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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주는 요리책

씁쓸하고 맵고 향긋한 봄

새 집에서 잘 자니? 

새 집에서 잘 먹니? 

 

목포에서 돌아와 엄마는 달래와 냉이를 구하러 다녔다. 

종댕이 매고서 산으로 들로  아니고, ㅋㅋ

장바구니 들고 한살림, 하나로 마트로지. 

 

아빠에게 새 집에서 

새 봄의 맛을, 향을, 내음을 주고 싶었거든, 

 

달래는 구근과 꽃같아, 튜울립이나 수선화같은 

냉이는 민들레를 닮았어, 잡초 같기도 해. 

엄마랑 아빠 같기도 하네 

가늘고 길면서 머리가 큰 엄마

땅에 야무지게 붙어 앉아 중심이 단단한 아빠, 

 

달래나 냉이를 먹어본 기억도 없지만 말이다. 

 

달래장을 만들어 곤드레 밥, 무우 콩나물 밥이랑 비벼 드렸지, 

된장 찌게 위에 냉이를 듬뿍 얹어 끓여 드렸지. 

 

아빠는 둘다 별 말이 없어,

특히 된장 찌게는 감자랑 호박 몇 개만 젓가락으로 건져 드시고 엄마가 다 먹었더랬다. 

 

약간 서운하긴 했지만, 어쩌겠니, 

그게 아빠의 식성인 걸, 

엄마가 서운해하는 걸 아빠는 상상도 못할 거야. 

엄마가 며칠 전부터 그에게 봄맛을 보여줘야지. 

달래와 냉이가 자취를 감추고 내년에서 다시 싹을 틀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봐, 발을 동동 굴렸다는 걸, 모를 거야, 

 

 

달래도 냉이도 씁쓸하고 매캐하면서 향긋하기도 했어, 

봄도 그렇잖아, 

 

그런 내 마음으로 충분했어

잠깐 떠돌던 향으로 충분했어

내가 맛본 걸로 충분했어, 

 

봄은 말이다. 

그냥 달래와 냉이를 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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