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부산역을 갔다. 거의 50년,
30년 전부터는 일년에 몇 번정도, 서울과 부산을 오고 간다.
그는 SRT를 꽤 자주 이용하는 듯 한데, 나는 낯설다.
수서역은 내게 동대구, 천안 아산처럼 지나쳐가는 역이다.
10시 40분 마지막 기차를 타고, 남쪽 도시로 간다. 1시 좀 넘어 부산역에 도착하면 광장을 건너, 초량쪽 횡단 보도를 건너, 심야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타고 갈 예정이다. 누군가 날 맞이하러 나올까,
지금 내 가방은 노트북과, 그의 트렉화, 각종 전선들로 가득하다. 급히 열차표를 구하느라, 제대로 챙겨오질 못했다.
김현식의 노래를 들으면서 왔다. "사랑했어요" "떠나가버렸네" "추억 만들기" "한국 사람" " 봄 여름 가을 겨울" "골목길" "쓸쓸한 오후"
남자답게 잘 생긴 그가 홀릴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며 거친 목소리로 노래한다. 30년보다 더 전의 노래인데, 그는 마이크 줄을 잡는 모습이 매혹적이다. 무엇보다, 가사가 아주 단순하면서, 아름답다.
<사랑했어요>
돌아서 눈감으면 잊을까,
정든 님 떠나가면 어이해
발길에 부딪히는 사랑의 추억,
두눈에 맺혀지는 눈물이여,
발길에 부딪히는 사랑의 추억
두눈에 맺혀지는 눈물이여,
사랑했어요.
그 땐 몰랐지만
이 마음 다 받쳐서 당신을 사랑했어요
. 이제 알아요 사랑이 무언지,
마음이 아프다는 걸,
<떠나가 버렸네>
그대 내 맘에서 떠나가버렸네,
사랑을 남긴 채
그대 내 맘에서 떠나가버렸네
아쉬움을 남긴채
외로운 이내 마음에 사랑을 남긴 채
떠나가버렸네
떠나가버렸네
내 맘의 속의 그대는
떠나가버렸네,
사랑했던 그대는
그의 쓸쓸한 목소리에 화려한 가사라면 어울렸을까,
<추억 만들기>
새끼 손가락 걸며 영원하자던 그대는 지금 어디에
그대를 사랑하며 잊어야 하는 내 맘은 너무 어파요.
그대는 떠나는 뒷모습에 내 눈물 떨구어주리
가는 걸음에 내 눈물 떨구어 주리
내 마음 보여줘본 그 때 그 사람
사랑하던 나의 그 사람,
뜨거운 내 마음은 나도 모르게 천천히 식어갑니다.
세월이 흘러가서, 백발이 되어버리고
얼굴에 주름지어 내 사랑 식어버려도
내 마음 보여줘본 그때 그사람
사랑하던 나의 그 사람,
뜨거운 내 마음은 나도 모르게 천천히 식어갑니다.
사랑은 이 세상에 그와 나 단 둘만 있는 느낌. 오직 우리 둘에 집중하느라, 아무것도 보이고 들리지 않는 것, 모든 것이 우리 둘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완벽한 몰두,
지금 이 열차에는 유독 젊은이들이 많다. 가족도 아니고, 귀향하는 젊은 부부도 아니고, 힘이 넘쳐서, 오히려 더 힘든 젊은이들이 많다. 그들은 홀로 기차에서 무료하다. 자기도 하고, 핸드폰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쉬고 있다.
<언제나 그대 내곁에 >
구름 저멀리 해를 가르고
그대 홀로 있을 때
내게 말해요,
그대를 위로할게요
해는 저물어 밤이 오고
홀로 이밤 지샐 때
내게 말해요,
그대 위로할게요
세상은 외롭고 쓸쓸해
때로는 친구도 필요해
그대 멀리 떠난다해도,
나는 언젠나 그대 곁으로
달려갈래요. 세상은 외롭고 쓸쓸해
때로는 친구도 필요해, 그대 멀리 떠난다해도,
나는 언제나 그대 곁으로
달려 갈래요.
해는 저물어 밤이 오고
홀로 이밤 지샐 때
내게 말해요.
그대 친구될게요.
언제나 그댄 내곁에
언제나 그댄 내곁에
언제나 그댄 내곁에
언제나 그댄 내곁에
<그 어둠, 그 별빛>
어둥은 당신의 숨소리처럼 가만히 다가와 나를 감싸고
별빛은 어둠을 뚫고 내려와 무거운 내 마음 투명하게 해,
어둠은 당신의 손수건처럼 말없이 내 눈물 닦아주고
별빛은 저 하늘 끝에서 내려와 거칠은 내 마음 평화롭게 해.
그대향한 내 그리움은 그대 손길처럼, 어둠은
당신은 그렇게도 멀리서 밤마다 내게 어둠을 내려주네 밤마다 내게 별빛을 보내주네.
그대향한 내 그리움을 달래주네 꿈속에서 느꼈던 그대 손길처럼
당신은 그렇게도 멀리서 밤마다 내게 어둠을 내려주네, 밤마다 내게 별빛을 보내주네.
이 노래는 습작의 냄새가 많이 난다.
