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장비빨, 청소는 장비빨이란 말 믿지 않았다.
나는 워낙 새로운 물건에 대한 관심도 없고, 무엇보다, 정리정돈을 못하는 내게 새로운 물건을 사는 일은 엄청난 스트레스이기에,
그러면서 무슨 옷은 그리 많이 사시는지요 라면 할 말이 없단다.
이사를 앞두고, 물건들을 많이 버렸으니, ㅋ 또 사야하지 않겠니? ㅎㅎ
그래서 큰 마음 먹고, 스타우브의 주물 냄비를 샀다.
손목을 내어주고 밥맛을 얻었다는 그 무거운 가마솥 말이야.
너 자취나갈 때 여자 친구와 고기 구워 먹을 때 쓰라고 사준 것 말이다.
생각보다 더 컸고, 더 무겁더라,
일단 씻어서, 기름칠하고, 그 유명하다는 솥밥을 해봤지.
아빠 시험 합격하고 선물 받은 풍년 압력솥도 맛있고 좋았어. 작고 소박하고 극히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딱 아빠같은 밥 솥이었지.
스타우브 꼬꼬떼는 글쎄. 생각보다 깊이가 깊어,
국밥 찌게 하기 다 좋다고 해서 샀는데, 엄마 아빠 둘이서만 쓰기에는 조금 큰 거 같기도 해
제가 어서 한국으로 돌아와서, 셋이서 솥밥을 해먹으면 딱 맞춤할 거 같아.
눈물나는 나의 아들아,
가마솥을 들이고 나서, 매일 아빠를 위한 밥상을 차렸어,
그 유명한 달걀 폭탄찜
여러 솥밥들
곤드레밥,
굴 무우 콩나물 밥
콩나물 버섯 솥밥 등 말이다.
시간이 절약 되는 줄은 잘 모르겠어,
솥밥을 맛있게 하려면 진하게 우린 육수를 써야 한대, 들기름이나, 올리브유도 두르고,
그래야 감칠맛이 나겠지.
바글바글 끓을 때까지 내버려두었다가, 뚜껑을 닫고, 중불에서 1-20분 두었다가 불 끄고 더 뜸들이란다.
고기를 하도 구워내는 통에 다 망가진 후라이팬을 다 버리고, 이번에는 스탠레스 팬을 샀단다. 좋다는 코팅팬도 하나 사고, 작은 사이즈로 주물팬도 사려고 벼르고 있어.
반짝거리는 팬들을 보니, 요리할 마음이 마구마구 생겨
요리는 장비빨이란 말이 맞는 거 같아,
그렇겠지. 매일매일 하는 살림이 심드렁해질 무렵,
간장 종지라도, 하나 새로 들여 놓으면 기분 전환이 되면서 신이 나서, 새로운 마음으로 부엌 살림을 하겠구나 싶었어.
엄마는 벽에 은식기, 동식기,금후라이팬을 걸어두겠어,
반짝반짝 빛나게 닦아둘거야,
그리고 바질을 키울거야, 베란다에, 음식마다 바질을 따서, 넣을 거야. 할머니께 배워야지.
벽에 반짝거리는 팬들 걸어놓고, 너와 아빠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다.
엄마는 아빠를 봐도, 너를 봐도, 마음이 아파, 슬픔이 밀려와,
널 위해 깊고 무거운 마음으로 밥을 짓는다.
가마솥에 군불 지피고, 찬물로 벌개진 손으로 밥을 짓는다.
아빠는 양념장을 발라서 맛있게 드셔,
두터운 스테인레스 팬을 달궈서, 뜨겁고 또 뜨겁게 뭔가를 만들어 줄게
어서 와라,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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