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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주는 요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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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장비빨-스타우브편 요리는 장비빨, 청소는 장비빨이란 말 믿지 않았다.나는 워낙 새로운 물건에 대한 관심도 없고, 무엇보다, 정리정돈을 못하는 내게 새로운 물건을 사는 일은 엄청난 스트레스이기에, 그러면서 무슨 옷은 그리 많이 사시는지요 라면 할 말이 없단다. 이사를 앞두고, 물건들을 많이 버렸으니, ㅋ 또 사야하지 않겠니? ㅎㅎ그래서 큰 마음 먹고, 스타우브의 주물 냄비를 샀다. 손목을 내어주고 밥맛을 얻었다는 그 무거운 가마솥 말이야.너 자취나갈 때 여자 친구와 고기 구워 먹을 때 쓰라고 사준 것 말이다.생각보다 더 컸고, 더 무겁더라, 일단 씻어서, 기름칠하고, 그 유명하다는 솥밥을 해봤지. 아빠 시험 합격하고 선물 받은 풍년 압력솥도 맛있고 좋았어. 작고 소박하고 극히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딱 아빠같은 밥 솥이었지...
흙을 먹는 나날. 미즈카미 쓰토무, 정진 요리선근,  정신과 의사 하지현의 추천으로 봤다. 사찰 요리라고 쓰려다 멈춘다. 절밥, 공양이라야 더 맞겠다. 저자가 사찰의 행자로 지내던 시절 노스님을 모시며 한 부엌 살림이 평생으로 이어진 이야기다.  나는 요사스런 소스, 요망스런 가니쉬를 앞세우는 음식에는 관심이 없다.  무던하고 소박하되계절을 나고 자란 고장을자신만의 맛과 향을 온전히 전해주는 음식을 원한다.  홍옥과 햅쌀과 감말랭이, 군밤, 굴국밥 같은,,,봄 나물과 여름 콩국, 가을 과실, 겨울 김장 김치와  고구마 같은,  그냥 씻어서, 양념도 거의 하지 않고, 껍질까지 버리는 거 하나 없이 통째로 다 먹기를 최고로 친다.  절 주변 흙에서 구해다 어둑신한 부엌에서 아무렇지 않게 마련해, 천천히 몸속으로 들어가는 자연..
뼈의 맛 어릴 적 엄마는 멸치를 먹이려 애쓰셨다. 뼈째 먹는 생선이니 칼슘이 많아서 뼈를 튼튼하게 하고 머리가 좋아진다셨다.    마른 멸치의 대가리를 따고 내장을 꺼낸 후 살짝 볶아 조리셨고, 때로는 국물을 우려내고 난 맹탕인 멸치도 먹으라셨다.  가끔 맨 멸치를 고추장 찍어 안주로 잘 먹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중 어른이 되어 술자리를 할 때에는  언젠가 남쪽 어느 고장에선가, 장어탕을 먹을 때 반찬으로 나온 뼈 튀김을 먹었더랬다. 바삭바삭 고소한 게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갈 기세였다.  바닷가 출신인 남편은 아나고 회를 최고로 쳤다. 꼬들꼬들 씹어먹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고 했다. 역시 뼈째 씹어먹는 음식이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시어머니는 마당에 연탄불을 피우고 오래도록 소뼈를 고아서 곰국을 끓이신다. ..
6월은 초록, 6월은 동그란 매실이 데구르르르 굴러가며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따가운 햇살 아래 나무 그늘로 걸어가며 바람 맞을 때 온전한 행복감을 맛본다. 이걸로 충분하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은 빛나고, 나뭇잎들은 가늘게 뒤챈다. 흙과 풀은 자기만의  향을 뿜어올리고 , 나는그저  내 발로 걸어간다.  너도 이런 기쁨을 누렸는지. 올해 유월에도 역시 ,  엄마는 매일 매일 이런 지복을 누린다. 한 여름 오기 전, 습기가 몰려 오기전, 태풍과 장마,  폭염이 닥쳐 오기 전, 나는 6월의 초록을 한껏 먹는다. 나날이 무성해지는 나무를 바라보고, 장터에 나오기 시작한 완두콩과, 매실을 아이의 눈으로 쳐다본다.  눈을 감는다. 이대로 눈을 감아도 괜찮지 싶다.  눈을 다시 떴더니, 오이가 보이더라, 가늘고 짤막한 게  맛있..
