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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s

해변의 묘지-봉하마을

평생 어머니 말을 듣지 않다가, 뉘우친 청개구리들은 유언대로 해변가에 어머니를 묻고, 물이 불어 떠내려갈까, 개굴개굴 운단다.
 
남쪽 바닷가가 고향인 나는 명절마다,  바닷가  묘지를 찾아 간다.
서울서 나고 자란 이들도 나처럼 돌아갈 고향이, 돌아갈 바닷가, 개골개골 떠나가라 울어옐 묘지가 있을런지.
나는 봄 가을,  바다로 돌아가 무덤를 찾아 헤맨다. 
 
내 사랑 클레멘타인, 
애나벨리, 혹은 그녀를 잃은 연인의 묘지
헤어질 결심의 서래가 묻힌 곳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 많지만, 
 
지난 가을,  부곡의 아버지 성묘 드린 후, 봉하 마을을 찾았다.
노무현 대통령을 모신 곳.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로 129번지.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노란 바람개비를 날리며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노무현 기념관, 생가, 은퇴 후 관저가 다 한군데 모여있다. 이렇게 기막힌 묘지라니. 
 
고인의 바램대로 너럭 바위 아래 안장하고 황지우 시인이 "대통령 노무현" 이라 묘비명 짓고 지관 스님이 쓰셨다. 그 주위는 전국 18000여명이 기부한 박석들이 에워싸고 있다. 돌판  하나하나 마다, 그에 대한 사랑과 후회, 다짐이 극진하다. 
 
먼데서부터 사람들이 눈물 삼키며 달려와  울면서 그에게 절한다. 
묘역 관리인들이 너무 슬퍼하는 이들을 달래며 "노대통령님은 너무 슬퍼하는 거 야단치실 깁니다. 즐겁게 웃고 놀다가셔야 좋아할깁니더"라 말한다.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이란 글 앞에서 머리를 조아린다. 
 
건축가 승효상은 철과 돌과 나무만으로 낮으면서 퍼져나가는  기념공간을 만들었다. 수직대신 수평선으로   수도원인듯  명상하고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을 지었고, 이는 마을의 지형과도 잘 어울렸다. 

그 날 낮달이 떠있었고, 두루미 한마리가, 논에 오래도록 서있었다. 
신묘하게 장례식 하늘에 떴던 쌍무지개가 기억났고, 
그날 들었던 양희은의 "상록수"도 들려왔다.
"노대통령이 돌아가셨다"는 특종을 들으며 설마 노무현 대통령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노태우"대통령이겠거니 짐작했더랬다. 
 
그는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에서, 은퇴 후 농부로 살다가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져 우리 곁을 떠났다. 
고향에서, 생가와,  관저가 바로 보이는 곳에 묻혔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은   국립 현충원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 층층시하 , 군기가 확 잡힌 묘지에서 혼령들끼리 만나 또 자리 싸움, 기 싸움 하는 그를 상상할 수 있는가, 그려지는가
좌우 아래 위 줄 맞춰 누워서, 노 대통령은 답답하고 심심해 못 견디실 것만 같다. 전두환, 박정희, 최규하, 윤보선, 이승만, 도대체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는가, 국립 현충원에서 .. 그 기발한 농담을 어떻게 하겠는가, 
 

노무현이라면 으당 탁배기 한잔에  그 사람좋은 너털웃음 지으며 농담하는 모습이 가장 그답다. 
혹은  날카로운 논리로 국가의 미래와 정치를 의논하는 모습이 가장 그답다. 
그런 그가, 제복입고 각잡고 줄맞춰 층층시하 선배들이랑 나란히 누워있다고 ?
절대 그는 국립 현충원에서 눈을 감지 못하리, 
 
노무현은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그가 퇴임후, 시의원을 꿈꾸며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니던,  오리 농법으로 농사 짓던 곳의 너럭 바위 아래 누워 국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게 그 답다. 
 
이 세상 하나밖에 없는 사람 노무현, 
그는 그 답게 이 세상 하나 밖에 없는 묘지에 묻혀있다. 
 
우리는  바다처럼, 썰물이 되어, 밀물이 되어 눈물을 흘린다.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장난기 심하나  빼어나게 총명했고 정의로웠다는 소년
그 엄혹한 시절, 고등학교 졸업하고 사시에 도전해서 합격한 패기 출중한  청년,
얼마든 누릴 수 있었던 부귀영화 마다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민변 활동을 하며 정치계에 뛰어든 청문회 스타
바보 노무현이라 불릴 정도로 지역 대립을 없애려 지고 또  지고 또 지기를 마다않던 진짜 사나이.
우리의 미래가 정보화에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고 방향을 제시하던 거인. 
퇴임후 홀가분하게  고향의 봄을 아주 짧게 누리다가 그냥 날아가버렸다. 
 
 
 
해변의 묘지에서, 개구리들처럼, 무덤이 떠나도록, 아니 떠나지 말라고 사람들은 크게 운다.   
그를 기억한다. 추모한다. 그리워한다.  기도한다. 
그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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