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에 태어나 2000년에 죽은 바바라 쿠니는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이다.
독일계 이민자였던 그녀는 자신의 뿌리를 지속적으로 그리고 있다. ,
미스 럼피우스 , 해치와 거친 파도 등은 그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바바라 쿠니의 작품을 보면, 192-30년대의 미국 중산층의 삶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북유럽계 이민자들의 초기 정착 생활과, 뉴욕과 보스턴의 삶을 풍속화처럼 보여준다.
뿐만아니라, 그 당시의 인테리어, 의상, 건축, 도시, 기후 등을 고스란이 가져와 펼처놓는다.
삽화 하나하나가 우리로 치면, 박수근이나, 정선과 같은 풍속화이다.
그러니까, 1930년대 이민자 출신 미국 중산층 여인들의 삶을 증언하고 있다. 그러니까, 박완서, 제인 오스틴, 타샤 튜더, 와 같은 여인의 초상이다. 나는 항상 여인의 초상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여인을 그린 것이기도 하지만 여인이 그린 풍속화,
생각해보니, 나는 항상 풍속화에 끌렸던 것 같다. 추상화도 좋았지만,
특히 자신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빛깔로 그린 이야기들.
그들의 그림에 남성 화가처럼 전쟁과 폭력이 없다. 아니. 전쟁과 폭력으로 부터 지켜온 아름다움과 생명이 있다. 물론 그것은 남녀의 문제가 아니다. 군대 이야기가 지겨운 것처럼, 나는 전쟁과 싸움과 폭력 이야기가 지겨웠다. 전쟁과 폭력을 이야기하면서, 여자들을 발가벗겨 능욕하는 이야기는 더더욱 지긋지긋하다. 누군가에게나 비밀은 있고, 그 비밀 속에서 인간 다움이 자유와, 예술이 시작된다고 믿는다. 남성들의 이야기에는 내밀스러운 데가 하나도 없다.
나는 비밀을 키우고 지켜온 여인들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사랑한다.
그 비밀이란 꿈, 욕망, 바램, 기도, 그 모든 내적인 힘들이다.
예전에 어디선가, 성능이 뛰어난 카메라로, 얼마든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어째서 도감이 필요한가에 대한 글을 읽은 적 있다. 어던 사진도, 생명체 전체를 한눈에 담을 수는 없기에 다소 현실을 왜곡한 그림도감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그 말의 진위를 떠나 설득력있다고 느꼈다.
나는 바바라 쿠니의 동화책을 보면서, 몇 만불짜리 그림들을 내 서재 가득 채운 기분이 든다. 전문 컬렉터가 된 듯한 마음이 들어 으쓱해지기도 한다. 미스 럼피우스가 루핀 꽃을 심을 때 입은 초록 판초는 비슷한 것으로 사서 자주 입고 다닌다.
럼피우스가 병상에 누워 입은 하얀 잠옷을 사서 입으려고 계속 찾아다니는 중이다. 나를 부유하게 만들어주는 책, 그건, 여성들의 풍속화였다.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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