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he ones

달 항아리

저는 가끔 곳간에 갑니다.

제 보물들을 숨겨둔 곳이죠.

바로 국립 중앙 박물관, 리움, 경주 국립 박물관......

어떤 날은 상감 청자를 꺼내어 플레이팅을 합니다. ㅎㅎㅎ

요즘같이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옥색 상감 운학문 매병에 물을 따라 마시는 게 낙이랍니다.

또 마음이 복잡한 어느 날은 반가 사유상 앞에 섭니다. 함께 가부좌를 틀고 고개를 살짝 기울인채 미소지어봅니다.

현우가 어릴 적 함께 가지고 놀던 찰흙들은 가야 토우들과 같이 두었답니다.

뒤주 위 눈에 띄는 곳에는 달 항아리가 있습니다.

하얗지만, 노르끼리하기도 하고 푸른 빛도 감돌며 때로는 회백이 띄기도 합니다.

아무 문양은 없지만 자세히 보면 도공의 숨결이랄까요 바람이랄까요. 기랄까요. 그런 흐름이 전체를 에워싸고 있어요.

입구가 살짝 기울어져서, 상하, 좌우의 균형이 아슬아슬하게 어긋나서 달이 겹쳐 보입니다.

물과 흙과, 불이 만나 서서이 부풀어 오르더니 균열을 내다 터지기 직전에 하얗게 굳어버린 달 항아리....

40cm 도 넘는 저 항아리에 무엇을 담을까요,

물,

술,

쌀,

꽃,

장,

돈,

실,

종이

이렇게 상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저 달항아리는

Melting Pot입니다.

세상 모든 것들을 다 그러모아 끓이고 졸이고 다려서, 하나로 만들어 낸다는

melting pot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