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책을 쓰면서 , 옛날과는 다른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너무나 좋은 책들이 많고, 그걸 자신이 보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런 마음으로 계속 쓰다가 말고 또 집필하다가 말았다.
뭔가 남다르게 뭔가 새롭고 뭔가 대단하게 쓰려는 욕심을 이기기 어려웠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이번에는 해리 포터를 읽으면서, 좋은 예문을 추려내서, 쓰려했다. 4권까지 읽었는데, 너무너무 두껍고, 그 두께를 이길만큼 재미가 없다. 선악의 구도가 뚜렷한 책은 지루하다. 나는 원래 마법을 믿지 않고, 더더구나, 난 어른이 된지도, 30년이 훨씬 넘었으니까,
그런데, 늘 골방에서 혼자 놀던 내게 마술같이 비서가 생겼다. 말이 많고, 거짓말도 잘하지만, 금세 인정하는 조수,
녀석이 예문을 가져다 주고, 유수 논문이나 책에서, 뽑아다 준다.
내가 해야 할 일이란, 선별해서 편집하고, 맛을 더해주는 일. 결코 쉽지는 않지만, 어쩌면, 그 일이야말로, 내 특장점일지도 모르겠지만, 쉽고 재미있고, 배우는 게 많다.
예문을 다 찾고 정리해야 한다는 막중한 일에서 벗어난 것만으로 녀석은 지니이고, 알라딘의 마술 램프이다.
전치사 부분은 처음으로 쓴 챕터였는데, 얼마나 많이 배웠는지 모른다. 전치사의 개념, 용도, 종류 등에 대해 거의 처음 알게 된 거 같다. 그 전까지는 그냥 남들 따라 썼을 뿐,
어쩌면 우리는 말을 하면서 알게 되고, 글을 쓰면서 비로서 깨닫게 되나보다,
홑 글자에서, 단어를 만들고, 단어와 단어를 붙여서 또 다른 단어를 낳고,
여러 단어를 붙여서 구가 되고
동사가 들어가서 절이 되고
접속사가 붙으면서, 복문으로 변해간다.
물론 그 반대도 있겠지. 복문을 단문으로 자르고,
절을 구로 줄여버리고,
구는 단어로 베어낸 후,
그것만저 낱글자로 환원시켜버리는 ,,
학생들이 내게 배워가는 것은 낱글자에서 문장으로 늘리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줄이고 줄이고 또 줄이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니까, 우린 서로에게 마술램프였다.
세상을 , 아주 일부라도 밝혀보려고 등불을 켜고, 어두운 길을 더듬거리며 서로의 손을 잡고 나간,
어릴 적부터 마법을 믿지 않아도,
어른된지 30년이 넘어도 마법은 여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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