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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주는 요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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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네 케익 친구네 집에 슈크림을 사들고 가며 걱정했다너무 많아서 다 못먹으면 냉동실에 넣고 두고두고 먹어도 된다고친구네는 아들 딸, 정신없이 복작거리는데조카들까지 와서 이런 아수라판이 따로 없었다그 와중에조카의 생일을 기억한 내 친구하얀 케익 받침대를 꺼내더니 그 위에 딸기를 쌓아올린다가장자리에 팀탐과 슈크림을 돌려담고 초를 켰더니 순식간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케익이다불을 끄고 아이들과 어른이 둘러 앉아 “Happy Birthday To you” 내가 바라던 부자내가 바라던 지혜내가 바라던 엄마다사람이 가득하고 가볍고아름답고
씁쓸하고 맵고 향긋한 봄 새 집에서 잘 자니? 새 집에서 잘 먹니?  목포에서 돌아와 엄마는 달래와 냉이를 구하러 다녔다. 종댕이 매고서 산으로 들로  아니고, ㅋㅋ장바구니 들고 한살림, 하나로 마트로지.  아빠에게 새 집에서 새 봄의 맛을, 향을, 내음을 주고 싶었거든,  달래는 구근과 꽃같아, 튜울립이나 수선화같은 냉이는 민들레를 닮았어, 잡초 같기도 해. 엄마랑 아빠 같기도 하네 가늘고 길면서 머리가 큰 엄마땅에 야무지게 붙어 앉아 중심이 단단한 아빠,  달래나 냉이를 먹어본 기억도 없지만 말이다.  달래장을 만들어 곤드레 밥, 무우 콩나물 밥이랑 비벼 드렸지, 된장 찌게 위에 냉이를 듬뿍 얹어 끓여 드렸지.  아빠는 둘다 별 말이 없어,특히 된장 찌게는 감자랑 호박 몇 개만 젓가락으로 건져 드시고 엄마가 다 먹었더랬다. ..
요리는 장비빨-스타우브편 요리는 장비빨, 청소는 장비빨이란 말 믿지 않았다.나는 워낙 새로운 물건에 대한 관심도 없고, 무엇보다, 정리정돈을 못하는 내게 새로운 물건을 사는 일은 엄청난 스트레스이기에, 그러면서 무슨 옷은 그리 많이 사시는지요 라면 할 말이 없단다. 이사를 앞두고, 물건들을 많이 버렸으니, ㅋ 또 사야하지 않겠니? ㅎㅎ그래서 큰 마음 먹고, 스타우브의 주물 냄비를 샀다. 손목을 내어주고 밥맛을 얻었다는 그 무거운 가마솥 말이야.너 자취나갈 때 여자 친구와 고기 구워 먹을 때 쓰라고 사준 것 말이다.생각보다 더 컸고, 더 무겁더라, 일단 씻어서, 기름칠하고, 그 유명하다는 솥밥을 해봤지. 아빠 시험 합격하고 선물 받은 풍년 압력솥도 맛있고 좋았어. 작고 소박하고 극히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딱 아빠같은 밥 솥이었지...
흙을 먹는 나날. 미즈카미 쓰토무, 정진 요리선근,  정신과 의사 하지현의 추천으로 봤다. 사찰 요리라고 쓰려다 멈춘다. 절밥, 공양이라야 더 맞겠다. 저자가 사찰의 행자로 지내던 시절 노스님을 모시며 한 부엌 살림이 평생으로 이어진 이야기다.  나는 요사스런 소스, 요망스런 가니쉬를 앞세우는 음식에는 관심이 없다.  무던하고 소박하되계절을 나고 자란 고장을자신만의 맛과 향을 온전히 전해주는 음식을 원한다.  홍옥과 햅쌀과 감말랭이, 군밤, 굴국밥 같은,,,봄 나물과 여름 콩국, 가을 과실, 겨울 김장 김치와  고구마 같은,  그냥 씻어서, 양념도 거의 하지 않고, 껍질까지 버리는 거 하나 없이 통째로 다 먹기를 최고로 친다.  절 주변 흙에서 구해다 어둑신한 부엌에서 아무렇지 않게 마련해, 천천히 몸속으로 들어가는 자연..
