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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s

깻잎처럼,

다정한 그가 일러줬다. 

깻잎을 뒤집어서 쌈 싸먹으면 입 천장이 꺼끌거리지 않아, 

모두들 신기해 하면서도 다음에 만나면 그대로 쌈 싸먹더라...

나도 그들 중 하나다. 

 

대학 다닐 때 같은 방을 쓰던 얼굴이 작고 이쁘던 약대생은, 엄마가 "얼굴이 깻잎만 해가지고" 라 했다고 한다. 

그녀는 정말로 깻잎같은 얼굴을 가졌다. 

 

깻잎을 수시로 먹으면 살 빠진다는 말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깻잎을 왜 먹을까 몰랐다. 수백장의 깻잎을 다듬고 씻어서, 한장씩 펴서, 양념장을 발라 묵혀 먹는 김치도, 장아찌도, 쌈채소로도, 좋아한 적이 없다. 

결혼하고 나서, 전을 좋아한다는 남편에게 깻잎전을 만들어 준적이 있다. 그는 아주 고집센 입맛을 갖고 있어서 어릴 적 먹던 맛과 다르면 곧 수저를 내려놨다. 깻잎으로 한 음식은 하나같이 손이 많이 갔으나, 고급스럽거나, 별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깻잎은 향도 짙고, 

 

어찌보면 바질이나 고수랑도 비슷한데,  찌게나 탕에 넣으면 비린 맛을 없애주고, 

 

문득 지난 날들이 깻잎처럼 마구 쌓여왔구나 싶다. 목을 부러뜨리고 깻이파리로 바닥에 서서히 내려와, 수십장 수백장 켜켜이 덮이고 또 덮어가며 누구는 좋아하고 누구는 질색하는 향을 피워왔다. 아주 값 싸지만, 손이 많이 가고, 소금에라도 절이면, 부피가 확 줄어들어버려 한숨도 못되는 깻잎같은 나의 지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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