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의생활은 자라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자라가 그렇게 대단한 관심을 받던 시절에 나는 거북이 친구인가벼, 뭐 그 정도로 생각했다.
그때만 해도, 나는 백화점이나 아웃렛 가서, 세일하는 옷을 사는 게 돈 버는 길 인 줄 알았다, 그 수많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옷을 사본 적 없었으니, 그 후 직구니 뭐니, 떠들썩 할때도, 변화구의 반대말인가? 돌직구란 소린가, 하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나의 첫 자라는 서울역 자라 매장에서 산 검정 드레스였다. 2-3만원 주고 산 드레스를 꽤 잘 입었다.
옷 좀 입는다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라의 광팬이라는데 대체 저런 옷을 누가 입을까 하는 생각은 변함없었다.
그러다가, 세일하는 자라에서, 옷을 사기 시작했다., 바짓단 고칠 필요없이 허리, 엉덩이 허벅지 잘 맞는 청바지.
너무나 신박한 디자인을 꽤 괜찮은 가격에 건질 수 있는 구두들,
막바지 세일에는 믿을 수 없이 싼값에 특이한 옷들이 마구 쏟아진다.
이건 뭐 밤무대 가수라야 입겠다 싶은 반짝이 드레스 , 노출이 너무 심해 도저히 못입겠다 싶은 것들하며,
일년에 2번, 그러니까 6월과 12월이 되면, 전국의 자라 동지들과 함께 달려간다. 자라 매장으로, 가서 온갖 이상한 옷들 다 입어보고, 반품하고 괜찮은 물건 걸리면, 쾌재를 부르고, 그렇게 일년의 2-3달을 보낸다.
마치, 4년에 한번씩 올림픽이나, 월드컵 때 마음이 붕 떠서, 지냈던 것처럼, 자라 계절을 보낸다.
자라에서 거저 주웠다 시피 싸게 산 물건들,
자라가 아니라면 누구도 시도못했을 싶은 독특한 디자인들,
명품 뺨치게 품질이 뛰어난 옷들을 입고 나가,
궁금해하는 지인들에게
이거 자라에서, ## 원 주고 샀어라고 말하는 재미가 얼마나 큰가,
원가는 얼마인데 이건, 1/4 가격으로 샀으니, 괜찮아, 다른 데서 돈 아끼지 뭐 하는 자기 합리화,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는데,,, , 저 옷장을 어찌할꼬,
나의 몸도 변하고 낯빛도 변하고,
이미 옷장은 차고 넘치는데,,,,,,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일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써도 될까 하는 자괴감,,,,
그런데 왜 그럴까,
어째서 자라는 일단 옷장에 들이고 나면, 좀 시들한 걸까,
어째서 그 다음해에는 입을 마음이 들지 않을까,
어째서, 그 다음해에는 묘하게 어울리지 않을까,
1년에 2번, 자라의 계절을 나는 이렇게 지나고 있다.
이제 나는 철새가 되어 다른 경도로 날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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