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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s

The pot call the kettle black,

새 주전자를 산지. 3년이 넘었다. 

물건을 사면 오래 쓰는 편인데다, 지금 사면 아마 죽을 때 까지 쓰겠구나 싶기도 하고, 차를 많이 마시니까, 마음에 딱 드는 주전자를 사고 싶었다. 

정말 이거다 싶은 주전자를 찾을 때까지 족히 1년 가까이 밀크 팟에 물을 끓일 정도로 심사 숙고했다.

스테인레스일것, 단순한 디자인, 튼튼할 것, 씻기 편할 것, 

물이 끓을 때 빽빽거리는 것도, 싫고, 곡선의 모양새도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종잇장처럼 얇은 재질도 꺼림직했다. 

 

단순하게 묵직하지만, 어딘지 유머스럽고, 안정감이 있는 주전자와 평생을 같이 하고 싶었다. 쓰고 보니, 이런 배우자라면 최상이겠구나 싶다. 

북구 어느 나라 겨울 난로가에 겨우내내 올려있는 주전가이길 바랬다. 

 

나는 여전히 인터넷 쇼핑보다는 직접 가서, 골라, 만져보고 사는 것이 마음이 놓인다. 

물론 훨씬 편하고 값도 싸다는 것 안다. 그렇지만, 작은 화면을 쳐다보며, 결제하고 기다리기가 어렵다. 물건이 도착하기로 한 날, 가장 견디기 어렵다. 그 엄청난 포장지를 다 뜯어 정리할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각설하고, 고속 버스 터미널에서, 6만 얼마인가 주고 샀다. 고속 버스 터미널을 처음부터 끝까지 2-3번 왕복한 후, 한 잡화점 저 높은 선반 구석에 있던 북유럽 어느 나라 제품을 골라 흥정했다. 주전자를 안고서 아이의 자취 살림도구도 샀었지. 채반, 집게, 남비 받침 같은 것들을, 

 

처음 사용하기 전, 식초와 소금을 넣어 뜨거운 물에 헹구었다. 기도도 했었던가?

 

새로 장만한 주전자는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원통형에 새부리처럼 작고 뾰족한 주둥이도 이뻤다. 단순한 손잡이에 뜨겁지 않게 검은 테가 둘러진 것 말고는 아무 장식없이 든든했다. 바닥은 두툼했고, 물은 넉넉히 들어갔다. 

하루에 몇번씩 불을 켜서 물을 끓여서, 커피, 차, 약 마셨다. 

 

오늘 보니, 녀석이 꾀죄죄하다. 몸통에  찌게나, 부침개 등에서 튄 것들이 잔뜩 달라붙어있다. 

녀석을 식초, 과산화수소, 소다, 소주 등이 섞이 액체에 담갔다가, 정성껏 문질렀다. 

반짝반짝 빛이 난다. 

처음 샀을 때 그 기분이,

처음 썼을 때 그 마음이

처음 봤을 때 그 느낌이 되살아난다. 

 

 The pot call the kettle black  이란 속담이 있다. 

누가 누구더러 "흑형"이래는거야? 라고 번역한다. ㅎㅎ

아무래도 내내 스프를 끓이는 가마솥이 물만 덥히는 주전자보다 숱검댕이투성이었으리라, 

 

 when the pot called the kettle black.  

나는 주저 않고, 씼어주겠다. 먼지를 털고, 검댕을 불려, 닦아내서 바짝 말려서, 빛을 내겠다. 

 

# the pot called the kettle black#gotomall#주전자#반짝반짝 빛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