꿈처럼, 꿀처럼, 굴처럼 누군가  우리 나라의 장점을 말해보라 했다 치자, 모두들, 앞다퉈, 초고속 인터넷, 대중 교통,빠른 행정 처리, 인천 공항 등을 말하겠지. 한데 엄마는 상대방을 봐가며  우리나라를 다르게 자랑할 테야.  만일 그가 미식가에다 해산물을 즐긴다면, 무조건 굴을 손꼽겠어. 너 말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고급 식당에서 굴이 얼마나 비싼 값으로 팔리는 지 아니?각굴이라고, 굴 껍질 채  큰 접시에 5-6개 담아서, 레몬 즙 좀 뿌려서, 기 십만원 받는단다.맛이 뭐 그리 특별한가,아니. 그것도 아냐. 커다란 은쟁반 위 얼음을 담아  그위에다 굴을 올린 후, 은식기와 함께 대접한단다. 흰장갑을 낀 웨이터가 하나씩 떼어내서 주면 눈을 지긋이 감고, 아주 천천히 오래도록 음미하며 먹는다지. 뉴욕의 미슐렝 식당들은 굴철이..
19. 그건 약과지. 나는 할머니 입맛인지라, 약과를 좋아했기에 "그건 약과지". 란 말을 들으면 뭔가 대단히 맛있고 좋은 건 줄 알았다. 이런 내가 "문해력"이 어쩌고 저쩌고 할 자격이 있을까? 그건 약과지 ㅎ 약과는 마카롱 만큼이나 비싼 간식이란다. 밀가루만 해도 귀한 재료인데 참기름과 꿀 엄청 든다는 거 아냐? 장선용 선생님이 외국에서 아이들 낳고 키울 때 한국의 맛 기억하게 하려고 약과 많이 먹이셨다지. 엄마의 외할머니께선 명절마다 매작과 만들어서 주셨어.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펴서, 칼집을 낸 후, 꼬아서, 튀기면 아름답고 맛있었단다. 밥도 겨우 먹고 살던 시절에, 그 밥 마저, 흰 쌀은 거의 없고, 잡곡이 다였던 그 시절에 쌀 zip인 떡을 빚어 먹거나, 과자를 만들어 먹었다는 것은 대단한 사치지, 아마, 최소 반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어머님, 뭔가 달라지셨어요. 시술이라도? 무슨 소리냐, 입술 위에 보랏빛 핏 자국같은 게 이빨같은데요. 사실 드라큐라같으십니다. 아빠도 확인해 봤스모니다. 껄껄껄, 매일 밤추운 밤거리를 걸어오면서, 아빠에게 . 바닥 따뜻하게 덥혀달라고, 욕조에 물을 받아놔 달라고, 전화한단다. 몸을 덥힌 후, 와인 1/3 잔 마시면서, 아빠랑 이야기 하다 잠들어서 그래. 아하, 그러니까, 핏자국이 맞긴 하네요. 포도 핏자국, 그렇군, 성당에서도 피라고 해, 예수님의 피. , 엄마는 밤마다, 피를 빨다가 잠드는 드라큘라 맞네, 어머닌 그럼, 늙지도 돌아가시지도 않겠어요. ㅎㅎ그런데 마늘도 좋아하시잖아요? 맞아, 내가 이렇게 밤마다 뱀파이어가 되다니. 그저 감사할 뿐이란다. 건강하니. 술을 마실 수 있잖아. 이런 저런 술 ..
"What you eat" is "Who you are". 네가 먹는 것을 알려주마, 네가 누구인지 알려줄게. 그런 말이 있다. 아마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으렴 내지는 , 작작 나쁜 거 먹어대렴 같은 뜻같은데 ㅎ 한때 나는 종이를 먹는 사람이었다. 나의 주식은 종이였다. 그런데 한때 영어 사전을 씹어 먹으면 영어를 통달하게 된다는 소문이 퍼졌다. 옛날 말이 다 옳은 것은 결코 아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아니다도 있다. 그때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맞다도 있다. 2000년이 되기 전에는 학생들이라면 Essence랑 Standard란 사전을 주로 봤다 나는 항상 누구나 아는 1등보다는 개성있는 2등을 좋아했다. 에센스도 그랬다. 두툼해서 붉고, 젖살이 남아있는 시골 소년같은 그 사전이 마음에 들었다. 그 사전을 사서 자주 찾아봤다. 요즘으로 치면 영어판 구글, 영어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