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가을이 깊어지면 할아버지께서 단감을 한 박스씩 보내셨다.
창녕 납골당 근처에는 감나무가 많았고, 아버진 감을 직접 따다가 차곡차곡 담아 그 위에 감나무 가지까지 얹어 보내 주셨다.
단감을 깎아서 먹고 그대로 내버려 두면 홍시가 되어 냉동실에 얼려 먹으면 아이스크림 같았단다.
물론 넌 싫어했어 ㅋㅋㅋ
껍질을 까서 잘 말리면, 곶감이 된다는데 엄마는 해 본적이 없다.
햇살 보다는 우리집 베란다 먼지를 듬뿍 끼얹은 곶감, 당연히 먹고 싶지 않겠지. ㅎㅎ
나 어릴 적 곶감엔 시설이라고, 첫눈같은 하얀 당분이 얹혀있었는데, 본지 오래다.
요즘은 대량으로 비닐 하우스서 말린다지. 온풍기 마구 틀어가며
상품 가치가 낮은 것들은 말랭이라고, 싼 가격으로 팔던데,
엄마는 태헌이네가 휴가 다닌다는 지리산의 그 민박집에서 동지가 다가오면 감 말랭이 10봉씩 주문해서 겨우 내내 먹곤했지.
전화 번호 알려줄게 나중에 네가 주문해주렴, ㅋㅋ
그냥도 먹고, 요거트에 넣어 먹기도 하다보면 어느새 모든 옷이 작아져서, ㅠㅠ
경칩이니, 하는 날 무렵이 되면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해야 했지. 그런 점에서 현대인도 여전히 음력 세시의 영향아래 살고 있다고 본다.
네게 호랑이 보다 더 무서운 건 무엇일까, 엄마는 여전히 곶감이었는데, 네 친할아버지는 호랑이같으셨으니까, 실제로 호랑이 띠셨으니까,
감이 좋다
감으로,
그런 말 자주 듣는데, 감처럼, 여러 감각을 가진 과실이 있을까, 그 돌덩이처럼 떫디 떫은 감 속에 어찌 그리 단 맛이 숨어있었을까, 그 감미를 말려가며 늘린 사람의 지혜는 또 얼마나 놀라운지. .....
동남아에 다녀온 사람들은 너도 나도 망고 같은 건과를 사오고, 건과 만드는 과정을 본 사람들은 비위 상해서 절대로 못먹는다는데, 아빠는 당뇨로 곶감이 호랑이보다 더 무서우시대...
아직 엄마 아빠에겐 곶감이 호랑이 보다 더 무섭다, 넌 어떠니. 현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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