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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s

한남동 나들이-아스티에 드 빌라트

한남동을 다녀왔다. 
할로윈 축제를 즐기려던 젊은이들의 , 생때같은 목숨을 앗아간 사건이 생긴지 1년이었다. 그들의 명복을 빌면서 다녀왔다. 
 
한남동은 참 신기한 곳이다. 이태원과 나란히  세상의 거의 모든 것들을 다 품고 있다. 이슬람 사원, 각나라의 맛집들, 미술관, 플래그 쉽 스토어등, 문화원이나 대사관들도 많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싼 집들도 모여있다. 
 
내게 한남동은 한때  리움을 가기 위한 곳이었으나, 지금은 아스티에 드 빌라트가 자리한 곳이다.
프랑스산 그릇 가게이다. 
언제부터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거의 모든 매체를 휩쓸어버린 비싼 그릇을 만들고 판매하는 곳이다. 
아주 얇고, 하얀 그릇들이 가득하다. 
 
물론 나는 그릇에도 관심이 별로 없고, 사는 데는 더더욱 그렇다.
저 돈을 주고 사서 정리할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지금 내가 가진 그릇도 넘치게 많다. 
 
물론 아름다운 그릇이나, 멋진 담음새를 보는 일은 즐겁다. 
그러나, 나는 내게 어울리는 그릇, 그러니까, 옷을 입는데 훨씬 더 관심이 간다. 
우리 가족을 담을 그릇, 그러니까, 집을 사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저렇게 얇고, 깨지기 쉽고, 오지게 비싼 그릇을, 게다가 무슨 문양이나 모양도 없이 그냥 하얗기만 한 그릇을 사서 모으고, 자랑하는 게 그냥 남의 일같았다. 
 

 
리움에서 한국 도자전을 보고 나오다가, 들렀다.
한남동 큰 거리에서 조금 들어와 삼각형 모양의 땅에 짙은 녹색으로 칠한 가게를 보고 그냥 첫눈에 반했다. 어쩌면 나는 그냥 그 짙은 초록색 건물에 홀딱 넘어갔는지도 모른다. 그 짙은 갈색과, 그 다양한 흰색에 
마호가니 나무로 짠 손잡이를 잡고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것도, 
프랑스에서 공수해온 그릇장에 빼곡하게 담긴 그릇들, 가게 안의 향, 향수, 엽서, 등, 그 모든 것들이 마냥 좋았다. 
 
가게의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  흰 그릇들을 구경하면서, 
"아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처음 생각했다.
아주 얇고 깨지기 쉬운 그릇들을 뒤집어  가격들을 확인하면서, " 아 돈이 많아서 왕창 다 사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금씩 다른 모양의 그릇들, 조금씩 다른 흰 색들, 그런 아주 조금씩 다른 것들은 그냥 보석이었다. 
"아,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래서 사람들이 돈을 그리도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화장실이 있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다. 
2층에는 좀 더 실용적인 그릇들과 향들로 가득하다.
3층에는 등과, 패브릭 등등이 있고,
4층은 작은 전시 공간이 차지한다.
5층은 까페다.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제품에 차와 다과를 담아서, 대접하는 루프탑 형식의 까페다. 
 고압 전선이 지나가고, 저 멀리 한강이 보이는 옥상에서  아름답게  차리고 온 여인들이 있다. 삼삼오오 앉아서, 흰 그릇에 담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한다.
 
그릇 가게를 나와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저 혹시  사진 주실 수 있어요? "
지나 가는 여인 1 "  sorry but"
 지나가는 여인 2 "  I am tourist"
 지나가는 사람 3 , 고개만 절레절레, 
지나가는 사람 4, 그냥 가기, 
 

그러니까 아마 이곳은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곳이었던 거다.
그들은 아마, 검색을 통해 한국의 핫한 곳들을 검색했겠지, 인스타 그램이건 검색 엔진이건 "한남동"이 많이 나왔을 거다. 해외 여행을 처음 갔을 때의 나처럼 그들 역시 허겁지겁 이 동네로 달려왔을테지,
그 결과, 전 세계 유명 브랜드들의 가게, 엄청난 멋쟁이 인파들을 만났겠지.
그러면서, 누군가는 대체 여기가 왜 유명하다는 거야, 궁금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옛날의 나처럼,, 
 
이제 바꿔서 생각해보자, 
누군가, 나에게 한국에 들르면 꼭 가야 할 곳을 소개해달라고 했다치자, 
난 뭐라고 할까, 내가 그들에게 한남동을 추천할까, 글쎄, 
난 일단 상대의 관심을 묻겠다. 그가 한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가 한국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국의 어디에 끌려서 오게 되었는지를 묻겠다. 
한국, 그리고 서울의 지도를 보여주겠다. 
 
태평양이 시작되는 곳, 태양이 떠오르는 곳이라고 말하겠다. 
 
그런 후 서울의 지도를 보여주겠다.   환영하며 내민 팔 모양의 한강이 있다. 한강은 그 위의 남산 북악산 삼각산등을 안고 있다고 말하겠다. 4대문을 가리키며 서울이 어떻게 팽창해왔는가를 설명하겠다. 원래의 서울에 관심있다면 4대문 안의 관광 명소를 일러주겠다. 
전후, 유래없는 속도로 발전한 힘과 에너지를 눈으로 보고자 한다면 한강과,다리들, 그리고 대치동 학원가를 함께 가겠다. 
만일 쇼핑에 관심이 있다면 고속 터미널이나, 당근 마켓, 중고나라도 설명해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한국 다움"이란 사실 우리와 상대가 함께 찾아서 만들어가는 것이며 끊임없이 변해가는 것이구나 싶다. 
그렇다면 "나다움"도 마찬가지 아닐까
 
흔히들 그저, 남의 이야기, 소문으로만 "나"를 미리 규정짓고, 딱 그만큼만 보고 간다. 아니 그것마저도 보고 듣고 느끼지 못하고 간다. 그만큼이 그들의 그릇이다. 
어쩌면 한남동 그릇 가게 앞에서 만난 사람들, 그러니까, 내게 사진을 찍어주지 못한 사람들은 내게 새로운 그릇을 던져주고 간 셈이다. 
아스티에 드 빌라트에서 나는 안목을 다시 생각한다. 그릇을 보는 안목, 그렇게나  많은 흰색 그릇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다른 흰색 그릇을 만들어낸 도예공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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