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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s

한강의 기적.

출근길에 야채를 사러 들른 가게에서 한  학생의 어머니를 봤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이  분명 날 알아차리고도 모르는 척 했다. 

그녀는 꼭 자신을 닮은 자매를 악착같이 뒷바라지 해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게 했더랬지. 

나는 신선한 콜리 플라워와 영양 부추를 사느라, 그녀를 아는 척할 수가 없었다. ㅎ

 

오후에는 또 다른  어머니와 그 아들을 만났다. 

9살 짜리 아가다. 하얗고, 순둥하면서 부끄러워하는 아이와 동화책을 읽었다.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 "뱃속 마을 꼭꼭이"를 읽게 했다. 

다음 "신기료 할아버지의 크리스마스"를 내가 읽었다.

현우가 아이였을 때 매일 번갈아가며 읽던 책을 다시 다른 아가와 함께 보니 새로웠다.

바바라 쿠니의 그림책은 날 순식간에 부자로 만들어준다. 

이야기에 맞춰 그녀의 그림을 몇 장쯤 주문한 것 같으니까, 

 "우리가 아이가 없다면, 우리에게 바람과 꿈과 사랑이 없다면, 어찌 살겠는가"

"우리의 두려움과 애닯음으로 결국 아이들이 크는 것 같다, 그리고 결국 우리가 크는 것 같다"했더니

그 어머니가 울먹였다. 

" 괜찮다고, 다 그렇다고 해 주는 말이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아이가 참 이쁘고, 똘똘하며 크게 될 거 같다고 덕담을 했다. 

 

 

김혜은 이란 배우가 자랑스러운 사촌, 이민진을 이야기하는 유튜브 방송을 들었다. 고종 사촌이란다. 뉴욕 유태인으로 득실한 보석 거리에 유일한 아시아계, 한국인으로 입점한 고모네, 그 세 딸은 명문학교 졸업 후 변호사가 되었단다. 예일 대학졸업후 변호사로 일하다 세계적인 소설가가 된 이민진이 친척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맞아, 우린 모두 친척이야. 김연아도, 이민진도, 내 친척이기도 해. 

자랑스러운 내 친족 말이야. 

 

 

오늘 또 다른 친척이 노벨상을 받았다는 연락을 들었다. 

한 강, 

 

한강은, 그야말로 소설가처럼 생겼다. 아주 깊은 눈이다. 소박한 차림인데 결코 부족하거나, 남루하지 않다. 그리고 영원히 소녀같다. 50대이지만, 20대 모습 그대로이다.

그녀의 팬클럽은 "한강고수부지"라고 해서, 박장 대소했던 기억이 난다.

2-30명이 그렇게 이름짓고서 아주 오래도록 그녀를 응원해왔다고 한다. 

 

그녀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뜻밖이라 놀랐다. 

윤여정 배우가 오스카 상을 받았을 때 사람들이, 특히 여자들이 그다지 기뻐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 역시 "미나리"가 좋았지만, 윤여정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는, 글쎄. 그보다 뛰어난 배우들이 너무나 많다. 단지 윤여정 배우에 대한 시기심에서였을까 

아니, 난 이미 40년전 그녀가, 베스트 극장의 단편 드라마로 나왔을때 한눈에 알아보고 반했다. (나의 안목이여) 그 이상한 목소리, 그 꼬챙이처럼 마른 몸, 그 분위기에 

어느 비내리던 오후, 멍하게 누워서 혼자 보던 테레비전 드라마에 트렌치 코트를 입은 중년의 이혼녀, 윤여정을 보고 "아, 저 사람은 뭔가 달라" 했고 오래도록 그녀를 지켜봤다. 

질투로 다 설명할 수 없다. 

 

한강의 수상 소식에도 역시 그랬다. 문단에서는 특히 여자들이 그다지 기뻐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 역시 한강의 "소년이 온다" "희랍어 시간" 특히 "흰" , "채식 주의자"는 잘 모르겠지만, 좋았지만, 글쎄.... 물론 한강은  빼어났어도, 이미  우린 너무나 많은 작가를 갖고 있다.  권여선, 박완서, 박경리.부터 해서 허난설헌까지.

박완서 선생님이나, 박경리 선생이라면 과연 어땠을까, 

단연 기뻐 날뛰며 춤췄을 터... 

 

올 초 "패스트 라이브스"를 보면서, 서양 남자들의 탐욕스럽고 징그러운 눈길을 느꼈다. 여전히 나비 부인을 찾아 헤매는 눈길 말이다.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를 한 노란 피부의 여인들이 하는 말이 뭔가 새롭게 들려 어쩌구 저쩌고 ,,, 그 전염병 같은 눈빛 

최근 북미 문화계는 영화건, 소설이건 동양 여인이어야 일종의 프리미엄을 얹고 시작한단다. 

저 영화가 어째서,,,,, 저 정도 이야기라면 우리 대학생들도 만들만한 이야기인데... 

독립 영화에 쌔고 쌘 이야기일텐데.... 

 

물리학과 화학상 모두  AI를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문학상 역시 AI처럼 낯설지만 신선하고 두려운 한강에게 간 것이 아닐런지. 

 

그러니까, 내 동료, 내 친척, 국민인 "한강"이 어떤 시류, 어떤 흐름, 어떤 때를 타고 우리 모두를 대신해서 받은 상이 아닐런지. 

 

한강의 기적이 시작된지 50년이 넘었다. 

이제 다시 한번 더 한강의 기적이 시작되려는지. 

 

#한강#노벨문학상#한강의기적#한강고수부지#패스트라이브스#윤여정#박완서#박경리#권여선#허난설헌#소년이온다#흰#채식주의자#작별하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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