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으니, 축구를 보러 가야지.
초록 잔디를 보러 축구장에 간다.
햇살이 경기장의 반에 비치고 있었고,
새 한마리가, 경기장 상판 하늘을 날고 있었다.
푸드 트럭을 구경하면서,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경기장 입장하고,
아직 추위가 한창이라, 모두들 꽁꽁 싸매고 왔다.
북측 응원석이라, 선수들이 손톱만하게 보인다.
이래서야 잘생긴 기성용을 보겠는가,
노래부르고 박수치고, 환호하면서 응원한다. 반대측의 인천 유나이트 팬들도 푸른 물결 치며 응원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섹시한 남자들이
인생의 최절정기에 선, 잘생기고, 섹시한 남자들이 90분간 잔디밭을 경기장을 내내 뛰어다닌다.
잘생기고, 수트발이 좋은 감독을 보는 맛도 대단하다.
전반이 지리하다. 양팀 모두, 결정적인 한방이 없고, 전술도 잘 모르겠다.
모두들 열심히 뛰긴 하는데, 유효 슈팅도 없고,
골대는 텅 비어있다.
감동적인건, 그들을 끝까지 응원하는 팬들이다.
감동적인 건, 골이 나올 때까지 끝까지 뛰는 선수들이다.
팬들은 사실 자신을 응원하는 지도 모른다.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지는 건 괜찮아. 끝까지 버티고 최선을 다하라,
기회가 오면 결코 놓쳐선 않된다
계속해서 움직여라,
움직이다 생긴 아주 작은 틈을 이용해서, 골을 넣어라,
공은 곧 나의 몸, 인생이다. 절대로 뺏기지 마라,
끝까지 화이팅하라,
90분 중 내 발에 공이 닿는 순간은 4분이 채 되지 않는다.
아무리 우수한 선수라하더라도,
4분을 위해 모든 것을 다 쏟아부으며 준비하라.
4분 중, 골 찬스는 반드시 골을 넣어야 한다.
전반전부터는 으슬으슬 춥더니. 후반전이 끝나갈 무렵 많이 추웠다.
특히 막판에 어이없는 실수를 할 때 선수들도 아쉬워했지만 응원석에서도 탄식소리가 들렸다.
비겼다.
재미없는 경기였다.
그래도 그들은 다시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다시 목놓아 응원하고,
다시, 몸이 부서져라 뛰어다닐 것이다.
인천 26번 선수, 작은 체구로도 얼마나 열심히 뛰어다니던지. 기억해두었다 그를 응원해야지. . 찾아보니 김성민 선수군,
박주호가 스위스 가서, 경기 뛸때 그 작은 몸으로 미친듯 달리는 것 보고 아내가 반했다고 들었다.
패기와 투지 넘치는 남자들은 언제봐도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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