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시를 읽는다. 플랫폼 처음부터 끝까지 걸으며 고려 가요, 조선 시조, 현대 시, 시민 공모 수상작들을 읽는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 지하철에 아름다운 한글로 된 시가 더해졌다. 가끔 좋아하는 시나, 새로운 시를 만나면, 운수 좋은 날이 따로 없다.
구의 역 전동차 플랫폼에서 시를 읽어가다가 샌드위치를 본 적이 있다.
"천천히 먹어"라 적힌 포스트 잇까지 붙어 있었다.
몇 년전 점심 먹을 새도 없이 일하던, 20살 청년이 선 채로, 밥 먹다가, 그만, 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를 기리던 누군가, 구의역 지하철 역사에 놓아둔 것이다.
그 옆에 조화, 김밥, 그리고 과자 같은 먹거리들이 꽤 많이 쌓여있었다.
그 청년을 기리며 사람들이 시를 써서 붙여 두었다.
천천히 먹어, 네 잘못이 아니야. 미안해.
샌드위치란 이름은 샌드위치 백작에서 연유했다고 전해진다.
샌드위치 백작이 카드 게임을 좋아했다고 한다.
식사도 거를 정도로 며칠 동안 밤을 새가며 카드 게임을 했다고 한다. , 우리 나라로 치자면 화투치기를 즐겼겠지.
서양 음식은 코스 요리라 전채, 생선, 육류, 후식으로 나뉘어서 나오고, 전부다 먹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그는 은식기에 포크 나이프 바꾸어가며 몇 시간씩 식사하는 것을 못견뎌 했다고 한다.
궁리 끝에 빵 사이에 야채와 고기를 끼워 손에 들고 먹게 만들었단다.
샌드위치 백작이 즐겨 먹던 음식이라 , 훗날, 샌드 위치라 불렸다고 한다.
샌드위치처럼 간편식이라 휴대 가능하고, 영양적으로도 손색없는 음식들이 꽤 있다.
햄버거, 김밥 등 원리는 같다. 탄수화물 위에 갖가지 속을 넣고 말아서, 손에 들고 먹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 음식 중 쌈도 마찬가지다.
소스나 주재료에 따라 얼마든지 변주가 가능하다보니 다채롭고, 든든해서 자주 먹었다.
"산에 진달래가 필 텐데요.. 그 꽃 따 화전을 만들어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 토지의 별당 아씨가 구천의 품에 안겨 죽어가면서 한 말이다.
"그 계절에 피는 꽃을 보고 그 절기에 먹어야 하는 음식들을 먹으며 당신이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고 찾아야 할 작은 행복들을 놓치지 말아줬으면 하오. " 북녘의 리정혁이 남녘의 윤세리를 그리며 쓴 서신이다.
한데 가방 가득, 공구 메고, 샌드위치 조차 들고 먹을 짬이 없었던, 이제 막 스무살 된 청년.
도대체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빠르고 바쁘고, 분주하며, 몰아치고, 밀어붙이게 되었을까,
어릴 적부터, 필경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 를 가장 많이 들었을텐데.
그 청년에게 사람들이 "천천히 , 꼭꼭, 씹어, 먹으라"고 시로 추모한다.
기다려 줄게,
시를 읽으며,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라고 시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