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네가 햇반을 처음 먹던 날 엄마는 충격이었다.
물론 네가 싫어한 콩밥만 한 엄마 책임도 있다.
그렇지만, "콩밥"을 자식에게 먹인 건 아니다. ㅋㅋ
물론 네가 싫어한 잡곡밥만 지어야 했던 엄마 책임도 있다.
가공 식품을 거의 사지도 먹지도 않는 엄마에게서 나고 자란 네가, 햇반을 전자레인지에 덮혀서 맛있다며 먹는 모습을 처음 본 날, 콩 심은 데 팥이 나는구나 싶기까지 했다.
흰 쌀밥을 먹고 싶고,
따뜻한 흰 쌀밥을 먹고 싶은
네게 햇반이 편리하고 맛있었겠으나,
엄마에게 한끼란 밥이다.
아니 엄마 또래 대한민국 사람들은 다 그럴 것이다.
전세계를 점령한 쿠쿠도 있고,
독일의 휘슬러 따위는 예전에 젖혀버린 풍년 압력솥에
가마솥 주물 냄비, 뚝배기 등에 잘 씻어 불린 쌀 넣고, 갖 지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이 햇반이지.
비닐로 된 뚜겅을 살짝 젖히고, 전자 레인지에 2분가량 돌려 먹는 레토르트 밥이 햇반이라니........
지금이라도 엄마가 네게 쿠쿠를 사줄까 생각중이다. 네가 24개씩 든 팩을 주문해서 먹는다고 할때마다, 마음이 편치않다.
엄마에게 햇반이란, 기적소리같은 압력솥 추가 울리면, 불을 끄고 부엌에 천천히 퍼지는 온기와 밥 냄새, 그리고 압력추의 김이 어느 정도 빠지고 난후, 안경이 뿌여지도록 뜨거운 김을 내는 뚜껑을 열고, 이윽고, 주걱으로 휘저어, 담아내는 것일진대...
너와 나의 햇반이 이리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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