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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s

안개속에서 휘슬을 불다.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가 터너와 휘슬러, 

그들의 그림은 영국의 안개로 자욱하다. 

오스카 와일드는 "휘슬러 전에는 영국에 안개가 없었다"고 했다. 

그럴리가, 

런던은 안개의 도시다. 템즈강을 따라 올라오다보면 유속이 느려지는 늪지에 로마군들이 정박해서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는 런던,

런던은 유럽의 무진이다. 

런던 사람들은 몇 백년 몇 천년 동안 안개 속에서 살았다. 안개에 어둠까지 내리면 그야말로 오리무중이 된다. 그 안개가 얼마나 위력적인가하면 과학 기술이 발전한 오늘날일지라도, 오후 3시밖에 되지 않아도 모든 공공 기관들이 문을 닫을 정도라고 한다. 

 

영국은 음악이나 미술보다, 문학에서 인류 문화사에 기여했는데 안개를 비롯한 날씨 덕이라 한다.

해가 들지 않고, 운무에 휩싸여 살아왔기 때문이란다. 

 

안개속에서  속절없이 손과 발을 건져내어 조금씩 조금씩 움직였던 그들이 세상을 호령했다니, 

그 속에서 증기기관을 만들어내고, 

 

어느날 그들의 눈에 안개가 들어왔고 

누구나 갖고 있던 안개를 화폭에 담아냈다. 

그것이 영국의 그림이 되었다.

 

그전에는 담비 모피를 두르고 갖가지 보석을 장식한 왕과 귀족들을 그렸다.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했기에 사실 여부는 안개속에 가렸다. 

 

안개로 뒤덮었다. 생각해보면 필터링이니 보정이니, 하는 모든 것들은 다 안개이다. 

안개를 덧씌우는 것, 그리하여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하는 것, 그러다가 어둠까지 겹치면 한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것, 

안개속을 헤집고 가며 휘파람을 불던 사람, 터너와, 휘슬러, 

 

오히려 영국의 안개는 다른 나라에서 온 화가들이 더 많이 그렸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낯설고도 장관이었을 테니, 우리 곁에 있는 것들을 우리는 얼마나 잘 모르는가, 

 

안목이란 것은 계속 새롭게 보는 힘. 낯익은 것들을 새롭게 깊게 보는 일. 

그냥 유명하고 화려하며 이쁜 것들을 보는 게 아니고,

안개를 거둬내고, 안개를 그리는 일. 안개를 보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