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위의 젓쏘 나무 위키,
다시,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나는 오늘 안익태의 피아노를 보고 왔다.
안익태 작사 작곡의 애국가,
남산이란 이름의 산은 어느 도시에도 있다. 마치 중앙고등학교가 어느 도시에도 있듯이.
소월길.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 도시와 함께 늙어가는 거, 그 도시와 나눌 이야기가 많은 것,
나는 남산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나,
동국대 채식당 있을 때 단돈, 8천원으로 맛있는 음식 많이 먹었다. 그때 식당에서 본, 외국인들 교직원들, 동네 주민들, 남산산보객들,
내 친구와 남산 길을 걸어서, 목멱산 가서, 비빔밥과 눈꽃 빙수를 먹었다.
아니, 그 전에 그와 함께 남산 길을 걸었다.
괴테 인스티튜트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하야트 호텔, 힐튼 호텔에서 밥을 먹었고,
남산 타워에 올랐고, 케이블카는 못 타본 거 같다.
그리고 그와 함게 남산 길을 걸었다. 국립 극장 앞에 오래동안 앉아있었다. 그에게 한 말이 기억이 난다.
나는 힘껏 달리고 싶은데,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한다.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한다.
그와 걸었고, 빙수를 먹었고, 신세계 백화점 갔고 서울역에서 헤어졌다.
어제 나는 지젤을 보고, 아니 다시 지젤이 되었고, 어리석은 사랑에 빠진 순박한 시골 처녀 지젤, 힐라리온이 아닌 알브레트를 사랑하다 죽은 지젤, 윌리들의 저주를 받아 힐라리온은 죽으나, 사랑을 받은 알브레트는 결국 살아남는다.
그러니까, 사랑한 자는 죽고, 사랑받은 이는 사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사랑한 이인가, 이제 나는 사랑받는 사람이 되어볼까,
지젤의 사랑에도 유통 기한이 있다. 새벽 종이 울리기 전까지. 새벽이 트기 전까지.
남산을 걸어내려오면서 나는 다시, 서울역을 만났다. 32년전의 서울역. 그와 매번 헤어졌던 서울역. 그를 보내야 했던 서울역,
1호선, 4호선, 경의 중앙선, 공항 철도, 이렇게 많은 기차들이 모이는 곳인데,
한때는 그래서, 노숙자들이 그리 들끓었다.
기차를 타고 나는 노년으로 가고 있다.
지젤이 살았던 남산을 내려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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