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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주는 요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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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부침을 겪었기에 부침개 -아빠편 아빠는 부침개를 좋아하셔, 네가 아빠를 위해 부침개를 해봐도 좋겠지. 일단, 부추나 파, 뭐든 좋아, 깨끗이 씻어서, 아무렇게나 잘라둬, ㅋㅋ 새우, 오징어, 그리고 청량 고추가 들어가야 맛있어, 달걀 하나를 풀고, 아빠는 당뇨가 있으시니, 밀가루가 좋을 리가 없다 그래서 엄마는 아주 최소량의 밀가루를 넣어서, 거의 부추 접착제의 역할을 할 정도로만 쓴다. ㅋㅋ 어쩌면 따뜻한 샐러드일런지도 모른다. 아빠의 부침개는, 부침개는 불조절이 중요해, 일단 후라이팬을 달궈야 해. 김이 조금 날 정도로, 후라이팬이 열받아 스팀을 뿜어낼 정도로 가열해, 엄마는 아빠를 위해 좋은 기름을 써, 논삼 김여사의 들기름이나, 질좋은 올리브유를 두르고, 뜨거울 때 반죽을 골고루 편다. 예전에는 그걸 뒤집었는데, 엄마도 드디어 ..
13. 서울 대신 소울 푸드 아침에 리틀 포레스트를 보는데요. 저는 일본 영화 제 취향이 맞지 않아 별로지만, 이 영화만큼은 몇 번씩 봐도 좋더라구요. 오히려 한국의 리틀 포레스트보다도 더 영화를 보고 나면, 추운 겨울 뜨거운 국밥을 먹고 난 것처럼, 호되게 앓고서 흰 쌀밥에 적당히 익은 김치. 좋은 고기 굽고, 달걀 말이, 나물 두어가지랑, 먹은 후 과일 한쪽 먹은것처럼,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제 소울 푸드가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전 팥죽, 지리산 감말랭이, 초콜렛, 무화과, 한겨울의 굴 듬뿍 넣은 무우국 이더라구요. 쓰고 보니, 전 참 스윗한 여자군요. ㅋㅋㅋ 단 것을 아주 좋아하는 현우야, 너도 스위한 남자인지. 아니면, 짠내 나는 남자인가, 감칠맛나는 남자인가
12. so do I-소주 아이. 우린 농담으로 "나도 그래"란, "so do I"를 소주 아이라고, 말하곤 했지. ㅋㅋㅋ 내겐 소주란 알코올, 소독약, 고기 잡내 제거 뭐 그정도, 아, 외국인들은 초록 병속의 마술로 알고 있대더라, 초록 병에 든 뭔가를 마시면 눈물이 나면서 비밀을 술술 털어내는, 한국 영화의 클리셰가 그런 인상을 줬겠지 ㅋㅋㅋ 깔끔하면서도 살짝 씁쓸하고 그러면서 단맛도 있어요 배부르지 않고 같이 먹으면 맛있는 안주가 많아서 싸게 취할 수 있다. 배부르지 않고 짜릿하게 타고 들어가는 소주만의 느낌. 이건 소주야! 하는 안주가 있지요 쌀쌀하게 흐린 날 약간 배 시장할 때 고기든 찌개든 국물이든 소주 한잔 따악 ~~ 깔끔하게 찌르르 소주는 배 부르지 않아요. 전 커피랑 술 걷기를 사는 동안 최대한 오래 하고 싶어요. 원초적..
