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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주는 요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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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street , food , fighter 한때 요리책을 보는 취미가 있었다. 요리책의 사진을 그리고 요리책을 글을 보면서 맛과 향을 상상하는 게 낙이었다. 호텔의 서가에 가면, 화보가 많았다(사진이야말로, 만국공용어니까) 두툼하고 판형도 큰 패션 화보며 요리책들을 묵직한 서가에서, 꺼내보며 몇 시간 보내다 오는게 낙이었다. 그때 호텔의 높은 천고, 큰 창을 덮던 길고도 두툼하며 묵직한 커튼, 예스러운 커튼 봉 , 그사이로 쏟아져 내리던 빛, 로비에는 피아노 소리가 흘러넘치고, 키크고 마른 여직원들이 허리를 곧추 세우고 걸어다녔다. 그곳에서 나는 street food란 푸른 요리책을 꺼내 보았다. 마음에 들어서 몰래 가져갈까 눈치도 봤다. 나는 지금도 책 도둑은, 사실 눈감아 주고 싶다. 결국 그 책을 다탁 위에 두고 왔지만 어디서도 다시 보지는..
22. 심심한 사과란 없다,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이고, 낮에 먹는 사과는 은이며, 밤에 먹는 사과는 ㄸ 이다 하루 한개의 사과는 의사를 멀리하게 한다.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표현을 이해 못한다고 온라인이 시끌 벅적했더랬다. 자취를 하다보면, 과일 챙겨먹기가 쉽지 않다. 고기는 구워 먹기도 쉽고 사먹을 일도 많으나, 생선을 먹기 어려워서, 집에 들를 때마다 갈치구이나, 고등어 구이를 잘 먹듯이 말이다. 야채는 더 그렇고 사과는 심심할 수가 없어, 심심할 리가 없다. 에덴 동산에서 우리를 쫒아낸 과일이 사과이고, 만유인력을 깨닫게 한 사과이자, 인류 전체를 거북목으로 만들어버린 스티브 잡스의 사과인데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사과 하나를 베어물고, 학교로 가길 바란다. 사랑한다. 너 역시 엄마 아빠 인생의 사과다. 내일 ..
21. 호랑이 보다 무서운 곶감, 해마다 가을이 깊어지면 할아버지께서 단감을 한 박스씩 보내셨다. 창녕 납골당 근처에는 감나무가 많았고, 아버진 감을 직접 따다가 차곡차곡 담아 그 위에 감나무 가지까지 얹어 보내 주셨다. 단감을 깎아서 먹고 그대로 내버려 두면 홍시가 되어 냉동실에 얼려 먹으면 아이스크림 같았단다. 물론 넌 싫어했어 ㅋㅋㅋ 껍질을 까서 잘 말리면, 곶감이 된다는데 엄마는 해 본적이 없다. 햇살 보다는 우리집 베란다 먼지를 듬뿍 끼얹은 곶감, 당연히 먹고 싶지 않겠지. ㅎㅎ 나 어릴 적 곶감엔 시설이라고, 첫눈같은 하얀 당분이 얹혀있었는데, 본지 오래다. 요즘은 대량으로 비닐 하우스서 말린다지. 온풍기 마구 틀어가며 상품 가치가 낮은 것들은 말랭이라고, 싼 가격으로 팔던데, 엄마는 태헌이네가 휴가 다닌다는 지리산의 그 민박..
20. see through옷차림 -튀김 see through란 옷 스타일이 있어, 그러니까, 속이 다 훤히 보이는 차림이지, 예컨데 검은 속옷을 입고, 흰 티를 입는다던가 하는 거 말이야, 물론 그물처럼 아주 성글게 짠 옷을 입어 안을 드러내기도 하지.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던데, 뭐든 끓는 기름에 넣어 튀기면 영양 손실은 최소화하고 맛은 배가 된다지. 사실 집에서 튀김을 하기란 상당히 성가신 일이란다. 온도의 변화가 일정한 아주 크도 밑이 두꺼운 그릇에 기름을 가득 붓고, 음식을 튀긴 후 남은 기름을 처리하기도 귀찮고 말이야. 무엇보다, 튀김옷을 잘 입혀야 해. 몇 년 전 아이스크림 튀김이 대유행한 적도 있단다. 아이스크림을 어떻게 튀겨, 아이스크림에 옷을 입혀서 순식간에 튀겨 내는 거지. 엄마는 먹고 싶지도 않고 먹어본 적도 없다만, 어쨌건..
