종을 봤다. 학교 종이 땡땡땡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들 기다리신다. 고녀들을 불러오던 종소리가 정녕 들리지 않았다. 종의 기원이 무엇이던가, 가끔 난, 무슨 약인가를 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