11. 몸서리치게 추운 날에는 저는 일단, 오븐에서 막 구워 나오는 빵과 커피를 마시겠어요. 혀가 델 듯이 뜨거운 칼국수나, 수제비도 좋습니다. 자매품 우동도 환영합니다. 무우랑 굴을 다 때려 붓고 끓인 굴국도 몸보신입니다. 한 겨울에는 무엇보다, 뜨뜻한 아랫목에 배지지며 손톱이 노래지도록 먹었던 귤, 달콤한 찹쌀팥떡, 무우 시루떡, 봄이 올 무렵에는 살이 토실토실 올라, 바지 지퍼가 올라가지 않던 기억도 나네요. 너는 에스키모처럼, 대륙의 한족처럼, 물론 고기를 먹겠지. ㅋㅋㅋ
10. 눈물 젖은 빵이란, 필라테스 하는 곳 1층에 아주 맛있는 빵집이 있어요. 이렇게 추운 날 운동 마치고 들러, 막 나온 따끈따끈한 밤식빵, 찐뜩찐득 쫄깃 달콤한 브라우니, 닭고기 같은 식빵, 쭉쭉 찢어먹으면 얼마나 맛있나요.? 밀가루와, 버터, 설탕, 우유가 만들어낸 맛이요. 커피랑 같이 먹으면 또 얼마나 맛있나요? 진짜 행복해지면서, 녹아내릴 것 같은 기분이 들잖아요. 한데 남편은 당뇨가 심하고요 ㅠㅠ 저는 살찔까봐, 못먹습니다. 돈도 많은데도요. 돈 잘 벌면 뭐하나 싶어요. 빵도 제대로 못사먹고요. 제 마음 속 천국은 반드시, 빵과 케익, 아이스크림이 넘쳐나는 곳인데요. 저는 이리, 지옥에 살고 있네요. ㅠㅠ 노래합니다. 먹세, 먹세, 젊어서 먹세, 늙어지면 못 먹나니 참, 너는 빵을 좋아하지 않는구나, 그럼 넌 눈물젖은..
9. 너네, 국물도 없을 줄 알아 아빠는 엄마랑 결혼하면서 김치랑 국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문제는 엄마가 김치랑 국을 못하는데 있다. 비극은 다 거기서 시작되었다. ㅠㅠ 엄마는 특히 국을 잘 못 끓인다. 간도 잘 못맞추겠고, 특히 시원 하다느니, 얼큰 하다느니, 하는 맛은 도대체 어떤거니, 내가 하면 왜 다들, 쓴 맛이 배인다는 둥, 뭔가 부족하다는 둥 야단인거야 멸치 육수건, 고기 육수, 채수 건, 얼마나 정성스럽게 준비했는데 , 갖은 양념은 또 어떻고 ㅠㅠ 어쨌건 아빠도, 엄마의 국물 거부, 너 역시 엄마의 국물 거부, 염분이 많아서 살찐다나, 너희 둘다 국물도 없을 줄 알아랏,
8. 너와 나의 햇반이란, 사실 네가 햇반을 처음 먹던 날 엄마는 충격이었다. 물론 네가 싫어한 콩밥만 한 엄마 책임도 있다. 그렇지만, "콩밥"을 자식에게 먹인 건 아니다. ㅋㅋ 물론 네가 싫어한 잡곡밥만 지어야 했던 엄마 책임도 있다. 가공 식품을 거의 사지도 먹지도 않는 엄마에게서 나고 자란 네가, 햇반을 전자레인지에 덮혀서 맛있다며 먹는 모습을 처음 본 날, 콩 심은 데 팥이 나는구나 싶기까지 했다. 흰 쌀밥을 먹고 싶고, 따뜻한 흰 쌀밥을 먹고 싶은 네게 햇반이 편리하고 맛있었겠으나, 엄마에게 한끼란 밥이다. 아니 엄마 또래 대한민국 사람들은 다 그럴 것이다. 전세계를 점령한 쿠쿠도 있고, 독일의 휘슬러 따위는 예전에 젖혀버린 풍년 압력솥에 가마솥 주물 냄비, 뚝배기 등에 잘 씻어 불린 쌀 넣고, 갖 지어 김이 모락모락 ..
7. 가늘고 길게 살자면 ㅎ누들 로드를 걷다. 너는 아기 현우 일때부터 면을 좋아했다. 가늘고 길게 살자면, ㅎㅎ 국수, 라면, 우동, 라멘, 소바, 스파게티,등등 모든 면을 즐겼어. 일단 면을 잘 삶으려면, 큰 냄비에 물을 충분히 붓고, 팔팔 끓을 때 면을 넣고, 다시 부르르 끓을 때 찬물을 한 컵 정도 부어 또 끓어오르면, 찬물에 빨리 헹궈라, 식초 넣으면 면이 탱탱해진다고 들 하고, 얼음을 넣으면 면이 더 쫄깃하다고 하던데, 면은 동전 하나만큼의 크기여야 한다고들 하고, 스파게티 면이 익었는지 알아보려면, 벽에 던져보면 된다는데 왜 더럽게 벽에 던지는지 모르겟더라, 던져서 버리란 거냐,? 다시 먹으라는 거냐? 어쨌건 면이 불지 않는 것이 생명이기도 한다. 그것도 자신할 수 없는게 면이 퉁퉁 불어야 맛있다는 사람도 분명 있더라, 그들은 굵고 짧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