18. 알레르기-땅콩과 참이슬 너의 태명은 땅콩이다. 널 임신했을 때 엄마는 "미래와 희망"이란 산부인과 병원에 다녔어. "김낙연 "선생님이 담당이셨다. 냉미남 과셨던 "김낙연 선생님"은 진료 내내 별 말씀이 없으셨어, 이렇게 몸무게 많이 불어도 되요? 괜찮아요. 그런데 출산이 다가올수록, 초음파 할때마다, 한숨을 쉬시는 거야, 왜이렇게 머리가 크냐, 혼잣말로 하셨지. 그러니까 네가 머리가 커서, 자연 분만 하기 어려울까봐 그러셨던 거지. 엄마는 그 말을 듣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더 열심히 운동했지만 넌 출산 예정일이 1주일이나 지나도 나올 조짐조차 보이지 않았지. 그때 엄마는 매일매일 관악산을 올랐단다. 남현동에서 서울대까지 매일매일 걸어 다녔으니까, 그래서 일까, 넌 꼭 아빠처럼 서울 대학에 가겠다고 했지. 꼭 자연 분만 하..
17. 피자로 업그레이드하기 너 고 3 때 도미노 피자 Vip회원이었던다, ㅋ우리집은 일주일에 2-3판은 너끈히 시켜 먹었지. 1+1 행사라도 하면 꼭 주문해서 앉은 자리서, 너 한판 다 먹고, 우린 감자 피자도 볼케이노 어쩌고도 자주 시켜 먹었더랬다. domino피자는 늘 dominate를 설명할때 큰 도움됐더랬다. 지배하다. 뭐 그렇게,말이다. 어쨌건, 현우궁에 갔을때 네 방에 피자 박스가 있더구나, 아마 친구들이 놀러와서, 피자 시켜 먹었겟지, 도우 끝부분의 빵만 그대로 남겨뒀더라, 그게 엄마는 그렇게 정겹고 사랑스럽더라, 난 네가 남긴 빵조각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었어, 마치 식빵 끝 자락 모아둔 거 먹듯이 말이야, 그 부분이 더 고소하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거든. 난 네 어릴 적이 그리워서, 너와 함께 지내던 시절이 그리..
16. 제사밥.-마지막 만찬 할머니는 제사를 중요시하셔서, 몇 달전부터 준비를 하셨지. 워낙 손이 크시고 솜씨가 좋으셔서, 뭐든 넉넉하게 사다, 여러사람 배부르게 먹고도 남을 정도셨단다. 엄마는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함께 먹은 식사가 홍어였던 걸로 기억해, 외식은 다대포의 감자탕이었던 거 같다. 그날의 노을을 기억해. 김해의 납골당 갈 때마다, 조카들은 편지며, 꽃을 준비하고, 할머니와, 동생들은 제수를 준비해가서, 가족끼리 나눠 먹고 오잖아, 산 아래 편의점에서, 커피 사서 마시고, 출발하고, 외할머니와 친할머니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날이 남아 있어서 새삼 참 다행스럽구나, 너와의 만찬은 더더욱 그렇고, 쓰다보니. 마지막 만찬이 과연 무엇일까 싶구나, 성서에서 "마지막 만찬"을 자주 봤는데, 엄마의 마지막 만찬은 과연 무엇일까 싶까..
15. 아빠는 만두, 아빠는 만두, 그 중에서도 김치만두를 좋아하셔, 우리집은 떡국에도 반드시 김치 만두를 넣고, 라면에도 김치 만두 넣어 먹는 거 즐기시잖아, 너 어릴적 할머니께서 만두 직접 만드셔서 우리 주셨던 거 기억 나니. 만두피 빚고, 만두속 하나하나 다 만드셨다다. 김치 다져서 짜고, 두부 사다 물 빼고, 양념하시고, 갈은 돼지고기며, 갖은 양념에 다진 당면까지, 아빠의 외할머니는 아빠를 하늘처럼 보살피셨단다. 네 외할머니와 친할머니가 널 하늘처럼 받드셨듯이, 외할머니는 깔끔하시고, 음식솜씨가 대단하셨대, 불심이 깊으시고, 그 할머니께서는 하나밖에 없는 외손주를 위해 늘 만두를 빚으셨대, 김치 만두를 , 그래서 인지 아버지의 소울 푸드는 김치 만두란다. 엄마는 한번도 아빠를 위해 김치 만두를 빚어본 적이 없어,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