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까뮈의 사진을 코팅해서 틈날 때마다 봤다.
지난한 알제리 출신 까뮈는 고학으로 대학을 다니면서, 연극과 글쓰기를 했고 레지스탕스였다. 신문 기자가 밥벌이었다.
교통 사고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그는 고향 알제리로 추운 파리에서 살았다.
그의 얼굴은 아름다웠다. 미간의 주름, 훤한 이마, 시원한 이목구비, 옷의 깃과 칼라로 짐작하건대 대단한 멋쟁이었다. 그는 반항적이고 자유롭고, 당당하면서, 뜨거웠다. 불 덩어리가, 태양이 파리 시내를 활보하듯 살다 갔다.
알제리의 태양처럼, 알제리의 바다처럼, 알제리의 바람처럼, 알제리의 여름처럼, 뜨겁고, 충만하게 살았다.
까뮈를 사랑하는 건, 파리의 알제리라, 펄펄 끓는 젊음이라서였다.
그는 평생을 여름으로, 청년으로, 태양으로 파리를 태웠다.
그의 "이방인", "패스트"도 좋아하지만, "결혼" "여름" "시지프스의 신화" 같은 산문을 더 아낀다.
그는 바다와 태양과 모래 사장과 하늘, 여름의 알제리가 키운 그 모두다.
그가 얼마나 생을 사랑했는가
야성으로 도시를 얼마나 누리고 갔던가,
가난과, 장애, 병과, 불화, 전쟁, 고통과 상실, 그 모든 것들은 자리가 없다.
대기에 넘치는 햇살과 바람, 소금기, 파도 소리, 모래의 질감, 지평선과, 자오선, 태양, 바닷물에서의 수영, 저 멀리의 올리브 나무로 세상은 꽉 차있다.
젊음의 특징은 아마도 손쉬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그 천부의 자질일 것이다.
그러나 젊음이란 무엇보다 먼저
거의 낭비에 가까운 삶의 서두름이다.
...
인생은 건설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불태워야 할 대상이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깊이 반성해보거나
더 훌륭한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다.
내게는 69킬로미터 거리의 그 길 어느 한 곳 추억과 감동이 깃들지 않은 데가 없다.
거칠던 어린 시절, 버스의 엔진 소리에 뒤섞이던 청소년 시절의 몽상들,
아침들, 싱그러운 여자애들, 해변의 모래사장들,
언제나 힘을 주어 팽팽하기만 하던 젊은 근육들,
열여섯 살 가슴속에 찾아드는 저녁의 가벼운 불안,
살려는 욕망, 영광,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늘 한결같은 하늘,
힘과 빛이 무진장인 그 하늘은 그 자체가 만족을 모르기에
몇 달 동안 계속 저 무시무시한 정오의 시각이면
바닷가 모래밭에 십자가 모양으로 바쳐진 제물들을 하나씩 삼켜버렸다.
아침녘에는 거의 감지되지 않는,
그러면서도 또한 늘 같은 바다.
길이 사헬 지역과 청동빛 포도밭 언덕들을 벗어나
해안 쪽으로 내려가자마자
지평선 끝에 다시 보이는 바다.
올 여름은 더웠다. 습했다, 바람 한점 불지 않았다. 계속될 것만 같았다.
그러다 여름이 갔다.
절벽처럼 가을이 왔다.
그리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그는 필경 평생 추위에 쫒겼으리. 가난, 장애, 차별, 병마, 투쟁, ......
그러나, 그는 평생 뜨거웠다.
파란 하늘 아래,
뜨거운 태양 아래,
발가벗고, 바닷가로 뛰어 들어가 자맥질 한 소년은,
바다와 하늘과 태양과 하나되어 온 몸으로 기뻐한 소년은,
이윽고 해안가로 나와, 미지근한 과일을 손으로 마음껏 먹으며 모래 사장에 누워있던 소년은
태양이 지며 나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질 때 노래 부르며 돌아오던 소년은,
결코 춥지 않다.
평생 추울 리 없다.
이미 그가 태양이자 여름인 까닭이다.
그래서 그는 이방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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