뼈의 맛 어릴 적 엄마는 멸치를 먹이려 애쓰셨다. 뼈째 먹는 생선이니 칼슘이 많아서 뼈를 튼튼하게 하고 머리가 좋아진다셨다.    마른 멸치의 대가리를 따고 내장을 꺼낸 후 살짝 볶아 조리셨고, 때로는 국물을 우려내고 난 맹탕인 멸치도 먹으라셨다.  가끔 맨 멸치를 고추장 찍어 안주로 잘 먹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중 어른이 되어 술자리를 할 때에는  언젠가 남쪽 어느 고장에선가, 장어탕을 먹을 때 반찬으로 나온 뼈 튀김을 먹었더랬다. 바삭바삭 고소한 게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갈 기세였다.  바닷가 출신인 남편은 아나고 회를 최고로 쳤다. 꼬들꼬들 씹어먹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고 했다. 역시 뼈째 씹어먹는 음식이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시어머니는 마당에 연탄불을 피우고 오래도록 소뼈를 고아서 곰국을 끓이신다. ..
6월은 초록, 6월은 동그란 매실이 데구르르르 굴러가며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따가운 햇살 아래 나무 그늘로 걸어가며 바람 맞을 때 온전한 행복감을 맛본다. 이걸로 충분하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은 빛나고, 나뭇잎들은 가늘게 뒤챈다. 흙과 풀은 자기만의  향을 뿜어올리고 , 나는그저  내 발로 걸어간다.  너도 이런 기쁨을 누렸는지. 올해 유월에도 역시 ,  엄마는 매일 매일 이런 지복을 누린다. 한 여름 오기 전, 습기가 몰려 오기전, 태풍과 장마,  폭염이 닥쳐 오기 전, 나는 6월의 초록을 한껏 먹는다. 나날이 무성해지는 나무를 바라보고, 장터에 나오기 시작한 완두콩과, 매실을 아이의 눈으로 쳐다본다.  눈을 감는다. 이대로 눈을 감아도 괜찮지 싶다.  눈을 다시 떴더니, 오이가 보이더라, 가늘고 짤막한 게  맛있..
꿈처럼, 꿀처럼, 굴처럼 누군가  우리 나라의 장점을 말해보라 했다 치자, 모두들, 앞다퉈, 초고속 인터넷, 대중 교통,빠른 행정 처리, 인천 공항 등을 말하겠지. 한데 엄마는 상대방을 봐가며  우리나라를 다르게 자랑할 테야.  만일 그가 미식가에다 해산물을 즐긴다면, 무조건 굴을 손꼽겠어. 너 말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고급 식당에서 굴이 얼마나 비싼 값으로 팔리는 지 아니?각굴이라고, 굴 껍질 채  큰 접시에 5-6개 담아서, 레몬 즙 좀 뿌려서, 기 십만원 받는단다.맛이 뭐 그리 특별한가,아니. 그것도 아냐. 커다란 은쟁반 위 얼음을 담아  그위에다 굴을 올린 후, 은식기와 함께 대접한단다. 흰장갑을 낀 웨이터가 하나씩 떼어내서 주면 눈을 지긋이 감고, 아주 천천히 오래도록 음미하며 먹는다지. 뉴욕의 미슐렝 식당들은 굴철이..
19. 그건 약과지. 나는 할머니 입맛인지라, 약과를 좋아했기에 "그건 약과지". 란 말을 들으면 뭔가 대단히 맛있고 좋은 건 줄 알았다. 이런 내가 "문해력"이 어쩌고 저쩌고 할 자격이 있을까? 그건 약과지 ㅎ 약과는 마카롱 만큼이나 비싼 간식이란다. 밀가루만 해도 귀한 재료인데 참기름과 꿀 엄청 든다는 거 아냐? 장선용 선생님이 외국에서 아이들 낳고 키울 때 한국의 맛 기억하게 하려고 약과 많이 먹이셨다지. 엄마의 외할머니께선 명절마다 매작과 만들어서 주셨어.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펴서, 칼집을 낸 후, 꼬아서, 튀기면 아름답고 맛있었단다. 밥도 겨우 먹고 살던 시절에, 그 밥 마저, 흰 쌀은 거의 없고, 잡곡이 다였던 그 시절에 쌀 zip인 떡을 빚어 먹거나, 과자를 만들어 먹었다는 것은 대단한 사치지, 아마, 최소 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