<한국 사람>을 하모니카로 부는 너무나 섹시한 김현식
어떻게 한국 사람이란 제목을 지을 생각을 다했을까
<골목길>
추임새가 많이 들어갔고, 엄인호의 기차소리가 힘차고 아름답고 한영애듸 코러스도, 판소리같다. 고수가 추임새를 넣듯이 ,
<비처럼 음악처럼>은 잘 모르겠다.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생각해요
당신이 떠나시던 그 밤에 이렇게 비가 왔어요.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
당신이 떠나시던 그 밤에 이렇게 비가 왔어요.
난 오늘도 이 비를 맞으면 하루를 그냥 보내요.
아름다운 음악같은 우리의 사랑의 이야기들은
흐르는 비처럼 너무 아프기때문이죠.
난 오늘도 이 비를 맞으며 하루를 그냥 보내요.
아름다운 음악같은 우리의 사랑의 이야기들은 흐르는 비처럼 너무 아프기 때문이죠.
이렇게 아픈 비가 왔어요.
이제 알겠다.
이 가사가 마음에 든다. 하루를 그냥 보낸단다. 비처럼 너무 아프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아픈 비가 왔단다.
난 오늘도 이 비를 맞으며 하루를 그냥 보내요.
아름다운 음악같은 우리의 사랑의 이야기들은 흐르는 비처럼 너무 아프기 때문이죠.
이렇게 아픈 비가 왔어요.
<쓸쓸한 오후>
비오는 날 플랫폼에서 그댈 떠나보내고,
비오는 마음 창가에 홀로 앉아 아쉬움을 달래보네,
눈처럼 하얀 손가락, 맑은 눈동자, 고운 그 마음 같네,
지금은 어디인가, 슬픈 추억들이 고독만 남았네,
쓸쓸한 오후였네.
눈처럼 하얀 손가락 맑은 눈동자, 고운 그 마음 같네
지금은 텅빈 마음과 슬픈 추억들, 고독만 남았네.
쓸쓸한 오후였네 쓸쓸한 오후였네.
김종진의 첫 작사 작곡이란다. 첫 곡이라 풋풋하고 신선한 맛도 있다 바꿔 말하면 독성도 있고 맛이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랑할 수 없어, >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 사이로, 잊어져간 그 모습을 찾으러 갔었네 부는 바람에 속삭여도 슬픔으로 ㅅ채워진
내방에 외로음을 그대 모습으로 달래도보지만,
이제 너무 멀리떠나버린, 그대 이기에 우리는 사랑할 수 없네,
바람결에 우리가 사랑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리고,
이제 내 맘속에 추억만 남아, 그리 이제 곁에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 사이로, 잊어혀간 그 모습을 찾어르 갔었네 부는 바람에 속삭여도 슬픔으로 채워진 내 두눈길.
낸 맘에 와닿는 외로움 그대 모습으로 달래도 보지만, 이젠 너무 멀리 떠나가버려 그대 이기에 우리는 사랑할 수 없네, 그대 이기에 우리는 사랑할 수 없네.
<우리네 인생>
이 노래를 도저히 들을 기분이 아니다.
나는 푸산행 SRT를 타고 가며 you tube로 김현식의 노래를 듣는다. 시간과 공간을 지우며, 둘만 있던 그 순간으로 가고 있다.
마치 김현식와 나 둘이만 세상에 있는 거 같다. 우리를 제외한 모든 것들을 지우며 오직 둘만을 집중하던 "사랑"
나와 단 둘이서, 사랑했던 그가 김현식의 노래를 듣는다면,
너와 단 둘이 사랑하느라, 그때는 김현식의 노래를 듣지 못했다고 말하고 싶다.
이 세상에 오직 둘만의 시간의 공간의 터널을 지나가는 게 사랑이란 걸 알겠어요.
그의 you tube 는 그의 성대였는데, 김현식의 노래는 더 아래서 깊이 끌어올려 성대를 긁어내며, 온 몸을 때리며 나왔다.
그는 통뼈에 주먹 힘이 셌다고 하는데, 그의 소리는 그를 때렸다.
그는 아파서, 통증을 견디려고, 술을 그리 마셨겠지.
푸산 역에서, 날 기다리는 그도, 술을 많이 마신다.
건강이 좋지 않아
머리가 다 빠지고, 온 얼굴과 몸은 짓무르고,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을 이기기 힘들어 하면서도, 그는 술을 그렇게 혼자 마신다.
날 기다리는 그도, 아파서, 통증을 견디려고 술을 그리 마시나,
그는 애초에 복서였다. 그러니까, 치는 사람, 목소리로 때리는 사람, 그 목소리가 우선 자신을 때리며 나왔기에 그는 배를, 간을 , 심장을, 정통으로 맞았다. 맞고 또 맞도 또 두들겨 맞고 다시 일어서고, 그러다가, 갔다.
치는 게 던지는 게 때리는 게,
맞는 거다. 실은,
그의 콘서트는 끝났고
그는 33년 전에 죽었으며
기차는 이제 푸산 역에 잠시 후 도착한다.
그가 역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
그를 만나면 안고 뽀뽀하고, 얼굴을 부비겠다.
그는 나의 튜브, 내 사랑, 그와 단 둘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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