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드라 마스크의 "주소 이야기"는 도로명이 실은 정체성과 부에 관한 문제이고, 인종 문제이자 대개 권력에 관한 문제라고 말한다. 즉, 이름을 짓고 역사를 만들고 누가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왜 중요한지를 결정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도로에 이름을 짓고 번호를 붙이는 근대적 국가 사업이 어떻게 인간의 삶과 사회를 바꿔왔는가, 권력이 어떻게 이동하고 연장되어 왔는지에 관한 장대한 서사를 품고 있다고 밝혔다.
주소란 사회 계약론의 도식화라고도 볼수 있다. 주소는 즉, 국가가 너를 찾아내기 위한 수단이다. 국가에게 자신의 위치를 공개함으로써 민주주의와 치안 강화, 소속감 등의 혜택을 얻는 댓가로 납세와 군역, 설비 유지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만국 우편 연합은 주소 붙여 주기가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빈곤 구제 방법이며 신용거래와 투표권 행사를 용이하게 하여 민주주의와 세계 시장을 활성화한다고 한다.
주소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려면 먼저 주소가 없다는 것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공동체로부터 소외된 홈리스가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과정, 주소없는 이들에게 주소를 주기위한 운동이 인도 등에서 벌어지는 까닭이 명쾌해진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문제가 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인간의 뿌리 깊은 관념을 보여준다.
적절한 맥락에서 여러번 반복되는 단순한 메세지는 사람의 마음을 교모하게 파고 들어가 영구적으로 자리잡는다. 거리 이름은 완벽한 정치적 선전 도구이다.
그러나 사람도 도로명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정권과 혁명, 역사와, 인종에 따라 계속해서 주소가 바뀌어왔다.
놀랍게도 What 3words, 구글이 주도하는 Plus code등이 미래의 주소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가상 공간을 만들어 주소를 사고 팔기도 하는데 이는 , castle in the air가 이미 오래된 미래였음을,
봉이 김선달이 다시 태어난다해도 여전히 사고 팔 대동강이 지천이란 것을 내게 깨우쳐주었다.
돌이켜 보면, 내 평생은 주소를 갖고자 한 안간힘이자 투쟁이었다.
일단 말이 아니니까^^, 사람이니까 제주도가 아닌 서울로 주소지를 옮기고 싶었다.
전후 서울 사람들처럼 어떡하든 한강을 사수하고 싶었다. 아니 한강유역을 점령해야만 했던 삼국 시대 사람들같았다.
서울은 한때 사대문 안과 밖으로 나뉘었다.
궁을 중심으로 사대문 안인지 밖인가 구별했다.
그러다 서울은 한강을 중심으로 나뉜다. 강의 남쪽인가, 북쪽인지
지금은 한강을 중심으로 서울은 점점 픽셀로 쪼개지며 분열하고 있다.
계속 균열하는 서울 속에서 나는 점점 더 작아져 간다.
한때 인디안식 이름 짓기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늑대와 춤을 ,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비 사이로 막가, 등등, ^^
이제 난 인디안식 주소 만들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의 살던 고향의 봄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구 , 맑고 향기롭게 동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번지.
물에 잠겨도 좋은 다리, 소설가 구보씨의 거리, 종이 울리는 마을
이렇게 주소를 짓고 만들어가면서 서울, 한국, 지구, 우주 속의 내 좌표를 찾아보겠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좌표를 그려보겠다.
기꺼이 또 하나의 창백하고 푸른 점으로
#주소이야기#디어드라마스크#창백하고 푸른점#인디안식이름짓기#주소#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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