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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25년 수능 전날, 민섭이를 보내고

 

이 엽서는 예일여고 나와 경인 교대 졸업 후 너무나 훌륭한 교사가 된 김정윤과, 김영서를 광화문 빌스에서 만나던 날 가져온 거야.
아마 5-6년 전일거야.
그 누나들과의 추억이 담긴 엽서야.
그 누나들의 기운이 부디 네게 전해 지기를
 
민섭아,
초중학교 때 학교에서 거의 다 자고, 배틀 그라운드만 하다가 중 3 겨울방학 때 내게 공부하러 왔었지.
정말 알파벳만 알던 네가, 이제 수능 시험 보러 가는구나,
 
너는 날 잊을 수 있겠지만,
물론 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생각하겠지만
널 절대로 잊지 않을 거다.
 
공부 잘하고 야무진 아이야, 나 말고도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많겠지.
넌 내가 기억하고 네 편이 되어주마,
 
그런뜻에서 난 "Bills" 란 엽서를 택했어. 빌고 또 빌고 또 빌어주겠어란 뜻이지. ^^
 
물론 난 영어 선생이니까, 마지막으로 또 한번 더 수업한다. ^^단어 " bill" 은 뭔가 네모난 이미지를 갖고 있어. 그러니까, 지폐, 영수증, 법안, 그리고 새의 부리를 뜻한다. 그런 네모난 모든 것들 다 네 것이 되길 빌어주마,
지폐, 영수증, 법안, 새의 부리 그 모두가 네게 오도록 빌고 또 빌어줄게
아참, 그리고 william이란 남자 이름의 준말로 가장 흔한 이름이기도 해. ㅎ
 

 
 
추신:
 
민섭아,
수능 전날 잠을 못자도 괜찮다. 수능 전날 제대로 푹 자는 사람 없다. 하루쯤 못잔다고 않죽는다.
국어 볼 때는 우리말이니까,
수학 볼 때는 다 잘 못하니까,
점심 맛있게 먹고, 뭔가, 정신이 번쩍 드는 거 하나 더 먹어라 초코렛, 사탕, 하리보 그 뭐든,
그리고 영어 시험을 볼 때는 말이다. 일단 듣기할때 최선을 다하되 혹시라도 못들으면 과감하게 버려라,
3페이지까지는 1개만 틀리고
4페이지는 다 맞추자
5페이지는 예의상 하나만 틀려주자
6페이지는 딱 보고, 기분 나쁜 애는 제껴라, 다른 애들도 다 못한다.
7페이지는 똥꾸뽀뽀 잊지 마라, 그러니까 똥꾸도, 입술도 함께 맞춰야 한다.
8페이지도 하나만 틀려주자,
 
민섭아,
모의때마다 찍어 풀던 애들, 갑자기 수능 날 가서, 지문 읽다가 의문사, 돌연사, 안락사 하더라고,
각 지문이 무슨 말을 하는지, 각 문항 5-10문장 중 하나에는 반드시 들어있다.
너를 믿고, 귀를 기울여라,
니 모? 하고 풀어라, 모르면 제껴라,
너 틀리고 싶은 거 다 틀려도, 2등급은 나온다.
미리 틀리고 싶은 거 정해 놓는 연습도 많이 했었지?
 
네게 기쁜 소식이 온다면 기쁘겠고,
종무 소식이라면 그 역시 희소식으로 여기겠다.
 
네 건강과 행운을 빈다.
 
 
2024년 11월 13일 밤, 한나,
 
 
 
#신도고#충암고#송민섭#배틀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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