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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ing

권여선-각각의 계절

사슴벌레식 문답

실버들 천만사

하늘높이 아름답게

무구

깜빡이 

어머니는 잠못이루고

기억의 왈츠

 

권여선은, 푸르른 틈새부터, 30년째 읽어왔다. 

그녀는 새처럼 생겼다. 마르고, 작고, 날아갈 것 같다. 

안녕 주정뱅이랑, 음식 에세이, 토우, 내 정원의 붉은 열매 등등, 

 

사슴벌레식 문답은 후일담 소설이라고 싸잡아 말해도 되나, 공지영이 아예 장르를 만들어 돈 엄청 벌고 많이 유명해졌지. 

40년 후의 후일담 소설이라니, 부영, 정원, 경애, 준희, 

도대체 그렇게 큰 사슴벌레가 어디로 들어와요.

어디로든 들어와,

너 어떻게 그렇게 잔인해, 

나 어떻게든 그렇게 잔인해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은 무엇이로든 살아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강철은 어떻게든 단련되

 

권여선의 유머 감각과 지성은 이런데서 빛나고, 딱 내 취향이다.

 

실버들 천만사는 코로나 시절 읽었는데, 병균에 대해 이렇게 비틀어 글로 쓸 수 있구나 감탄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채운과 반희의 일박 이일, 반희란 중년의 여인.

 

하늘 높이 아름답게는 다시 읽고 싶다. 마리아, 예전에 성당에서 세례 받을 때 이름을 고심하던 내게 "마리아"하지 말라셨던 소화 데레사자매님 기억난다. 몸과 마음이 고된 이름이라고, 감사합니다. 저를 아끼고 사랑해주셔서요. 태극기 휘날리던 마리아의 일생이다. 성당 장례 미사, 점점 더 늙어가는 카톨릭을 떠올리며 읽었다.

 

무구는 소미와 현수가  U  시에서 땅을 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부동산 광풍이 불면서, 무구한 땅들이 어떻게 사람들을 유구하게 변화시키나 볼 수 있다.

 

 

깜빡이는 치매,, 소설, 특히 단편 소설은 작가와 함께 늙어가도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시적으로 치매를 그렸다. 윤서방 신숙과 신애,

혜영과 혜진. 깜빡이 길찾기. 자매애. 누가 치매인지 

치매를 앓는 부모로 고생하는 아름다운 여인들을 떠올리며 읽었다.

자신도 부모처럼 치매로 떠날 거라고 담담하게 말하던, 최영미, 최영주 자매가 떠올랐다.

그 압도적인 미모와 지성으로 자연 앞에 고개 숙이던 모습

 

어머니는 잠못이루고, 오익과, 오숙, 

권여선은 한을, 소설가라는 운명을 빚으로 바꾸어 말하고 있다. 소위 레버리지. 빚을 갚기위해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 가야 

원채,

명채, 정채, 육채. 전채, 

새 세마리와 포수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을까, 작가가 만들었을까, 내가 진 빚은 다 말이다. 언채, 진짜 겁나더라,

 

기억의 왈츠, 숲속 식당, 강아지를 던지던 여자, 경서, 1월 23일. 12월 3일, 

전부 그러니까, 18-19년경에 쓰인 소설들인가, 쭈박, 일기장, 

권여선 소설의 특장은, 흑요석처럼 검은 빛을 내는 소녀의 사랑이야기에 있다. 

 

그녀는 지속적으로 말을 이야기하고 있다. 진실한 말, 따뜻한 말, 아름다운 말.... 

 

60을 넘어도, 여전히 소녀같고 새같은 그녀는 결국 아득히 먼곳으로 갔던가, 결국 우리가 쓰는 말의 빚을 갚으려고, 

 

#권여선#각각의계절#푸르른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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