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많이 불고, 햇살은 따뜻한 가을과 겨울 사이의 어느날 도서관에 갔다.
옷을 겹겹이 껴입은 사람들이 붐볐다. 책을 반납하고, 새로 책을 빌렸다.
호원숙의 "나는 튤립이에요"를 빌리려는데 유아용 도서층으로 가란다.
최영미의 "안녕 내사랑" 예전에 김희선과 안재욱이 나오는 드라마 제목이었는데, 오래 기억난다.
안녕 내사랑,
헤어지는 인사일까,
만나서 하는 인사일까,
나는 아무래도 헤어지는 인사같다.
만난다면, 안녕 내 사랑이라 하지 않고, 달려가 목을 껴안고 매달릴 테니까, 얼굴을 부비며 키스하고, 어깨와 등에 손을 둘러 껴안을 테니까, 손을 잡고 나란히 설테니까, 그냥 웃을 테니까 어떤 말도 필요 없으니까,
"내 사랑"이란 말도 수상쩍다, 그럼 상대방은 "내 사랑"이 아니란 말인가,
멀어지며 하는 말같다.
또 한권 더 빌린 것은 " 미생"
남편이 꼭 보라고 했다. 바둑을 잘 모르는데,
드라마로도 큰 인기를 끈 작품이다. 윤태호의 만화, 1권을 빌렸다.
2층에 서가에서 "나는 튜울립이에요"를 못찾아 도움을 받았다. 신발을 벗고서 유아용 서가에 가라고 한다. 온돌처럼 따뜻한 바닥이었다.
나는 맨발로 들어가 앉아서, 책을 찾았다. 그런데 동화가 참 많았고, 그 자리에 앉아서, 여러권 읽었다. "뱀이 좋아" "비움" 같은 책들을
예전, 현우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던 기억이 난다. 동화책을 읽고 또 읽고 또 읽어주던 기억이 난다.
한국 작가가 쓴 책들이 많아져서 신기했다. 여전히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고 있구나 , 여전히 책은 나오고 있구나, 작가들이 쌀처럼 풀처럼 끊임없이 나오고 있구나, 나도 그래야지.
그곳에서 동화책 2권을 빌려왔다. "누가 내 도시락을 훔쳐갔을까"
도시락이 나와서, 그리고 원숭이가 나와서, 색깔이 우중충한 게 마음에 들어서, 대만의 그림이라서, 들고 왔다. 예안더란 작가의 두번째 작품이다.
이렇게 추운 날, 나는 도서관에 다녀왔다. 한때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숲에 들어온 거 같았는데,
나는 바닥이 따듯한 겨울 숲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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