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ㅎ삼성여고를 졸업했다.
산등성에 올라
감천항이 보이는 삼성여고,
공부 잘하고, 기가 센 미인들이 많기로 유명한 삼성여고,
그 당시 40대였던 선생님들은 지금의 나보다 더 "얼라들"이라 그저 맑고 아기같다.
신기한 게 그때 아이들 얼굴이 다 기억난다. 이름도 꽤 많이 생각나고,
아직 내 얼굴은 차마 보지 못했다.
그 애들 중 상당수는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 애들을 우연히 만나도 더이상 서로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오래된 사진첩을 다시 찾아 보는 일은 뭐랄까, 계곡물 근처 돌을 드러내서,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돌을 들어 올렸더니, 수많은 조그만 벌레들이 혼비백산 사방으로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숨어 느긋하게 살던 벌레들이 갑작스레 조명을 받고서 놀라 후다닥 도망치는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하나의 돌을 들어 빛을 준다는 일은 얼마나 우연이고, 운명이며, 찰나인가,
한참 망설이다. 심호흡하고서, 고등학교 때 그리고 중학교때 내 얼굴을 봤다.
이목구비는 뚜렷하구먼, 그런데.
살이 무지 쪘구만 ㅋㅋㅋ 아주 뚱뚱한 벌레가 태양빛에 놀라 저 멀리 순식간에 사라져버렸구먼, ㅎㅎ
카프카의 "변신"은 어쩌면, 그가 옛날 사진첩을 보면서 한 공상일 수도 있겠구먼, 벌레로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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