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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주는 요리책

뼈의 맛

어릴 적 엄마는 멸치를 먹이려 애쓰셨다. 뼈째 먹는 생선이니 칼슘이 많아서 뼈를 튼튼하게 하고 머리가 좋아진다셨다.    마른 멸치의 대가리를 따고 내장을 꺼낸 후 살짝 볶아 조리셨고, 때로는 국물을 우려내고 난 맹탕인 멸치도 먹으라셨다.  가끔 맨 멸치를 고추장 찍어 안주로 잘 먹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중 어른이 되어 술자리를 할 때에는 

 

언젠가 남쪽 어느 고장에선가, 장어탕을 먹을 때 반찬으로 나온 뼈 튀김을 먹었더랬다. 바삭바삭 고소한 게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갈 기세였다. 

 

바닷가 출신인 남편은 아나고 회를 최고로 쳤다. 꼬들꼬들 씹어먹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고 했다. 역시 뼈째 씹어먹는 음식이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시어머니는 마당에 연탄불을 피우고 오래도록 소뼈를 고아서 곰국을 끓이신다. 몇번씩 물을 갈아가며 뼈를 고아 뒤섞으면 뽀얀 국이 몇 대접 나온다. 거기에 소금과 후추, 파를 잔뜩 얹어서, 흰 쌀밥과 함께 먹는다. 물론 갓담근 김치도 같이,

어머니는 갈비를 드실 때마다 뼈에 붙은 살이 가장 맛있다며 아껴 드셨다. 정말 그랬을까? 

 

단골 정육점에 삼겹살을 사러 가면 오돌뼈가 있는 부위라며 따로 챙겨주신다. 나는 잘 모르겠다. 

 

감자탕도 실은 돼지 등뼈를 오래 고아서 갖은 야채 넣어 맛을 낸 음식이다. 뼈 사이사이 고기가 별미라고 한다. 

 

이 모두 뼈의 맛이다. 

 

 

큰 스님들이 돌아가시면 화장한 후, 유골을 수습한다. 함께 사리를 수습하기도 한다. 유골은 가루가 되어 유언대로 뿌려진다. 

 

"스님 불 들어갑니다. "

법정스님 돌아가신 후 다비식이 중계되었다.

신도들과 제자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법정 스님은 사리 수습도 말라셨고 후박나무가 있는 일지암에 뼈가루를 뿌리라 말씀을 남기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화장터에서 뼈를 봤다. 

아버지의 뼈를, 

그 때는 그저 실감이 나질 않았다. 그 모든 것이 

곧 아버지의 뼈는 재가 되어 함에 담겨, 손수  마련하신  납골당에 안치되었다. 

 

어머니와 동생은 자주 아버지의 뼈가 계신 집에 들르신다. 

아버지가 바라보시던 하늘과 강을 바라보고 

바람과 햇살과 대기에 잠겼다 오신다. 

 

뼈 아프다는 말은 아껴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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