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요리책을 보는 취미가 있었다. 요리책의 사진을 그리고 요리책을 글을 보면서 맛과 향을 상상하는 게 낙이었다.
호텔의 서가에 가면, 화보가 많았다(사진이야말로, 만국공용어니까)
두툼하고 판형도 큰 패션 화보며 요리책들을 묵직한 서가에서, 꺼내보며 몇 시간 보내다 오는게 낙이었다. 그때 호텔의 높은 천고, 큰 창을 덮던 길고도 두툼하며 묵직한 커튼, 예스러운 커튼 봉 , 그사이로 쏟아져 내리던 빛, 로비에는 피아노 소리가 흘러넘치고, 키크고 마른 여직원들이 허리를 곧추 세우고 걸어다녔다.
그곳에서 나는 street food란 푸른 요리책을 꺼내 보았다. 마음에 들어서 몰래 가져갈까 눈치도 봤다. 나는 지금도 책 도둑은, 사실 눈감아 주고 싶다. 결국 그 책을 다탁 위에 두고 왔지만 어디서도 다시 보지는 못했다.
우리 나라로 치면 포장 마차, 우리나라로 치면 떡볶이, 순대 따위를 파는 각국의 노점상들을 소개하는 책이었다.
그때 나는 놀랐다. 거리의 음식들이 모두 동그랗구나 싶어서,
호떡, 딤섬, 피자, 떠올려 봐, 다 둥글다. 뭔가 둥근 탄수화물 위에 무언가 다른 것들을 얹어서, 서서도 들고 다니면서도 먹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김밥도, 꼬치도, 탕후루도 다 그렇다. 뽑기마저,
백종원씨가 스트릿 푸드 파이터란 프로그램에 나온 것들 봤다 각국을 다니며 그 나라의 거리 음식을 맛보는 내용.
우리 가족은 명절 마다 부산에 가서, 거리 음식먹기만을 기다린다. 남쪽의 항구로 가서, 우린, 밀면을 먹고, 남포동 먹자 골목에 가서, 특별히 맵고 빨간 떡볶이를 먹고, 어묵이며 물떡도 몇 꼬치나 먹고, 한때 씨호떡도 줄 서서 몇개씩 사먹었더랬지. 아구찜이며 장에 찍어먹는 순대까지 말이다.
street fighter란 게임이 유명했던 적도 있었는데, 아빠는 그 게임을 자주 하셨지.
이종 격투기가 큰 인기를 끈 적도 있고,
쓰다보니, street 과 food야말로 이종 격투기의 장이구나, 음식을 거리에서 만들고 먹다니 그게 가능한 일일런지.
집에서 앉아 먹던 음식을 밖에서 서서 먹도록 싸운 역사구나. 그래서 먹고 사는 일은 그렇게 피 냄새가 났구나, 그래서, 숭고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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