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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s

El condor passa-오감도

"오감도"라는 이상의 시가 있다. 
경성제대 건축과출신인 이상은 "조감도" 대신 "오감도"란 시를 썼다.
 
까마귀가 본 풍경이랄까, 
 
"철새는 날아가고" 라고 번역된 "El condor passa" Simon & Garfunkle 노래도 있다. 
독수리 지나가다, 정도인 거 같은데,
 
초겨울 한강를 건너다보면 철새들이 V자를 이루며 날아간다.  어쩔 때는 하늘에서 파도가 일렁이는 것처럼 새들이 무리지어 계속해서 날아간다. 
밀물이 밀려 오듯이 새들이 끊임없이 하늘을 가로질러 간다. 
 
죽은 이의 영혼이 새로 변신한다는데, 
죽은 이가 새가 되어 산 사람에게 인사하러 온다던데, 
 

한강 가를 떼지어 날아가는 철새들을 바라보노라면 과연 그렇겠구나 싶다. 
이승을 짊어지고 저승으로 떠나가는 행렬같다. 
아주 먼데로 이주해간다는데, 남루하거나 측은해보이기는 커녕, 힘차고 자유롭다. 
쫒기는 느낌하나 없이 그냥 넉넉하다. 
 
5년전, 아버지가 병상에 계실 때,처음으로 새들이 날아가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란 싯구가 떠올랐고,
처음으로 내 피와, 뼈와 살과 이별을 할 준비를 했다.
 
타인의 피, 뼈, 살과 헤어진 적은 있다. 
아직도 그 피, 뼈, 살, 머리카락을 잊지 못한다. 
그 피와, 뼈와, 살, 머리카락, 체취는 내 안에 그대로 있다. 
 
내 피와 뼈, 살을 떠나보낼 준비를 해본 적이 없었다. 
내 모든 처음은 아버지였다. 
시작이 반이라던데, 
내 모든 시작은 아버지였다. 
 
나의 모든 "첫" 이 날아가버렸다.
열을 지어 하늘을 가르면서, 하늘에 물결을 일으키면서, 남쪽으로 남쪽으로 날아가버렸다. 
 
올 봄 남편을 보낸, 시어머니가 내게 
'왜 한번도 꿈에 나타나지 않는냐'신다.
나는 일단 친정 어머니께 여쭈었다. 
'아버지가 한번이라도 꿈에 나타나셨냐'고, 
'벌써 5년이 다되어가는데 한번도 뵌적이 없다"단다.
나는 뵌 적이 있는데, 
시어머니께 '어머님은 참 성격이 급하시네요. 좋은 곳에 가셨기에 안보이신다던데요'라고 말씀드렸다. 
'한번이라도 보고 싶다"셨다. 
 
"El Condor Passa" 
새들은 그냥 우리곁을 스쳐 지나갔던가, 
새의 눈을, 
새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