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 자유 게시판에 "오페라 덕후"라는 분이 때때로, 오페라 공연 정보를 올리셨다.
나야, 뭐 워낙 음악을 잘 모르는데다, 클래식 음악은 문외한이고, 더더군다나 오페라는 관심도 없었다.
참 오페라 가수처럼 아름답고 화려한 삶을 살다 간 마리아 칼라스 공연은 꼭 한번 봤으면 좋겠다 한 적은 있다.
김지윤 전은환의 "롱테이크"에서 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 컨텐츠를 들으면서 오페라를 봐야겠다 마음 먹었다.
국립 극장 해오름에서 오페라 페스타를 한단다.
현장 구매 하면 반값이었던 기억만 믿고 부랴부랴, 5분전 도착해서 표를 구하려는데,
현장구매세요? 하면서 중년의 남자가 내게 표를 건넨다.
어차피 못쓰게 될 거라 괜찮다며 내게 표를 건넨다.
뭔가 사례를 하고 싶었으나 괜찮다며 손사래를 친다.
10대의 딸과 함께 온 아버지였다.
오페라보다는 발레를 할 것처럼 길고 가는 선을 가진 소녀였다.
주말에 딸과 함께 남산에 와서, 오페라를 보는 아빠를 둔 그녀는 , 축복받은 이.
허리를 깊이 숙여 감사를 드렸다.
C열 20, R 석 50000원이다. 송기현, 인터파크라 찍혀있다.
세상에, 송기현씨가 "오페라"를 보여주셨다.
나도 그녀의 딸일까,
늘 고팠던 아버지의 사랑을 그로부터 나눠 받는다. 남편으로부터도, 아들로부터도 받아왔는데.
감사합니다.
어쩌면 이런 하루가 다 있을까,
내 옆에는 중년의 남자가 홀로 앉았다.
낮에 도서관에서도 혼자온 중년의 남자가 인상적이었는데,
내 나이 또래의 늘씬하고 반듯한 남자가, 책을 열심히 읽는 모습이 아름다웠는데,
프라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이탈리아출신의 늘씬한 미녀 지휘자,
익숙한 아리아들을 들으면서, 사실 난 당황했다. 우선
내가 누구인지 다시 부르는 시간이었다.
그들의 노래는 내 노래였다.
이국어라도 들렸다.
들리지 않았던 내 노래기도 했으니까,
사랑, 슬픔, 이별, 배신, 질투, 운명,,,, 아주 근원적인 감정들을 후벼파낸다.
나의 바램, 나의 결핍, 나의 다짐, 나의 ,,,, 그 모든 것을 돌아보면서,
나의 불완전함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세일렌들이 저녁을 함께 한 가을 저녁이었다.
첼로, 비올라, 바순, 바이얼린, 하프 등 악기 소리도 아름다웠으나 사람의 목소리는 댈 게 아니다.
반듯한 자세로, 집중해서, 자신의 팔자와 운명에 따라 연주하는 단원들에게 경외감을 느낀다.
나 역시 오페라를 자주 보러다니는 무리에 낄 거 같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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