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으로 이사를 했다.
해돋이를 보고, 해넘이를 본다.
해를 넘겨서야 예약해둔 고흐전을 보러갔다.
크뢸러 밀러 미술관 작품이 많아 왔다고 한다.
고흐는 내게 미술을 알려줬고,
여러 번 봐도 새롭고
언제 봐도 또 낯설다.


이사중이라, 마음에 여유가 없고
무거운 짐을 들고 있어서 그냥 돌아갈까 했는데,
역시 고흐였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다.
고흐는 가까이서 보며 뭉개지고 겹쳤으나 멀리서 보면,
네델란드에서 프랑스에서 멀어질 수록, 세월이 흐를 수록 뚜렷하고도 슬프나 힘차게 아름답다.
그걸 처음 알았다.
가까이서는 도저히 알아 볼 수가 없다. 갖가지 색과 형태가 짖이겨 으개지고 일그러진채 겹쳐있다. 그러나, 한 걸음 또 한 걸음 멀어질수록, 빛을 만들어낸다. 색을 뿜는다.
단 한점의 자화상은 민트와 초록과, 연두, 노랑, 은발 그 모든 것이 합으로 사람들로부터 멀어져간다.
의심스럽고, 두려우며 쓸쓸하다.
그 자화상에서 나는 남편을 봤다.
그리고 나는 네델란드를 봤다. 나막신과, 카플랍과 오레이젤
풍차도 보고
그리고 가난한 이들의 얼굴을
빛나는 눈동자를
기도하는 모습을
감자 먹는 사람들도 직관했다.
엄청난 편지를 남긴 그는 화제도 문학적이었다.
saying grace, 영원의 문앞에서, 등등,
그가 남긴 정물도 꽤 많았다.
꽃 그림을 보면서 아네모네, 장미, 모란 등을 찾았다. 그러나 결국 튜울립은 없었다.
까페 내부의 그 분위기, 맑고 청량하고 가볍고,
린넨 식탁보가 흩날리고, 어디선가 꽃내음이 날 듯한,
누구 하나 없이도, 생의 온도과 대기와,,, 그 모든 것이 다 들어었다.
나도 저런 집을 꾸미리라, 마음 먹는다.
밀짚 단
밀레를 존경하여 그러니까, 가난한 사람들의 착한 마음과 노동도 그렸다. 씨 뿌리는 사람, 경작하는 여인들, 밀짚 단들,,,,
노년 사내들(벽난로, 직조기, 책, 의자 등. )은 남편이 보였다.
해질 무렵과 해 뜰 무렵에 얼굴이 지워진 채 노동하는 사내들.
죽음에 가까울 수록, 남프랑스로 내려갈수록,
사물의 윤곽이 짙어지며, 고흐만의 구불구불한 선이 온 화면을 뒤덮는데 이를 어찌할 것인가,
그 더러운 성질 머리,
집착, 교만함
테오와의 절절한 혈육애,
고갱
지 팔자 지가 꼰다. 싶은 외곩수
그렇게 고흐가 망가지고 으개지고 일그러졌기에 뚝 떨어져 우린 절절한 아름다움을 보게 되었으리,
씨뿌리는 사람
나의 남편 같았다.
해질 녁에 해 뜰 무렵 씨를 뿌리는 얼굴이 지워진 사람,
"착한 사마리아인"은 충격적이었다.
들라크루아를 오마주한 작품이라는데,
일단 굉장히 밝고 육감적이었다.
정사의 한장면 같았다.
분명 나는 관능미를 느꼈다.
무식한 나는 정면에 보이는 빛을 받은 인물이 사마리아인읹 ㅜㄹ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를 받친 어두운 인물이었다.
어둠 속에서 얼굴을 가린 채 온 몸으로 착함을 지켜내고 있었다.
그리고 말이 눈길을 끌었다. 마치 만화경처럼, 일부러 비대칭으로 눈을그려서 역동성을 강조하며 사마리아 인과 관객을 바라보고 있었다. 돌아와서 "착한 사마리아인"을 찾아봤다.
예수께서는 어느 율법 교사의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라는 질문에 사마리아인을 예로 드셨다. 예수께서는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이서 예리코로 내려가다가 강도들을 만났다. 강도들은 그의 옷을 벗기고 그를 때려 초주검으로 만들어놓고 가 버렸다. 마침 어떤 사제가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를 보고서는,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렸다. 레위인도 마찬가지로 그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서는,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여행을 하던 사마리아인은 그가 있는 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서는,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에게 다가가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 자기 노새에 태워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었다.(…) 너는 이 세 사람 가운데에서 누가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느냐?” 율법 교사가 “그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복음 10:29-37)
참 이웃의 의미를 루카복음의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찾을 수 있다.
이스라엘 북부의 사마리아는 지리적 여건상 일찍이 아시리아, 바빌론, 페르시아,
로마 제국을 비롯한 이민족에게 점령당하기 일쑤였고,
그 결과 혼혈인이 많은 곳이었다.
유다인들은 이방인과 결혼하지 말라던 구약의 계명을 어겼다는 이유로
사마리아인을 개로 비유하면서 멸시하였다.
빛을
색을
온 몸으로 안고 안장에 태우던 그 사마리아인은 그러니까, 고흐인가,
너무도 쓸쓸한 당신, 고흐인가....
'pamphle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엔나 1900년전 (0) | 2024.12.23 |
---|---|
오페라~ 랄라라-송기현님 감사합니다. (0) | 2024.10.26 |
"혼신의 글쓰기"-김윤식 (0) | 2024.10.02 |
시인의 마을 (0) | 2024.09.03 |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0) | 2024.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