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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주는 요리책

25. 복달임-민어 이야기

이열치열

열은 열로 다스린다고, 복날에는 복달임음식을 먹는다.

더운 날씨로 입맛을 잃어 떨어진 기력을 보충하려고 특별히 장만한 음식들을 먹는다.

수박, 참외, 복숭아처럼 몸의 열을 내려주고 수분을 보충해주는 과일부터

삼계탕, 개장국, 냉면, 서울 경기 지방에서는 육개장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알이 잘 든 민어를 사서, 햇살에 잘 말린 어란, 

부레의 맛은 젤리 같다고 하고, 

껍질을 불에 구어서 먹고, 

살은 회로, 전유어로, 먹고, 남은 뼈와 살은 큰 들통에 넣어 애호박 넣고, 오래 끓여 탕으로 먹었다고 한다. 

 

박완서의 "그 남자네 집"에 나온다. 내가 처음 먹은 민어이다. 

결혼하고, 시어머니와 함께 살던 새색시 시절의 이야기이다. 

 

내가 두번째 먹은 민어는 이정임 선생님 댁이었다. 

타워 팰리스의 펜트 하우스에 사실 적, 나를 집으로 부르셨고, 

겨울이었지만, 민어 찌게를 주셨다. 아주 단백한 생선이 소고기 보다 더 맛있었다. 

 

이번 여름에 먹은 민어는 이정우, 이영희 모녀의 그것이다. 

노량진 시장에 단골집에 민어 사러갔더니, 가게 주인장이 이정우씨를 안고 울면서 이영희 선생님 이야기를 하더란다. 

이정우씨는 큰 민어를 사와서, 회 뜨고, 지리에, 부레 등등, 호사스러운 상차림을 올렸다. 그녀 역시 어머니께 배운대로, 큰 물고기를 잡아다가 하나도 버릴 데 없이 다 베푼다. 

 

서울 반가에서 먹던 음식이라는데, 그 먼데서, 어떻게 민어를 가져다가, 어란을 만들고, 부레를 먹었으며 회를 뜨고 찌개를 끓여다가, 전유어에 구이를 해먹었을까 전라도, 신안에서, 마포까지 배로 와서, 반가에 들어갔던가, 

 

여름의 축제, 

부유한 여인들이 대접해 준, 단백질 덩어리. 

풍성하지만, 하나도 버릴 게 없는, 환대,,,

한 여름의 축제, 

뜨겁지 않고도 얼마든 뜨거울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