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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빵-모스크바의 신사

좋아하는 음식을 물은 적이 있다.

 

 떡볶이, 초코렛, 치킨 등 은 예상했지만, 곱창, 돼지국밥은 의외였다. 대부분 그 당시 유행하는 음식을 꼽는다. 대만 카스테라, 공차 였다가 요즘은 탕후루, 마라탕이라 대답한다. 한데 누군가 "소금"이라고 답했다. 아버지가 요리사셔서 귀한 소금을 여러가지 맛볼 기회가 있었단다. 소금 알갱이를 꺼내 혀 끝에 굴리면, 단맛, 쓴 맛, 짠 맛, 비린 맛, 흙 맛이 느껴진다 했다. 

 

내게 묻는다면 "빵"이다. "빵"을 가장 좋아한다기보다는 "빵"을 마음껏 먹고 싶다. 

어릴 적 "빵"은 내가 만질수도 없는 것이었다. 책이나 영화에서만 존재했다. 상상하고 바라만 보면서 애를 태웠다. 빵은 축제였고, 서구, 문화, 세련, 부유의 상징이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내 꿈은 "아침은 빵"으로 였다. 토스트에 구워 최상급의 버터를 두텁게 바르고, 흘러 넘치게 꿀을 끼얹어 먹기를 바랬다. (여행 가거나, 조식 서비스로만 가능하다. ㅎ), 돈이나 살찔 걱정 없이 마음껏 빵을 골라서, 맛보고 즐기고 싶다.(그럴 수 있을까? ㅎ) 그러나,,,, 

 

우리 집 식탁에  소금 후추 병이 사라진 지 오래다. 음식을 할 때마다 염분은 최소로 제한한다. 

빵은  가족 행사가 있거나, 어쩌다 한번, 그것도 딱 하나로 만족해야 한다. 

 

요즘은 "소금빵"이 유행이란다. 그러니까, 멀리하려 애쓰는 두 재료가 만난 셈이다. 빵과 소금, 당연히 한번도 먹어보질 못했다. ㅎㅎ

 

러시아에서는 손님을 환대한다는 징표로 소금과 빵을 대접한다. 경작 시대를 상징하는 빵, 채집 시대를 말하는 소금이 합쳐져 러시아어로 "환대"를 뜻한다고 한다. 

"모스크바의 신사"는 다시 읽어보니, 자신을, 운명을, 러시아를, 전세계를 "빵"과 "소금"으로 환대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미시카가 , 마지막으로 빵과 소금이 나오는 글들을 모아 카트리나 편에 보내준다. 그 글들을 읽으며 백작은 운다. 

 

나를 , 내 운명을, 내 가족과 친구를, 내 고향과  집에게  "빵" 과 "소금"을 건네란다. 빵은 수천가지가 넘고, 소금도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건 반기는 마음이다. 대접하는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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