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뭐든지 책으로 먼저 배워야 하는 사람이다.
무언가에 관심이 생기면 관련된 책을 많이 읽고나서, 시작하는 사람이다
요리도 그랬다. 자취를 하면서 시작해서, 온갖 요리책을 다 샀다.
지금이야 유튜브로, 어지간한 요리를 다 할 수 있다지만, 그때는 책이 꽤 큰 지침이 되던 시절이었다.
요리책은 큰 판형이라 눈이 시원하고 음식 사진이며, 요리 도구를 구경하는 재미가 대단했다.
여성 잡지 부록부터, 장선용, 최경숙, 심영순, 김영모, 이향방, 김은영, 박리혜 선생님 등 중식, 한식, 이탈리아 음식, 일식, 퓨전 가리지 않고 사서 따라했었다.
그런데.... 어렵사리, 재료 준비해 시키는 대로 했건만, 늘 그 맛도 모양도 나지 않았다. 실망도 꽤 컸다.
사다 남은 재료 처치하느라, 골머리를 썩혔고, 무엇보다 남편의 반응이 거의 매번 미적지끈했다.
그때는 몰랐다. 아무리 정확히 계량한 재료를 준비해서, 순서에 따라 요리 했더래도 결과는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재료의 상태(수분 함량 , 질감과 크기 등), 습도나 온도, 불의 세기. 양념을 넣는 순서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맛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그저 자신의 입과 손을 믿으면서 끊임없이 맛을 보면서 맞춰 나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그러기에 많이 맛보고 만들어가며 자신의 취향을 만들어 나가고 계속 경험을 덧입혀 가야 한다는 것을
고작 책 몇 권만으로는 밥상이 차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가 급식을 먹게 되고, 그 외에 고기가 주식이 되다보니, 요리할 일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따라서 , 요리책을 살 일도 거의 없어졌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요리책을 뒤적거리는 일도 확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소금 지방 산 열"이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음식 다큐라면서 무슨 화학 공식도 아니고 "소금 지방 산 열"이란다.
요리 이야기라는데 "누들 로드"처럼, "소금 지방 산 열"을 내세웠다.
쓴 맛을 최소화하고 단맛의 균형을 잡는 소금
풍미를 강화하고 질감을 형성하는 지방,
음식의 균형을 잡고 감칠맛을 주는 산,
다양한 풍미와 질감의 변형을 일으키는 열,
이란 출신의 미국인 사민 노라는 척 보기에도 행복한 요리사다.
당당한 체구에 햇살같은 미소를 지으며 완전히 집중해서 맛을 보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그녀의 청동같은 팔과 다리를 보면, 얼마나 많은 반죽을 치댔고, 얼마나 먼 거리를 마다않고, 좋은 재료를 찾아 헤맸는지. 능히 짐작이 간다. 반짝이는 검은 눈와 새로운 향을 찾아내는 코, 미소와 찬탄 그리고 호기심 어린 맛보기로 쉴 새 없는 입,,,, 그렇게 온 몸으로 그녀는 "소금 지방 산 열"을 보여줬다.
종래의 요리책들은 지역별(아시아, 서구, 아프리카등), 재료별(감자, 밀가루, 채소, 고기류), 주제별(일상식, 별식, 간식 등), 대상(영유아, 환자식, 채식 등)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그 분류법의 일부를 뒤섞어서 새로운 맛을 더했다.
물론 사민 노라 역시 이 모든 것들이 뒤섞여 있다.
그러나 그녀는 "소금 지방 산 열"이 모든 음식의 근본이고, 계속해서 맛을 보면서 자신이 찾아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밑바탕에는 뜨거운 사랑이 있다고 했다.
자기 고장에서 난 흔하지만, 맛난 무언가를 향유하고픈 마음, 사랑하는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 기억하고, 다시 한번 더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 실패했다가도 우연히 더 놀라운 맛을 만나는 기적 등을 말하고 있었다. 새로운 맛을 궁금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태도를 가르켜주었다.
쓴 맛을 최소화하고 단맛의 균형을 잡는 소금
풍미를 강화하고 질감을 형성하는 지방,
음식의 균형을 잡고 감칠맛을 주는 산,
다양한 풍미와 질감의 변형을 일으키는 열,
요리하는 이들은 모두 실은 연금술사라고 말했다. 소금 지방 산 열만으로 사람을 살려낸.
소금 지방 산 열만으로도, 우린 얼마든지 배부르고 행복하며 즐겁게, 나누며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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