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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s

냉동실에 코끼리 넣기-코끼리 베이글

새벽에 깨보니 남편이 연락없이 집에 오지 않았다. 
 
일단 아침을 먹고, 다림질을 했다.
며칠 전 빨아서 밀가루 풀까지 먹여 말려둔 흰 옷들, 
흰 레이스 블라우스
흰 보석 블라우스와 흰 원피스를 다림질 하다가, 8시 넘었길래 버스를 타고, 양평동 코끼리 베이글에 갔다
8시 50분쯤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줄서있다.. 
 
그곳이 성수나 서촌 같은 이른바 핫한 동네였다면 나는 가지 않았으리. 그것도, 2번이나 헛걸음해놓고 다시
 

작은 공업사들이 즐비한 , 이른바 후진 동네였기에,
도저히 유명한 베이글 집이 있을 거 같지 않은 곳이었기에,
절대로 그냥 지나가다 들를 수 없는 곳이기에,
 
베이글 반죽을 성형해서, 뜨거운 물에 삶았다가, 참나무 화덕에 집어 넣고, 다시 물을 뿌려 또 구워 곧바로 내주는 집이라 갔다. 
 
천장은 높지만, 매장은 길고 좁고,
그나마 화덕이랑, 베이글용 밀가루 푸대 등 집기가 가득해 손님이 겨우 6명 밖에 못들어가는 곳, 
10시도 채 되기 전에 기본 베이글은 다 팔리고 없다는, 
어째서 더 만들지 않으냐 물었더니, 다음날 팔 베이글 준비해야 하기때문에 오후에 더만들 수가 없다는 곳, 
 
두건을 쓰고 앞치마를  한 남자가  베이글 반죽을 끓는  물에 넣어 건져주면 또 다른 남자가, 긴 자루가 달린 나무 삽에 둥근 빵을  잔뜩 올려 구워낸다.
중간중간 꺼내 물을 뿌려 다시  굽는다.
뜨거운 김을 뿜으며 부풀어오른 베이글을 철제 바구니에 엎어두면 또 다른 직원이 떼어내어 줄을 맞춰 정리한다. 
 
은행나무 낙엽이 날리는 길에서 줄서서 기다렸다가,
나는 기본 베이글 3개, 치즈 베이글 1, 말린 토마토 베이글 2, 버터 솔트 베이글 2개, 올리브 치즈  베이글 2개
이렇게 10개를 남편 카드로 사왔다. 32000원, 남편이 어제밤 외박했기 때문이다. 
 김이 모락 모락나는  베이글을 누런 갱지같은 종이 봉지에 담아준다. 
 
 
버스 환승 가능 시간까지 겨우 4분 남았기에  후다닥 뛰어가며 기본 베이글을 먹었다. 
내 입맛에는  아니다. 뜨거운 베이글은 처음이어서일까 ,너무 쫄깃하다. 
 더 먹어보고  싶지만 참기로 한다. 
 
맛있는 빵집에 가면 딱 하나만 산 후 그걸 맛있게, 아쉽게 먹는다. 
한데 나는 오늘 무려 10개나 베이글을 샀다. 
남편이 알려주지도 않고 집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1-2분 차이로 환승할 수 있었다. "슬픈 로라"와 "은파"를 들으며 왔다. 가을은 이미 깊어 겨울이다. 
 
돌아오자 마자,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목욕을 한다.  
곧 남편이 오면 오븐에 베이글을 구워서 줘야지.
내일 아침은 베이글을 하나 더 먹을 것이다.
벌써 5개는 냉동실로 갔다.
골고루 먹어봐야지. 
 
양평동, 주물 공장 거리,  한 가게에 들어간 코끼리. 
냉동실에 들어간 나의 코끼리,
뜨거운 욕조에 들어간 나의 코끼리.
회사에서, 밤샘을 한 나의 코끼리
이제 곧 집으로 들어올 나의 코끼리. 
 
한때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이란 퀴즈가 유행한 적 있다. 
요즘 "엄마가 빵을 샀어"라는 말이 유행하듯이, 
 
나는  여러개의 코끼리를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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