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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주는 요리책

26. 랭면에 대하여( feat 낭만에 대하여)

원래는 이북음식이었다지요. 

남한으로 피난온 북쪽 사람들이 고향의 맛을 그리며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속초의 명태 냉면, 부산의 밀면이 그렇듯, 그들은 고향을 그리며 타향의 물과 땅을 비볐습니다. 한 그릇 으로 말아 후루룩 먹고 국물까지 말끔이 비어내었어요.

 

그 추운 곳에서 , 그 겨울 , 얼음 낀 찬 국물에 메밀면을 말아서 먹었다는 것도 생각해보면 신기합니다. 여름엔 이열 치열, 겨울엔 이한 치한이란 말인가? 

그러다가 다시 냉면이 우리 모두의 상에 올라왔습니다.

옥류관의 냉면입니다. 그러니까, 북한과의 관계가 좋아지려할 때마다 그들은 밥상에 옥류관의 냉면을 올렸습니다. 

북한과 외교 관계가 있는 국가에 가면 그 냉면을 맛 볼 수 있다지만, 저는 그 맛이 궁금했습니다. 

꿩육수는 어떤 맛일까, 순메밀은 너무 잘 끊어진다는데, 어느정도의 염도일까, 실같은 저 지단맛은 어떨까, 등등, 

옥류관에서 제면기를 가져와서, 청와대 관저에서 직접 면을 뽑아 만찬을 준비한다는 기사를 보았어요. 아주 기나길고 가늘디 가는 메밀 실 한올이 함경북도 저 끝에서 대동강 지나, 평양은 넘어 개성 거치고, 드디어 서울까지 이어지구나 싶었습니도 그 한가닥 실이 끊어지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릅니다. 

가늘고 길어서 예부터 장수를 빌면서 먹어왔고, 

그 쫄깃한 식감으로 별식이라 사랑을 받아왔던 

냉면,

아닌가,, 랭면인가요? 

저는 

가고 싶은 곳이 멀어서, 

그리운 사람이 멀어서, 

추울 때

 

이곳의 땅과 물을 비벼서, 

오소소하게 소름 돋고, 이빨을 딱딱 부딪혀 가며 

냉면을 먹습니다. 

내 입에서 목구멍을 타고, 위와 식도, 그 머나먼 길을 한 올의 실이 머얼리 멀리 가 닿기를.... 

실 한가닥을 온 몸으로 떨면서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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