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제사를 중요시하셔서, 몇 달전부터 준비를 하셨지.
워낙 손이 크시고 솜씨가 좋으셔서, 뭐든 넉넉하게 사다, 여러사람 배부르게 먹고도 남을 정도셨단다.
엄마는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함께 먹은 식사가 홍어였던 걸로 기억해, 외식은 다대포의 감자탕이었던 거 같다. 그날의 노을을 기억해.
김해의 납골당 갈 때마다, 조카들은 편지며, 꽃을 준비하고, 할머니와, 동생들은 제수를 준비해가서, 가족끼리 나눠 먹고 오잖아, 산 아래 편의점에서, 커피 사서 마시고, 출발하고,
외할머니와 친할머니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날이 남아 있어서 새삼 참 다행스럽구나,
너와의 만찬은 더더욱 그렇고,
쓰다보니. 마지막 만찬이 과연 무엇일까 싶구나,
성서에서 "마지막 만찬"을 자주 봤는데, 엄마의 마지막 만찬은 과연 무엇일까 싶까, 누구와 어디서 마지막 만찬을 나눌까 궁금하네.
확신컨데, 엄마의 마지막 만찬에는 네 아빠, 그리고 너, 그리고 외할머니, 친할머니, 그리고 이모들, 삼촌들이 함께 하기를,
아주 소박하지만, 맛있기를, 이야기와 웃음이 함께 하기를,
엄마가 가고 난후, 네가 날 기억해준다면, 참 좋겠다.
엄마가 좋아하던, 꽃이나, 엄마가 좋아하던, 음악을 틀어준다면, 좋겠다.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 향으로 그 맛으로 네 몸으로 들어가, 네 피가 되고, 네 살이 되고 네 숨결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그게 엄마가 생각하는 제사밥이다.
'아들에게 주는 요리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 알레르기-땅콩과 참이슬 (0) | 2023.09.24 |
---|---|
17. 피자로 업그레이드하기 (0) | 2023.09.24 |
15. 아빠는 만두, (0) | 2023.09.24 |
14. 부침을 겪었기에 부침개 -아빠편 (0) | 2023.09.24 |
13. 서울 대신 소울 푸드 (0) | 2023.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