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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s

아마추어처럼,

피아노 홀릭이란 유튜브 채널을 듣고 있다. 공중파 피디인 주인장은 오래도록 피아노를 쳐왔고 어린 시절부터 모아온 악보가 몇단짜리 서가에 가득하다. 그 장면이 없었다면 내가 그의 말을 믿었을까, 

나무 책장, 종이 악보, 녹음 테이프 같은 물적인 증거가 있었으니 그의 말을 신뢰했겠지. 

그는 음악을 들리게 도와 주는 사람이라 했는데, 

어제는 95년 무렵 연대앞 까페에서 3개월간 피아노 아르바이트를 했던 이야기를 풀었다. 연대 다니는 잘 생긴 대학생이 밤마다, 까페에서 유재하나, 뭐 그런 노래를 연주했단다. 사장이 가져다 둔 큰 와인잔에 팁이 꽤 많이 쌓였다고 한다. 포스 가득한 중년 누님들이 맥주를 올려두었다는 말을 들을면서 나는 절대로 그렇게 늙지 말아야지. 다짐을 했다. 

그 나이 또래의 아저씨들이랑 뭐가 다른가 젊음이라면 눈이 뒤집어서 입 헤벌리고 침흘리는 중년의 늙은이들 말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그런 삶을 꿈꿨다. 아마추어로 살기. 선비가 되기, 성인보다 군자로 살기.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로 살기. 

학생들에게는 mature, 그러니까 성숙한, 무르익은이란 뜻의 단어에 a 를 붙여서 풋익은 이란 뜻이라 설명했다. 

그것은 지극히 동시대적인 생각이고, 원래의 뜻은 그렇지 않았다. 

언어가 변해간다는 점에서 틀렸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원론적인 측면에서는 오답이었다. 미안, 다시 고쳐줄게 

불어에서 왔는데,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이란다. 얼마나 멋진가 

돈과 , 생계와 상관없이 어떤 예술적 학문적 활동을 깊이 사랑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지극히 고전적이며 또 지극히 귀족적인 뜻이기도 하다. 

생계가 보장된 상류 계층 중 일부가  마음쏟을 무언가에 몰두하면서, 인류의 문화사에 기여해 왔다. 

예컨데, 천문학, 무선통신, 문학도 마찬가지리. 

분업과, 부르조와라는 근대적 개념에서, 전문직이란 현대적인 개념이 성숙해왔다면, 아마추어는 좀 다르다. 

 

현재 "아마추어"라면  뭔가 전문적이지 못하고 어설프며, 돈벌이가 되지 않아 시간 죽이기에 딱맞는 일을 떠올린다. 

원래의 뜻은 자신의 취향을 갖고 그 자체를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그때 보이는 것은 그 전과 다르리라, 그런 유명한 말이 있다. 

 

내가 바라는 삶은 아마추어였고, 아마추어가 살기에 좋은 세상이 왔다. 어디선가 숨어있던 아마추어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니까, 프랑스의 귀족, 영국의 신사, 중국의 군자, 한국의 선비, 일본으로 치면 사무라이인가, 각 문화마다, 전인적이면서도 이상적인 인간을 가르키는 말들이 있었다.  "아마추어"는 이들의 공통점을 뽑아낸 말이 아닐까,  아마추어리즘을 당당히 뽐낼  플랫폼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디로 가고 싶은 지 알기만 하면 된다.  정거장들이 많다.

 

아마추어는 사실 천재라기보다는 범인에 속할 지도 모른다. 한 분야에 특출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들은 하늘이 내린 재능도 받았으나 스스로 갈고 닦아서, 인류의 보배들을 만들어왔다. 그들 덕분에 우리는 빵만으로 사는 존재가 아니란 걸 지속적으로 증명해왔다. 그렇다면, 천재와 그렇지 않은 이의 차이란 무엇일까, 범용한 인간의, 한 분야의 몰두와 정진이 그 사람의 인격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천재에게는 그렇다면 사랑이 없었단 말인가, 그들은 생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단 말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생계가 해결되고 나면 빠질 수 있는 탐욕과 나태와, 인색함으로부터 자유로웠을 것이다. 

대신 아마추어는 진정으로 가치있는 것이 무엇일까, 무엇이 아름답고, 어떤 것이 귀한지 끊임없이 탐색했으리라,

 

그러니까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랑을 갈구해왔다. 아버지로부터의 사랑을 어머니로부터의 사랑을 그리하여 나로부터의 사랑을 

내가 사랑으로 에워싸지길 바랬다. 그래서 난 늘 굶주렸다. 내가 사랑할 때 나는 비로소 배가 고프지 않았다. 

나는 아마추어를 사랑해왔다. 평생동안, 

생계와 상관없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 그러러면, 그는 생계를 책임지지 않을 정도로 부유해야 하고, 운 좋게 사랑하는 대상을 발견해야 하며, 사랑을 지속할 힘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지성이건 인내, 의지, 그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지. 

 

나는 프로페셔널이란 말에서 풍기는 그 속악스러운 계산, 매너리즘을 맡았던 거 같다. 그렇지만 그것 역시 피상적인 도식에 불과하다. 내가 겪어보지도 않고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 그 전에 우선 나는 사랑하고 싶다. 아마추어처럼, 수줍고 열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