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는 아주 먼곳,
예비군 훈련 받는 곳,
냉면과 부대 찌게, 장인 약과가 맛있다는 동네,
실은 미군 부대의 깊고 깊은 흉터가 남아있는 곳
처음 가본 의정부는 서울보다 2-3도 낮았다. 또 음식점과, 유흥주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데, 경전철이 지나고 있었다.
소래포구 협궤열차처럼, 조그맣게 빛나며 의정부 하늘을 지나다녔다.
오래된 도시의 전차처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의정부라면 경전철을, KB 배구단을, 노란 유니폼입고 신나게 춤추며 응원하던 의정부 사람들을 기억할 거 같다.
의정부의 사람들도 나처럼
봄부터 가을 까지는 야구와 축구를 보고
배구와 농구를 보면서 겨울을 나겠지
물론 4년마다 한번씩 올림픽도 참가하고(출전은 아니다. 물론 ㅎ)
다시 4년마다 한번씩 월드컵도 나가고, (물론 출전은 아니다 ㅎ)
그렇게 2년 번갈아 축제를 다니다 보면, 어느 새 80년 이네,
나는 몇 번의 축제를 누렸으며 이제 몇 번이나 남았을까,
나는 하절기에는 축구장에서, 동절기에는 배구장에서 보낸다.
또, 배구는 농구에 비해 신사적이다.
상대와 얼굴을 마주하고 겨루지만, 지저분한 몸싸움이란 없다.
키도 커야 하지만 팔이 길어야 유리한 배구 선수들은 우아하다.
팔을 쭉 뻗어 허공으로 볼을 높이 띄운 후 회전시키며 서브해서, 상대 코트로 넘긴다.
서버가 범실 두려워 않고, 소신대로 각도와 힘을 싣는 게 멋지다. 적진의 빈 공간을 정확하게 노려야 한다.
또 상대는 작전대로 정열해 리시브 한 후 끊임없이 움직이며 공격할 시간과 틈을 만들어내야 한다.
공간과 시간을 주무르며 약 5센티의 금 안으로 공이 떨어지게 세기를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상대의 수비를 따돌리고 여러번의 기회를 만들어내려 주 공격수와 함께 여럿이 높이 점프를 한다 .
공중에서 몇차례 공격하는 시늉하다 내려오는 모습도 자주 본다. 그러니 몸싸움 하나 없이도 그들의 몸은 성할 날이 없다.
손가락에 테이핑하고서 비상하듯, 번갈아 가며 점프하다 시간차를 이용해 앞으로 날아들며 공격하는 품은 어찌 그리 무용 공연과 닮았던지.
그 잘 짜인 희생과 기품은 발레나 현대 무용의 군무와 같다 .
학처럼, 두루미처럼, 그들은 공을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으려 가벼이 솟구쳤다가, 소리없이 착지했다.
리베로를 비롯한 각 포지션의 개성도 흥미롭다.
영민한 세터가 공을 배급할 때의 신묘함,
블로킹하다 타점 맞췄을 때 뛸 듯이 기뻐하며 하이 파이브 하는 선수들,
그때 테이핑 감은 손가락에 부딪혀 나는 공 소리를 들으면, 정말로 호쾌하다.
대포알처럼 고속으로 회전하며 네트를 스치듯 넘어와, 구척 거구들의 몸이 휙 돌아가거나, 넘어질 정도의 타력은 또 얼마나 시원한가,
관중성과, 코트가 가까워 서로의 숨소리 말소리가 다 들린다. 관중석에선 주장이 등뒤로 작전 지시하는 손도 다 보인다.
랠리가 계속될 때의 그 긴박감 역시 관중들이 함께한다. 하나, 둘, 셋
선수들의 심리전이 대단한 만큼 심판 판정이 경기 흐름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점잖게 판정에 이의를 제기한다.
점수를 따내면 함께 환호하며 기뻐하고, 행여 동료가 실수하거나 실점하게 되더라도, 웃으며 괜찮다고 다독이는 모습도 보기 좋다.
그들과 같이 노란 옷을 입고서 의정부 시민들 신나게 응원하고 노래하고 춤췄다.
나는 Lotte Giants가 고향이고, FC Seoul 동네에서 오래 살았다. 이제 그들의 축제도 보러 다녀야지. 대한항공, 삼성화재, 고려 증권(지금은 사라졌어도...)
#의정부체육관#KB배구단#후인정감독#의정부경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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